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다리 훔쳐보려 PC방 들어간 남성… 대법 '건조물 침입죄 아냐'

재판부 "건물관리자, 출입 승낙 않았을 것… 건조물침입죄 단정 안돼"

[아시아경제 허경준 기자] 여성의 다리를 훔쳐보기 위해 PC방에 들어갔다고하더라도 이를 ‘건조물침입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공연음란과 건조물침입 혐의로 기소된 남성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2월 생활용품판매점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던 여성 B씨 옆으로 다가가 하의를 벗은 채 음란행위를 하고, 10분 뒤에는 한 PC방에서 테이블 아래로 여성들의 다리를 40분가량 훔쳐본 혐의를 받았다.

1·2심은 A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3년 동안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 제한 명령도 내렸다.

대법원은 건조물침입 혐의까지 유죄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 3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1997년 ‘초원복집’ 판례를 변경하면서 만든 새로운 주거침입죄 기준이 근거가 됐다.

당시 전합은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영업장소에 영업주의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으로 들어갔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건조물침입죄에서 규정하는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설령 행위자가 범죄 등을 목적으로 영업장소에 출입했거나 영업주가 행위자의 실제 출입 목적을 알았더라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출입 당시 객관적ㆍ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 태양에 비춰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방법으로 영업장소에 들어갔다고 평가할 수 없으므로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건물관리자가 피고인이 컴퓨터를 이용하는 여성의 몸을 훔쳐볼 목적으로 이 사건 PC방에 들어간 사정을 알았다면 피고인의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지만, 그러한 사정이 있더라도 건조물침입죄가 성립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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