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절벽]⑨외국인 이민 확대 불가피…'국민 신뢰 획득이 중요'

편집자주'2분기 합계출산율 0.75명, 50년 후 인구 절반이 65세 이상, 100년 후 인구 2100만명'. 급속한 저출산, 고령화로 지구 상에서 가장 먼저 소멸할 국가로 거론되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전문가들은 정책 목표를 출산율 제고 자체에 두기 보다는 돌봄 지원 등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갖춰 출산 및 양육에 대한 부모의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생산연령인구 감소도 피할 수 없는 만큼 인구구조 역전에 따른 전향적인 정책 전환도 모색할 시점이다. 연령별 최저임금 차등화, 직무급제 중심의 정년연장 도입을 통한 노인 인력 활용을 높이고, 인구 유지 및 노동력 확보를 위해 외국인 이민자 수용을 확대하는 등 다문화 사회로의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지난 6월28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에서 인촌기념관에서 열린 국제하계대학 입학식 및 오리엔테이션에서 외국인 학생들이 응원을 배우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우리나라 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외국인 이민자 수용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받고 있다. 앞으로 내국인 만으로는 국가가 제대로 운영되기 힘든 구조가 되고 있는 만큼 인구유지와 노동력 확보를 위해 다문화 사회로의 전환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이민 확대 필요성을 알려 국민 신뢰를 높이고, 귀화 제도도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리나라가 직면한 인구 감소의 가장 큰 문제는 경제 동력인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생산연령인구 비중은 2070년 총 인구 대비 46.1%로 축소될 전망인데, 이 경우 생산력과 소비가 감소하고 고령자 복지 지출은 늘어 국가 존립 자체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 당장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면 현실적으로 외국인 이민 활성화 노력을 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우리보다 앞서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겪은 선진국들은 이미 포용적인 이민 정책을 수립한 곳이 많다. 독일의 경우 2000년대 들어 인구감소 문제가 심각해지자 이민자를 적극 수용하는 정책을 펼쳤고, 이는 독일 경제가 이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난달 기준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이 약 212만명으로,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252만명)에 비해 크게 줄어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이민 활성화는 지방·중소기업 등 단순 노동력 확충 외에 우수한 첨단산업 인력을 국내로 많이 유입시킬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우리나라는 반도체와 소재 등 주요 산업에 석·박사급 인재가 부족한데, 인도나 유럽 등에서 고급 인재를 받아들일 수 있다면 미래 먹거리 산업의 부흥이 가능하다. 우리와 같이 인구감소 문제를 겪고 있는 대만은 최근 첨단산업 분야에 외국인 인재를 40만명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서울 종로구 경복궁에서 한복을 차려입은 외국인들이 이동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다만 우리나라는 단일민족이라는 인식이 강하고 외국인과의 교류 의지가 약한 편에 속하기 때문에 국민 신뢰를 이끌어낼 수 있는 세밀한 정책이 요구된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이민자 혐오와 범죄양산 등 불협화음만 커질 수 있다.

한국인에게도 어려울 정도로 문턱이 높은 귀화 제도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귀화하려면 귀화용 종합평가(KINAT)를 통과해야하는데 시험 문항의 난이도가 고르지 않고, 신청 조건도 까다로워 악명이 높다. 우수인재로 영입하는 귀화자도 전체 귀화자의 극소수에 불과해 부실하다는 의견이 다수다. 때문에 해외 우수한 귀화자들은 국내에 정착시키기 위해선 제도의 포용력을 높이고 기준도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이민학회 회장인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민 확대로 불리해질 수 있는 계층과 집단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긍정적 효과는 극대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일반 국민들은 이민자가 우리 사회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부분에 대한 소통도 늘려 신뢰 받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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