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윤기자
버버리 클래식 체크 캐시미어 스카프와 리버시블 체크 모노그램 캐시미어 스카프./사진=버버리 홈페이지 캡처
[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 베이지톤에 검은색과 빨간색, 하얀색이 교차된 체크 무늬. 명품 브랜드 ‘버버리’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다. 버버리의 상징인 체크 무늬가 들어간 제품은 누구나 하나쯤은 갖고 있을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랑받고 있다.
원래 버버리의 체크 무늬는 스코틀랜드의 전통 문양인 ‘타탄 체크’에서 유래했다. 여러 색을 바둑판처럼 교차하게 만든 무늬로 당시 타탄 체크 무늬는 스코틀랜드 지방에서 종족과 계급을 나타내는 문장으로 사용됐다. 버버리는 여기서 영감을 얻었고 1920년대 레인코트의 안감에 처음 사용한 것을 시작으로 1960년대에 이르러 이 무늬를 본격적인 브랜드 시그니처로 발전시켰다.
1967년엔 레인코트 외 여러 제품에도 체크 무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당시 버버리 파리 매장 담당자이던 자끌린 딜레망이 영국 대사이던 패트릭 라일리 경을 위한 의상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하던 과정에서 코트의 체크 안감을 이용해 여행용 가방의 겉면을 장식하고 우산 커버를 만들었다. 이를 계기로 버버리 체크는 수십 년에 걸쳐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했다. 특히 1970년대에 첫 선을 보인 캐시미어 체크 스카프가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었고 지금까지도 브랜드에서 가장 사랑 받는 액세서리로 자리 잡았다.
버버리 클래식 체크와 TB 모노그램이 혼합된 디자인의 키즈 제품./사진=버버리 홈페이지 캡처
최근엔 이 같은 버버리의 체크 무늬가 여러 형태로 활용되고 있다. 2018년에는 성소수자 커뮤니티를 지지하는 의미의 레인보우 체크를 선보이는가 하면 그래피티 느낌의 문구 또는 여러 일러스트를 체크 무늬 디자인과 혼합해 사용하는 등 다양한 시도가 이뤄졌다. 버버리 창립자인 토머스 버버리(Thomas Burberry)의 이니셜을 딴 ‘TB 모노그램’을 활용한 패턴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2018년 8월 처음 공개된 TB 모노그램은 크리에이티브 최고 책임자 리카르도 티시와 영국인 아트 디렉터이자 그래픽 디자이너인 피터 사빌이 디자인했다.
체크 무늬와 관련한 해프닝도 빼놓을 수 없다. 체크 무늬의 대표격인 디자인으로 통용된 만큼 비슷한 체크 무늬를 제품에 사용한 기업들과 갈등을 빚게 된 것이다. 버버리는 국내에선 2011년부터 잇따라 패션 기업들에 상표권 관련 소송을 제기했다. 대표적인 것이 2013년 당시 LG패션(현 LF)의 브랜드 닥스와 법적 분쟁을 빚은 일이다. 당시 버버리는 LG패션을 상대로 버버리의 체크무늬를 사용한 제품의 제조와 판매를 금지하고 5000만원을 배상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법원은 LG패션이 버버리에 3000만원을 배상하고 버버리는 제조·판매 금지 등 다른 청구를 포기하도록 하는 강제조정을 결정했고 양측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음에 따라 일단락됐다. 버버리는 이듬해 쌍방울에도 마찬가지로 소를 제기했다.
최근엔 이 같은 버버리 체크 무늬 논쟁이 교복 업계로 번지는 일도 있었다. 버버리는 2019년부터 버버리 체크 무늬와 비슷한 디자인을 차용한 국내 교복 제작 업체들을 상대로 상표권 침해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한국학생복산업협회는 버버리 측 한국 대리인과 협의를 거쳐 올해까지만 기존 디자인을 사용하기로 했다. 내년부터는 해당 디자인을 사용할 수 없다는 조건이다. 이에 각 지역 교육청들은 부랴부랴 상표권 침해 가능성이 있는 학교를 확인해 디자인 변경을 지시했다. 현재 교복 디자인을 변경해야 하는 학교는 전국적으로 260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