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대 불가사의 피라미드 미스터리 풀리나…'석재 옮긴 흔적 발견'

'유럽 환경지구과학 연구교육센터' 연구팀
식물 꽃가루 화석 통해
건설 가능케 한 지류 발견

공군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피라미드 에어쇼 2022에 참가해 이집트 카이로 인근 피라미드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정완 기자]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피라미드에 사용된 대형 석재들의 운반 방식에 대한 의문점이 풀릴 만한 증거가 확보됐다.

최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프랑스 '유럽 환경지구과학 연구교육센터(CEREGE)'의 환경지리학자 하데르 세이샤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이집트 북부 기자 피라미드 주변에서 시추한 퇴적층에서 발견된 꽃가루 화석을 통해 나일강 지류의 흔적을 확보한 결과를 전날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발표했다.

이전까지 피라미드 건축에 들어간 거대한 석재들이 어떻게 운반됐는지는 미스터리로 여겨졌다. 이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쿠푸왕의 피라미드는 높이 147m에 밑변 길이 230m에 이른다. 건축에 들어간 석회암과 화강암 등 2t(톤)이 넘는 대형 석재는 약 230만개 사용됐다. 앞서 학계에선 나일강이 피라미드 물자 운반에 이용됐고 건설 현장까지 수로를 팠을 수도 있다는 가설이 제기돼 왔으나 이를 입증하진 못했다.

연구팀은 꽃가루 화석을 통해 기자 피라미드 인근을 흐르던 나일강 지류의 흔적을 파악하고 이를 통해 대형 석재들이 운반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집트 제4왕조의 두 번째 파라오인 쿠푸왕의 이름을 따 '쿠푸 지류'로 명명된 하천이 나일강 본류에서 약 7㎞ 떨어진 피라미드 건설 현장까지 물자를 운반하기에 충분한 수위를 유지했다는 주장이다.

연구팀은 쿠푸 지류로 추정되는 곳을 따라 여러 해에 걸쳐 5곳을 시추해 수천년에 걸친 퇴적층 시료를 확보한 뒤, 시료의 꽃가루 알갱이 화석을 분석해 양치식물과 종려나무 등 61종의 식물을 확인했다. 해당 식물들은 약 8000년에 걸친 주변 환경의 변화를 파악하는 단서가 됐다. 부들이나 파피루스 등의 꽃가루는 물가 주변 환경을 나타내고, 가뭄에 강한 식물의 꽃가루는 하천과 멀리 떨어진 환경을 나타내는데 이를 통해 쿠푸 지류의 위치를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쿠푸왕 피라미드와 카프레, 멘카우레 피라미드가 건설된 기원전 2686~2160년 당시에는 쿠푸 지류가 약 40%의 수위를 유지해 물자 수송에 충분하면서도 범람 위험이 없어 피라미드 건설에 적합했던 것으로 분석했다.

이후 기원전 1350년 무렵부터는 수백년에 걸쳐 수위가 낮아지면서 물자를 수송할 수 없게 돼 피라미드 건설도 끝나게 됐다. 알렉산더 대왕이 이집트를 정복한 기원전 332년 무렵에는 지류가 바짝 말라붙은 지류가 피라미드 묘역으로 전환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세이샤 연구원은 NYT에 기자의 자연환경이 피라미드 건설에 이용됐다는 점을 밝혀낸 것은 고대 건축물을 둘러싼 많은 의문 중 일부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됐다며 "환경에 관해 더 많이 아는 것이 피라미드 건설을 둘러싼 수수께끼를 풀 수 있다"고 밝혔다.

김정완 기자 kjw106@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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