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낙규군사전문기자
김형민기자
[아시아경제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김형민 기자] 국가정보원이 박지원 전 원장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이 새 국면을 맞았다. 청와대 대통령실과 해양경찰청, 해양수산부, 국방부 등에 이어 국정원까지 수사선상에 올랐다. 검찰 안팎에선 ‘특별수사팀’이 꾸려질 가능성도 높게 본다.
서울중앙지검은 7일 오전 국정원의 박 전 원장 고발사건을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에 맡겼다. 국정원은 전날 박 전 원장을 대검찰청에 고발했고 대검은 곧바로 사건을 중앙지검에 이첩했다. 중앙지검도 사건을 받은 다음날 바로 부서 배당을 끝냈다. 2년 전 사건이고 증거자료 수집이 쉽지 않지만 국민적 관심사인만큼 발빠른 수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공공수사1부가 이 사건을 계속 수사하고 있어 배당 결정도 쉬웠을 것으로 보인다.
공공수사1부는 두 전직 국정원장을 함께 수사하게 됐다. 박 전 원장에 앞서 서훈 전 원장이 지난달 22일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진씨의 유족들로부터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됐다. 유족들의 고발사건도 공공수사1부가 맡았다. 서 전 원장은 전날 국정원으로부터도 고발당했다.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이 아닌 ‘탈북어민 북송사건’에 관해서다. 이 사건은 2019년 11월 북한 선원 2명이 동료 16명을 살해하고 탈북해 귀순 의사를 밝혔지만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한 사건이다. 배당도 공공수사3부에 됐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 추후 두 사건이 합쳐져서 함께 수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공공수사1부는, 이희동 부장검사가 지난 4일 정식 부임한 뒤 수사팀을 재정비하고 사건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며 직접수사 여부 등을 고심하고 있다. 이르면 다음 주에는 특별수사팀 구성 여부에 대한 윤곽이 잡힐 가능성이 있다.
법조계에선 국정원의 ‘셀프 고발’로 특별수사팀 구성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사건과 관련된 기관이 상당히 많고 그에 맞게 많은 수사인력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특별수사팀 구성이 불가피하다. 국가기밀·안보를 책임지는 국정원이 스스로 조사한 후 전직 국정원장들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특별수사팀을 반드시 구성해야 할 정당성도 확보됐다는 분석도 있다.
특별수사팀이 가동되면 검찰은 신속한 자료 확보를 위해 즉시 대통령기록관, 해경청 등에 대한 전방위 압수수색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 가운데 사건에 연루된 기관들도 극명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해양경찰은 이씨가 실종된 지 8일 만에 "자진 월북"이라고 발표했던 중간 수사 결과를 최근 사과와 함께 뒤집었다. 반면 국방부는 사건 관련 첩보를 무단 삭제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사건 당시 월북이란 단어는 미군의 정찰기를 통해 대북 특수정보(SI)로 수집됐을 가능성이 큰데, 그랬다면 미국의 허락 없이 정보를 공개하거나 삭제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란 이야기다. 일각에선 SI 원 정보가 삭제되지 않더라도 판단 경위를 따질 수 있는 보고서는 삭제가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군 고위관계자는 "보고서 등 문서는 정보기관끼리 공유를 한 이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삭제할 수 있지만 원천적인 정보에 대한 삭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씨 유족들은 8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박 전 원장에 대한 구속요청서를 낼 예정이다. 또한 당시 서욱 국방부장관, 이영철 합동참모본부 정보본부장을 직권남용, 공용전자기록등손상죄 등으로 형사고발한다고 밝혔다. 유족들은 이들이 이씨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된 1·2급 정보가 삭제되는 데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