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변전소부지 매각 3000억 잭팟에도 웃지 못하는 이유

[아시아경제 세종=이동우 기자]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 중인 한국전력이 자구책 마련의 일환으로 옛 의정부 변전소 부지를 이달 초 3000억원 상당에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전력 및 건설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지난 3일 경기 의정부시 용현동에 위치한 경기북부본부 변전소 잔여부지(토지·5만4313㎡)를 대우건설에 2945억7000만원에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당초 한전이 제시한 입찰 최저가(1280억원) 대비 2배가 넘는 규모다.

해당 부지는 2007년도 의정부시와 한전 간 변전소 이전 협약서 체결 후 이전을 완료하고 남은 유휴 부지로 지난 3월 이사회에서 매각을 결정, 6월 대우건설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하며 매각을 논의해 왔다. 대우건설은 매입한 해당 부지에 1000여가구 규모의 주거 공간 개발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은 변전소 부지 매각과 함께 비(非)핵심 자산 처리에 보다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공공자산처분시스템 온비드에 따르면 한전이 자구책 발표 이후 최근 3개월 동안(5월18일~8월9일) 처분한 부동산은 총 3745억원이다. 이 기간 114건의 부동산 입찰을 통해 총 41건이 낙찰됐다.

다만 한전의 올 2분기 예상 적자가 5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자구책 마련이 실질적인 경영 정상화에 미치는 효과가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전의 2분기 연결기준 평균 영업손실액은 5조3712억원으로 올 상반기 영업적자는 약 13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문제는 올 하반기에도 적자 경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국제 에너지 값 급등으로 전력 구매비용이 크게 늘었지만 전기 요금 정상화가 지연된 탓이다. 한전이 발전업체들로부터 전력을 구매할 때 적용하는 도매가인 계통한계가격(SMP)은 올 1월 ㎾h(킬로와트시)당 154.42원에서 4월 202.11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감소했다가 이달 들어 다시 200원대로 상승했다.

한전은 자회사인 한전기술지분 14.77% 매각과 해외 석탄 광산을 정리해 2조5000억원 상당의 실탄을 확보한다는 구상이지만 일각에서는 핵심자산의 헐값 매각 우려가 나오는 실정이다. 전기요금의 추가 인상도 쉽지 않다. 4월 기준연료비 인상에 이어 오는 10월 한 차례 추가 인상을 결정했지만, 연료비 조정단가는 올해 최대 인상폭을 모두 소진한 탓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액화천연가스(LNG) 등 전 세계 발전 원재료 인상으로 한전의 올 하반기 적자 규모는 약 10조9800억원에 달할 전망"이라며 "연간 누적 적자는 24조원에서 최대 30조원가까이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경제부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