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선기자
[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 e심(eSIM·내장형 가입자식별모듈) 서비스가 상용화하면 이통사 대리점에 방문할 필요가 없어진다. 비대면·온라인 개통이 일상화 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스마트폰 유통의 중심지였던 오프라인 대리점의 역할도 크게 줄어든다. 급성장하고 있는 자급제 시장은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원 이진선(32세)씨는 새로 나온 ‘갤럭시Z 폴드4’를 구매하기 위해 이동통신 3사의 스마트폰 판매 쇼핑몰과 쿠팡·11번가 등 오픈마켓·홈쇼핑까지 검색해 마음에 드는 요금제를 최저가로 구매했다. 익일 배송 서비스를 통해 최신폰을 받은 이 씨는 기존 사용하던 스마트폰 요금제를 저렴한 음성 통화 요금제로 변경해 새 스마트폰으로 기기를 변경했다. 오랫동안 쓰던 번호를 바꾸기도 애매하고 10년 이상 사용해 장기 가입 혜택 등을 받고 있는 현재 이통사에서 다른 이통사로 번호 이동하기 싫었기 때문이다.
부족한 데이터는 e심 서비스를 이용해 알뜰폰의 데이터 전용 요금제에 가입했다. 한 곳에서는 장기 가입 할인, 다른 한 곳에서는 신규 가입 프로모션을 통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잠시 시간을 내 모니터 화면 위에 있는 QR코드를 촬영하고 e심을 다운로드 한 뒤 몇 가지 개인정보를 확인하는 것으로 가입 절차가 모두 끝났다. 이통사가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들을 이용하면 요금과 부가서비스 가입, 변경은 물론 각종 사후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휴대폰 매장에는 아예 들를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와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이전 2만개가 넘었던 휴대폰 판매점은 현재 1만9000여개로 소폭 줄었다. 판매점 종사자는 약 7만명으로 추정된다. '휴대폰 판매점'은 개인 사업자가 운영하는 판매점만 포함됐다. 휴대폰 유통시장은 대리점과 판매점으로 나뉜다. 대리점은 이동통신 3사가 직접 운영하거나 위탁 관리를 통해 휴대폰을 판매하는 곳으로, 개통과 기기변경 등 통신 서비스 업무가 가능한 매장이다. 판매점은 대리점으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휴대폰 판매만 대행하는 매장이다. 통신사에서 직접 운영하는 대리점수는 약 1만여개로 추산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개통과 자급제폰 수요 증가로 오프라인 유통망의 위상이 하락하면서 이미 휴대폰 유통업은 변곡점을 맞고 있다. 조사기관 컨슈모인사이트에 따르면 휴대폰 온라인 인터넷 구매 비중은 2015년 12%에서 지난해 22%로 뛰었다. 이에 자급제폰 구입 시장도 성장했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 6개월 내 휴대폰을 구입한 전체 소비자 중 자급제폰 선택 비율은 35%였다. 2015년 전체의 8% 수준이었던 휴대폰 자급제의 점유율은 올 상반기 기준 15% 증가한 것으로 업계는 추산했다. 유통 경쟁 활성화를 위해 2012년 도입된 자급제폰은 통신사가 정해지지 않은 공기계를 말한다. 약정기간이나 통신사 요금제의 조건에 얽매이고 싶지 않은 젊은 소비자들이 주로 선호한다. 통신사들 역시 온라니 판매 채널과 무인매장 등을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e심 서비스가 시작되면 소비 행태의 변화로 자급제 시장은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적인 유심(USIM)을 교체하기 위해선 별도의 핀이 필요하다. 또 유심칩을 담는 트레이도 필요하다. e심은 이와 같은 유심이 스마트폰 자체에 내장돼 트레이도, 핀도 필요가 없어진다.
오프라인 매장의 경쟁력은 더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급제 시장이 커질 수록 오프라인 매장들이 기대할 수 있는 수익도 줄어든다. 휴대폰 한 대를 판매하고 수십만원의 리베이트를 받는 판매점 구조는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생존을 위해 고객 유인책으로 다양한 편법이 횡행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온라인을 통해 판매점 '좌표'를 찍어 홍보에 나서는 경우는 이미 허다하다. 특히 온라인 기반으로 불·편법을 하는 ‘성지점’이 더욱 성행할 수 있다. 고가 요금제와 부가서비스 가입, 일정 기간 의무 사용 등 의 조건을 걸고 단말기 구입 비용에 대한 수십만원대 불법지원금을 차별 지급하는 방식으로 영업한다.
전국 이동통신유통협회 관계자는 "개점 휴업상태나 폐업을 통계에 전부 반영하면 실제 매장은 더 줄었다"면서 "e심 도입으로 가입자수 증가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유통이 온라인 시장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부정요소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프라인 매장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다양한 베네핏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