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완용기자
[아시아경제 차완용 기자]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추진하는 ‘네옴 시티’ 프로젝트는 첨단 테크노로지와 이론 등을 현실에 구현한 꿈의 도시 ‘유토피아’다. 2017년 첫 발표 때만해도 실현 불가능한 판타지로만 여겨졌다.
사우디 북서부에 서울의 44배에 달하는 2만6500㎢ 규모의 도시를 짓고 내부는 인공지능(AI) 기술로 사계절 내내 온화한 기후를 만들겠다고 했다. 하늘에는 자동차, 가정에는 로봇 집사, 테마파크에는 로봇 공룡, 야외에는 스키장이 들어선다는 믿기 어려운 내용이 가득했다.
세계 각국은 허무맹랑한 소리라며 비판적인 시선을 쏟아 냈다. 그럼에도 5000억 달러(약 650조원)라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다고 하니 주목했다. 더욱이 비공식 세계 최고 갑부로 알려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직접 사업을 추진한다고 하니 서로 사업을 수주하겠다며 사우디로 찾아갔다. 2019년 기준 빈 살만 왕세자의 개인재산은 9535억 달러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후 5년간 이렇다 할 개발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당연히 공사 발주도 거의 없었다. 그런데 지난해 11월부터 네옴 시티와 관련된 1조원이 넘는 공사 발주가 나오기 시작했다. 에너지 개발부터 항만 개발, 고속철도 터널 개발 등 공사 발주가 잇따라 진행됐다. 지난 7월에는 빈 살만 왕세자가 사우디의 경제수도 제다에서 전세계를 대상으로 네옴 시티 프로젝트 사업의 하나인 자급자족 도시 ‘더 라인’에 대해 발표했다.
더 라인 조감도에 그려진 것은 황량한 사막 위에 만들어진 거울 외벽을 가진 건축물이었다. 너비200m, 높이 500m, 길이 170㎞에 이르는 건축물이 마주보는데 이것이 바로 도시다. 사우디는 2030년 도시가 완성되면 900만 명의 사람들이 이곳에 거주할 것으로 전망했다. 네옴(NEOM)의 홍보자료에는 바다 위에 떠 있는 팔각형 첨단 산업 단지 ‘옥사곤’, 대규모 친환경 산악 관광 단지 ‘트로제나’에 대한 구상도 펼쳐졌다.
빈 살만 왕세자는 더 라인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네옴과 평범한 도시의 차이는 구식 노키아 폰과 매끈한 스마트폰의 차이만큼이나 극명하다”며 “(네옴이) 지구에서 가장 살기 좋은 지역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네옴의 구상은 비현실적”이라는 일부 지적에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시작하는데, 왜 일반 도시를 복사해야 하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이제는 빈 살만 왕세자의 자신감을 세계가 점점 인정하는 분위기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는 4일(현지 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총회를 연 뒤 네옴 시티를 2029년 동계아시안게임 개최지로 최종 결정했다. OCA 측은 “사우디의 사막과 산들이 동계 스포츠의 무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막으로 뒤덮인 서아시아에서 동계 올림픽을 열게 된 것은 사우디가 처음이다. OCA는 개최지 선정 투표에서 네옴 시티가 만장일치로 선정됐다고 덧붙였다.
차완용 기자 yongcha@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