최태원기자
[아시아경제 최태원 기자] 이태원 참사의 핵심 피의자로 꼽혀온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26일 구속됐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주요 피의자로 지목해 온 인물들이 모두 구속됨에 따라 향후 특수본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유미 서울서부지법 영장전담판사는 이날 저녁 박 구청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이 있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서울서부지검은 20일 특수본의 신청에 따라 업무상과실치사상 등으로 박 구청장과 최원준 용산구청 재난안전과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 구청장은 핼러윈 기간 안전사고 예방대책 마련을 소홀히 하고 참사에 부적절하게 대처한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를 받는다.
특수본은 박 구청장이 수사를 앞두고 휴대전화를 교체하는 등 증거 인멸을 시도한 정황을 구속사유로 영장에 적시했다. 자신의 범죄 혐의와 관련한 증거인멸은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지만 구속사유로는 참작될 수 있다.
특수본은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재난안전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에 재난을 대비하고 구호할 1차적 책임이 있는만큼 범죄 혐의가 중대하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판단에 따라 실무 책임자인 최 과장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판사는 최 과장에 대한 구속영장도 발부했다. 최 과장은 이태원 핼러윈 축제 관련 안전관리계획 수립 등 안전관리에 필요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와 사고 발생 후에도 재난 사태 수습에 필요한 조치 등을 의식적으로 방기한 혐의(직무유기)를 받는다. 그는 참사 당일인 10월29일 밤 지인과의 술자리에서 참사 발생 사실을 인지하고도 현장으로 가지 않고 귀가해 잠을 잔 것으로 파악됐다.
특수본은 지금까지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총경)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경정)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경무관) ▲김진호 전 용산서 정보과장(경정) 등 경찰 4명과 ▲박희영 용산구청장 ▲최원준 용산구청 재난안전과장 등 용산구청 간부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 중 지난 5일 박 전 부장과 김 전 과장과 23일 이 전 서장과 송 전 실장이 구속된 것에 이어 26일 박 구청장과 최 과장까지 특수본은 연전연승을 거뒀다.
이런 특수본의 성과에 주요 피의자 1차 신병 처리 이후로 미뤄놓은 피의자들에 대한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특수본이 주요 피의자로 수사 중인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등 소방당국과 최재원 용산보건소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수순 또한 예정보다 빠르게 밟을 가능성도 있다.
특수본은 최 용산소방서장에 대해 조만간 업무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참사 당일 현장에 도착했던 오후 10시28분께부터 지휘 선언을 한 11시8분 사이 전화 통화나 무전 지휘 등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구조의 골든타임에 최 서장이 현장을 제대로 지휘하지 않아 참사를 키웠다는 해석이다.
매뉴얼에 따른 응급환자 분류가 이뤄지지 않아 가까운 순천향대병원에 사망자들이 대거 이송돼 1순위 응급환자 등 분초가 급한 환자들이 방치돼 있었던 것도 특수본 짚은 문제점이다.
이와 함께 지하철 무정차 통과 등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 송은영 이태원역장, 현장 도착 시간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를 받는 최재원 용산구 보건소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이 탄력을 받은 특수본 수사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김광호 서울청장 등 '윗선'에 대한 수사까지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관측된다.
최태원 기자 skkin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