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윤기자
[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 "재료비가 다 오르는데 싫어도 어쩔 수 없죠."
서울 금천구에서 백반 전문 식당을 운영하는 김성자씨(49·가명)는 지난해부터 1년간 반찬으로 사용하던 김치를 최근 중국산으로 바꿨다. 식재료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원가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취한 조치다. 김씨는 "손님들이 중국산 김치를 선호하지 않는 걸 알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도저히 마진이 남지 않는다"면서 "국산 김치를 쓰던 다른 식당들도 서서히 중국산으로 갈아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수입산 김치의 대부분은 중국산인데 국산 김치와 많게는 3배 이상 가격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이에 한동안 김치 수입 역시 점차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월 일명 ‘알몸 김치’ 파동으로 국산 김치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중국산 김치를 배척하는 움직임이 이어졌는데 약 1년여 만에 분위기가 바뀐 셈이다.
6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5월 김치 수입량은 2만4845t으로 직전 달(1만7786t)과 비교해 39% 늘었다. 전년 동월(2만1148t)과 비교해도 17% 이상 증가한 수치다. 지난달도 김치 수입량은 20일까지 1만3852t을 기록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8.7% 늘었다. 배추 값 상승을 비롯한 전반적인 재료비 급등의 영향으로 이런 추세는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국산 김치 가격은 계속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통계를 보면 지난 4일 기준 배추 10㎏의 도매가격은 평균 1만2600원으로 일주일 전(9650원)보다 30% 이상 뛰었다. 1년 전(7474원)보다는 68% 이상 올랐다. 가뭄으로 인한 작황 부진으로 배추 값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다음 달도 배추 출하량이 전년 대비 7.9% 감소해 이런 흐름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을배추 재배 의향 면적도 전년 및 평년에 비해 각각 5.6%, 6.3%씩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생산비 상승과 전년 작황 부진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김치 제조에 들어가는 양념 채소도 전부 오름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는 이달 마늘 도매가격이 상품 기준 1㎏당 8500원으로 평년 같은 달(5961원)과 비교해 42.6%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양파도 1㎏당 1350원 수준으로 평년 같은 달(743원)보다 81.7% 높고, 건고추 역시 가뭄 등으로 이달 수확되는 햇고추 양이 줄어들면 평년보다 가격이 오를 수 있다.
김치 제조업체들도 눈치보기 중이다. CJ제일제당과 대상은 이미 지난 2월 포장김치 가격을 각각 5%, 7%씩 인상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배추 값을 비롯한 채소 가격이 더 뛰면서 인상요인이 산적한 상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한동안 주춤했던 김치 수입량도 다시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미 상당수의 식당이 중국산 김치를 쓰고 있고 재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앞으로도 갈아타는 사례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