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화정기자
권대영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새출발기금 추진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 코로나19로 피해로 입은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위한 채무조정 프로그램 '새출발기금'이 오는 10월 시행된다. 연체 90일 이상된 부실차주는 재산을 제한 순부채에 한해 60~80%의 원금 조정이 지원된다. 최대 10년간 분할상환이 가능하며 고금리 대출은 중·저금리로 조정된다. 조정 한도는 15억원이다. 금융당국은 최대 40만명까지 새출발기금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28일 금융위원회는 10월부터 시행 예정인 새출발기금의 세부방안을 발표했다.
30조원 규모로 조성되는 새출발기금은 코로나 피해 자영업자·소상공인이 보유한 협약 금융회사의 대출을 차주의 상환능력 회복 속도에 맞춰 조정하는 프로그램이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코로나 피해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의 잠재보실 확대를 막고 부실이 발생한 차주에는 신용회복과 재기의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채무조정제도를 마련했다"면서 "상환능력 대비 과도한 상환부담을 완화하고 영업회복에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부여하며 부실차주에 대해서는 원금 조정 등을 통해 기존 부채를 상환능력에 맞게 조정함으로써 재기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새출발기금은 코로나 피해 개인사업자 또는 소상공인으로 90일 이상 장기 연체에 빠졌거나 근시일 내에 장기연체에 빠질 위험이 큰 취약자주를 대상으로 한다. 영업제한 등 방역조치를 이행한 업종은 모두 지원대상에 포함되며 코로나 발생 이후 폐업한 차주도 가능하다.
1개 이상의 대출에서 3개월 이상 장기연체가 발생한 부실차주와 ▲폐업자 및 6개월 이상 휴업자 ▲만기연장·상환유예 이용차주로 금융회사의 추가 만기연장이 어려운 차주 또는 이자유예 이용 중인 차주 ▲국세·지방세·관세 체납으로 신용정보관리대상에 등재된 차주 ▲신용평점 하위차주 또는 고의성 없이 상당기간 연체가 발생한 차주 등 부실우려차주 등 취약차주가 채무조정 대상이다.
중소기업벤처부 손실보전금 지원대상 업종이 아닌 부동산 임대업, 도박기계 및 사행성 오락기구 제조업, 법무·회계·세무 등 전문직종 등은 지원대상에서 제외된다. 또한 신청자격을 맞추기 위해 고의 연체한 차주, 고액자산가가 소규모 채무 감면을 위해 신청하는 경우 등은 채무조정이 거절된다. 금융위는 도덕적 해이 방지를 위해 합리적 채무조정 거절 요건을 마련하고 채무조정 신청 시 질적 심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채무조정 이후에도 허위서류 제출, 고의적 연체 등이 발견될 경우 채무조정을 즉시 무효화하고 신규 신청이 금지된다.
채무조정 대상 대출은 '새출발기금 협약'에 가입한 협약 금융회사가 보유한 모든 대출을 대상으로 한다. 금융위는 약 6500여개 금융회사와 협약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영업자·소상공인은 신용대출 보유비중(13%)이 낮고 담보(75%), 보증부대출(12%)이 많은 만큼 담보·보증대출도 지원한다. 자영업자 특성상 가계대출도 지원대상에 포함되나 법인 소상공인은 법인과 대표자가 분리돼 있는 만큼 대표자의 가계대출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부동산임대·매매업 관련 대출, 주택구입 등 개인 자산형성 목적의 가계대출, 전세보증대출 등 대출 특성상 코로나 피해와 무관한 대출은 지원에서 제외된다. 다만 주택 등 부동산을 담보로 한 사업용 대출, 화물차·중장비 등 상용차 구매대출은 사업영위를 위한 대출이므로 조정 가능하다. 할인어음, 무역금융, 특수목적법인(SPC) 대출, 예금담보대출, 기타 처분에 제한이 있는 대출, 법원 회생절차 진행 중인 대출도 지원에서 제외되며 개인간 사적채무 또는 국세·지방세·관세 등 세금체납액 등 협약 미가입자에 대한 채무, 부실우려차주가 보유한 대출받은지 6개월이 지나지 않은 신규 대출 등도 지원 대상이 아니다. 부실차주는 6개월 이내 신규대출이 총 채무액의 30% 초과시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새출발기금은 고의적·반복적 채무조정 신청사례를 제한하기 위해 신청기간 중 1회만 채무조정 신청이 가능하다. 다만 부실우려차주가 새출발기금 이용과정에서 90일 이상 채무조정안을 이행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부실우려차주 트랙에서 부실차주 트랙으로 이전해 조정하는 것은 가능하다.
조정한도는 담보 10억원, 무담보 5억원으로 총 15억원이다. 권 국장은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 조정한도와 동일하게 했고 우리나라의 자영업자의 평균 채무가 약 1억 2000만원 정도 되기 때문에 15억원 정도면 거의 대다수가 포함될 것"이라며 "당초 25억원이었던 한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는 여론을 수용해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채무조정은 차주의 신용상태 및 대출유형에 따라 두 가지로 나눠 맞춤형으로 진행된다. 부실차주가 보증부대출과 신용대출을 신청한 트랙 1의 경우 엄격한 심사 절차를 거쳐 총부채가 아닌 보유재산가액을 넘는 부채분(순부채)의 60~80%에 대해 원금조정을 지원한다. 순부채(부채-재산가액)에 대해 감면율 60~80%를 차등 적용하는 만큼 보유재산에 따라 총부채 대비 감면율은 0~80%로 상이하게 된다. 보유재산가액이 총부채를 넘을 경우 원금조정은 지원되지 않는다. 감면율은 소득 대비 순부채 비중, 경제활동 가능기간, 상환기간 등을 고려하여 결정된다. 권 국장은 "50만원 버는데 100만원을 갚으라 하면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50만원을 빼고 난 그 부분에 대해서 60% 내지 80%를 감면하는 것"이라며 "경제활동을 오래할 수 있을 것 같으면 감면율을 낮추고 나이가 많아서 경제활동 기간이 짧을 것 같으면 감면율을 높인다든지 또는 상환의지를 가지고 감면율을 미세조정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운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트랙1의 경우 이자·연체이자는 감면되며 일시상황이든 분할상황이든 기존 대출형태와 무관하게 분할상환 대출로 전환돼 조금씩 꾸준히 상환해야 한다. 치주는 직접 자신의 자금사정에 맞게 거치기간 및 상환기간을 선택하고 선택하고 그 일정에 따라 대출을 상환하게 된다. 분할상환금 납부를 유예할 수 있는 거치기간은 최대 0~12개월간 지원되며 분할상환기간은 1~10년간 지원된다.
채무조정 이후 정기적 재산조사 등을 통해 은닉재산이 발견되는 즉시 원금조정 등 기존 채무조정은 무효처리 된다.
트랙 1에 해당하는 부실 차주는 약정체결 확정시 장기연체정보가 해제되는 대신 2년간 채무조정 프로그램 이용정보(공공정보)를 신용정보원에 등록해 전금융권 및 신용정보회사(CB:Credit Bureau)에 공유하는 신용패널티가 부과된다. 이 기간 차주는 신규 대출, 카드 이용·발급 등 새로운 신용거래가 사실상 어려워진다. 다만 2년 경과시 공공정보가 해제되면서 차주의 노력에 따라 신용도 개선이 가능해진다.
트랙 2는 ▲부실우려차주가 담보·보증·신용채무조정을 신청한 경우 ▲부실차주가 담보채무의 조정을 신청한 경우로 차주가 자신의 영업회복 속도에 맞춰 대출을 상환할 수 있도록 대출구조를 긴 만기, 낮은 금리, 분할상환 대출로 전환한다. 원금조정은 지원되지 않는다.
차주 연체기간에 따라 차등화된 금리 감면이 지원된다. 연체 30일 이전은 기존 약정금리를 그대로 유지하되 9% 초과 고금리분에 대해서만 9% 금리로 조정된다. 연체 30일 이후는 신용점수가 본격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한 차주인 만큼 상환기간 내에서 단일 금리로 조정된다. 상환기간 3년 이하의 경우 3% 후반, 3~5년은 4% 중반, 5년 이상은 4% 후반을 적용하는 식이다. 구체적 금리 수준은 은행권 대출금리, 새출발기금 조달금리 등을 반영해 추후 결정할 예정이다. 트랙 2의 경우에도 기존 대출형태와 무관하게 모두 분할상환 대출로 전환되며 상환기간은 이자만 갚을 수 있는 거치기간은 0~12개월(부동산담보대출은 0~36개월), 분할상환기간은 1~10년(부동산담보대출은 1~20년)까지 지원된다. 거치기간 중 1년 한도 내에서 이자유예도 가능하다. 부실우려차주의 경우 공공정보를 등록하지 않으나 단기연체이력 등에 따른 신용하락으로 새로운 신용거래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
채무조정 신청은 10월 중 오픈예정인 온라인 플랫폼 또는 오프라인 현장 창구를 통해 접수할 수 있다. 신청하면 약 2주일 내 채무조정안이 마련되고 채권매입 등을 거쳐 2개월 내 채무조정 약정이 체결된다.
새출발기금은 법령개정, 금융권 협약체결(6500여개), 전산시스템 구축(1~2개월 소요) 등 준비절차를 거쳐 10월 중 채무조정 신청 접수를 개시한다. 10월부터 우선 1년간 채무조정 신청을 접수하되 코로나 재확산 여부, 경기여건, 자영업자·소상공인 잠재부실 추이 등을 감안해 필요시 최대 3년간 운영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최대 40만명까지 새출발기금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권 국장은 "자영업자 평균 부채 규모(1억2000만원)를 고려할 경우 30조원의 채무조정 시 약 25만명의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지원할 수 있다"면서 "다만 채무조정을 신청하는 차주는 통상 재산·소득 규모가 적고 이에 따라 부채 수준도 낮음을 감안하면 최대 40만명 수준까지 지원 가능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