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준한 '나를 벗겨준 '안나', 인생 두번 사는 기분'

쿠팡플레이 '안나' 지훈役
그룹 izi 데뷔 후 배우 전향
"악역 아닌 평범한 인간으로 접근 … 연기할 때 여전히 설레"

김준한/사진=쿠팡플레이

[아시아경제 이이슬 기자] "다시 예전처럼 살 자신 있어? 일 틀어지면 가만 안 둬."

화면 속 악랄한 모습에 배신감이 들었다. 다정하고 수줍던 '슬기로운 의사생활' 속 안치홍은 어디 갔을까. 배우 김준한(39)은 쿠팡플레이 시리즈 '안나'(감독·극본 이주영)에서 남다른 야망으로 목표지향적 삶을 추구하는 스타트업 사업가 최지훈으로 분했다. 말간 미소가 걷히자 시커먼 야욕이 민낯을 드러낸다. 폭언, 폭행, 외도를 저지르면서도 정치 야망을 품으며 거침없이 달린다.

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준한은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는 지훈을 연기하면서 나를 한꺼풀 벗겼다"며 "틀을 깨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대본을 읽으면서 '이건 해야겠는데?' 생각했다"며 "재미있는 작품을 보면 그저 참여하고 싶다고 느끼는 편"이라고 했다.

배역에 대해서는 호기심이 앞섰다고 했다. 김준한은 "제삼자 입장에서 생각할 때, 상상 못한 캐스팅이라고 봤다. 젊은 나이에 정치에 입문하는 인물인데, 나는 어린 얼굴 아닐까 싶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젊은 사람도 정치인이 되고 큰 역할을 맡기도 하지 않나. 시대가 많이 바뀌었고, 그런 점이 작품에 반영된 게 아닐까"라고 말했다.

지훈은 운전기사가 지각했다는 이유로 폭행과 폭언을 휘두르며 해고하거나, 다른 여자를 태우고 태연히 음주운전을 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캐릭터다. 김준한은 "연기하는 입장에서 악하다, 선하다고 평가하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내가 보고 싶은 모습만 묘사하듯이 연기해버리면 굉장히 편협한 인물로 표현되잖아요. 나빠서 그렇게 행동하는 게 아니라, 굉장히 지능적이지만 살기 위해 선택한다고 봤어요. 하지만 생각 방식과 결정이 일반적이지 않죠. 지훈은 어떤 이유에서 목적이 굉장히 중요한 사람이고, 가다 보니 자기 모습이 어떤지 중요하지 않은 거죠. 목적만 중요하니까요."

김준한은 스스로 어떻게 설득됐을까. 그는 "지훈은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라며 "상황이 그랬을 뿐"이라고 바라봤다. "일상에서 많이 봐온 사람이 아니고 사람들이 흔히 겪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 인물이기에 표현하기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부담이 됐다. 결국 상황이 사람을 만드는 게 아닐까."

"꼭 정치인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모두 일상에서 남에게 보이고 싶은 모습이 있고, 각자 가면을 쓰고 살아가잖아요. 많은 사람에게 어필하기 위해 지훈이 어떻게 행동할까 상상하면서 접근했어요."

지훈은 자신과 비슷한 면을 가진 안나(수지 분)와 사랑 없는 결혼을 선택한다. 선자리에서는 쿨하고 따뜻한 미소를 보여주지만, 결혼 후에는 고약한 민낯을 드러낸다. 안나에게 원하는 것은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공고히 해줄 동반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수화통역을 해준 것도 그저 자신을 돋보이게 할 기회일 뿐이다.

"편집된 장면인데 안나를 바라보다 객석을 보는 장면이 있어요. 이게 지훈한테 본능적으로 작용했다고 봤죠. 아내가 굉장한 무기가 되겠다는 직감, 그래서 더 예뻐 보이지 않았을까요. 자신이 가지고 있지 않은 부분을 보지 않았나, 안나와 합이 잘 맞는다고 느낀 거죠."

김준한은 지훈과 달리 실제로는 순애보 스타일이라고 했다. "서로를 있는 모습 그대로 바라보는 관계가 좋아요. 어떤 모습이든 받아들이며 이해할 수 있는 관계가 있잖아요. 분명 단점인데, 그 마저 굉장히 사랑스럽고. 그냥 그 사람 자체가 좋은 거요. 앞으로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2005년 그룹 이지(izi) 멤버로 데뷔한 김준한은 배우로 전향했다. 2012년 단편영화를 시작으로 영화 '박열'(2017)·'마약왕'·'변산'·'허스토리'(2018),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2020),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시간'·'봄밤'·'슬기로운 의사생활' 등에 출연했다.

그는 "매 순간 신기하고 설레고 배웠다. 여전히 연기가 재미있다. 음악을 하다 연기하게 됐는데 인생을 두 번 사는 느낌이다. 연기 활동하면서 활동을 빗대어 볼 수 있는 인생이 하나 더 존재한다는 게 감사하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만나게 될지 설레고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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