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기자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막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문제가 공동성명 내에 포함될지 여부를 놓고 미국 등 서방과 러시아·중국간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회의 주최국인 인도네시아가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 절충안을 제안한 가운데 공동성명 자체가 최종 승인되지 못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15일 블룸버그통신은 자체 입수한 G20 정상회의 공동성명인 일명 '발리선언'의 초안에 우크라이나 전쟁 문제가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G20 당국자들의 말을 인용해 "현재 발리선언 초안에는 G20 회원국 전체가 거부감없이 승인할만한 중립적 표현이 들어가있다"며 "예컨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라고 밝혔다.
핵전쟁 가능성을 우려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G20 공동성명 초안 일부에 "핵무기의 사용이나 사용 위협은 용납될 수 없으며. 분쟁의 평화적 해결, 위기 해결 노력, 외교와 대화가 중요하다. 오늘날의 시대는 전쟁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유럽국가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내용을 공동성명에 직접 담고자했지만, 러시아와 중국 등의 반대가 심해져 공동성명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처하면서 중재안이 제시된 것이다. 특히 개최국인 인도네시아가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회의에 앞서 열린 G20 장관회의에서는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문제 등을 놓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원인이라는 서방측 주장과 대러제재가 원인이라는 러시아가 서로 비난을 일삼으면서 공동성명 논의 자체가 무산된 바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함께 이번 G20의 주요 안건인 경제공조 문제에 대해서도 이견이 심해 구체적인 협력안이 나오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G20 간 불협화음에 세계 경기를 침체에서 건져내려는 노력이 좌절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러시아 문제로 이미 두패로 나뉜 정상들이 단체사진 촬영도 거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 바 있다. CNN에 따르면 G20 회의에 참석한 주요 정상들이 러시아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길 원치 않아 단체사진 촬영이 어려울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번 G20 회의에는 러시아 대표로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대신 회의에 참석했다.
일각에서는 아예 이번 G20 정상회의가 마지막 G20 정상회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지난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 이후 미국 주도로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도 러시아가 축출되면서 주요 7개국(G7)으로 전환된 바 있다"며 "향후 G20에서도 러시아를 제외시키고 G19로 바꾸자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