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자영업자] 상하위층보다 중간층 피해가 더 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코로나19와 디지털 전환에 따른 자영업 시장의 변화'
상위업체의 승자독식 강화와 하위업체의 배달앱 이용
'적당히 괜찮았던' 중간층 자영업자들 경쟁력 약화

자영업자들이 물가 폭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22일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업주가 인상된 가격으로 메뉴판을 수정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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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매출 '떡락'(급격한 하락세)인데, 추석 연휴에 나흘 쉬면 매출이 지하를 뚫고 들어갈 것 같네요". 서울 영등포구에서 체인점 국숫집을 하는 박은수(42)씨는 땅이 꺼질듯이 한숨을 쉬었다. 박씨는 4년 전 직장을 그만두고, 있는 돈 없는 돈 끌어 모아 가게를 냈다. 지방에서 국숫집을 하던 부모님의 레시피를 전수 받았고 자리도 좋아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단골이 꽤 있었다. 임대료, 재료비, 공과금 등을 다 제외하고 당시 박씨 손에 쥔 월수입은 보통 300만원 정도였다. 첫 장사치곤 선방한 점수였다. 좁은 주방에 하루에 12시간씩 서있어야 했지만 점점 나아질 거란 생각에 버틸만 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희망을 꺾어놓았다. "국수는 회사원 점심 메뉴라 배달수요도 치킨, 족발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인 데다 재택근무 기간이 길어지면서 월수입이 100만원도 안된 적도 있다"며 "아직도 코로나가 터지기 전 수입을 밑돌고 있다"고 했다.

중분위 자영업자 사업소득만 코로나 이후 2.7% 감소

자영업자들의 사업소득이 팬데믹 기간에 위축된 가운데 박씨처럼 소득 중간층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상하위 양극단의 소득 변화는 상대적으로 덜했다. 상위업체들의 승자독식 강화와 하위업체들의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이용으로 인한 매출기회 확대로 중간층 자영업자들의 경쟁력이 약화된 것이다.

5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코로나19와 디지털 전환에 따른 자영업 시장의 변화' 보고서는 통계청 가계동향조사를 분석해 자영업 종사자 가구의 형편을 파악했다. 자영업자의 월 사업소득을 1~5분위로 나눠 살펴본 결과 중분위(상위 40~60%)인 3분위 사업소득은 2021년 282만원으로 2019년(290만원) 대비 2.7% 감소했다. 코로나19가 확산됐던 2020년(277만원)에 전년 대비 -4.3% 줄었든 뒤, 이듬해 약간 반등하긴 했지만 회복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1분위(하위 20%)에 속한 영세한 자영업자의 월 사업소득은 2019년 68만원에서 2021년에는 75만원으로 9% 증가했다. 5분위(상위 20%) 역시 639만원에서 643만원으로 0.6% 소폭 증가했다.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3일 서울 명동 한 음식점이 한산하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지원은 하위층에 집중, 대출금리도 올라…중간층 위험

자영업 시장의 허리는 왜 부러진 걸까. 보고서는 사업소득 상위층인 유명한 맛집이나 대형 점포에는 시기에 상관없이 사람들이 몰려 '슈퍼스타 효과'를 유지했다고 분석했다. 김문태 연구위원은 "온라인을 통해 다른 점포와 경쟁 범위가 도보 도달 거리에서 오토바이 배달 거리까지 확대되며 '동네 1등'은 의미가 없어지고 일부 상위 업체로 수요가 쏠렸다"고 분석했다.

하위층 영세 자영업자들에 대해 김 연구위원은 "이들은 코로나19 전보다 배달앱 효과를 누리며 접근이 어려운 점포까지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중간층 자영업자의 소득이 줄어 하위층으로 떨어지게 되고, 원래 하위층 자영업자들 중 일부는 아예 폐업을 하면서 집계 대상에서 빠져 하위층 소득이 늘어난 듯한 착시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에서 눌리고 밑에서 치이면서 '적당히 괜찮았던' 중간층 자영업자들의 입지는 앞으로 더 좁아질 확률이 높다. 자영업자 지원 정책은 새출발기금에서 보듯 하위층에 집중된데다 코로나19 기간에 늘어난 대출의 이자까지 금리상승기를 타고 불어나고 있고 이달 말부터 대출 만기연장 지원 정책도 끝나기 때문이다.

하준경 한양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소상공인의 디지털 기술 활용도는 여전히 낮은 상황이라 지원 사각지대에 놓인 소득 중간층 자영업자들이 매출을 올릴 수 있도록 정부에서 디지털 전환 대응 컨설팅 지원을 해주는 것이 방법"이라며 "이들의 금융 부실 위험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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