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망도 버거운데' 현대차, 4년 만에 '파업 그림자'

노조 오늘 파업 찬반투표…가결 땐 생산차질 심화 우려

[아시아경제 유현석 기자]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올해 임금 협상 난항으로 1일 파업 찬반투표에 들어갔다. 파업 찬성이 결정되면 2018년 이후 4년 만으로 반도체 공급난과 코로나19에 따른 중국 봉쇄와 부품난에 또 다른 악재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생산 차질을 비롯해 부품사의 제품 공급 지연이 예상되면서 반도체 수급 부진으로 10개월 이상 자동차를 기다려야 했던 소비자들의 대기 시간도 더 길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전국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는 이날 울산공장을 비롯한 전주·아산공장, 남양연구소, 판매점 등에서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시작했다. 투표 결과는 이날 밤 늦게 나올 예정이다.

파업이 가결돼도 바로 진행되지는 않는다. 중앙노동위원회가 오는 4일 노사 간 교섭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 노조는 합법 파업을 할 수 있다. 노조는 6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파업 일정을 논의할 예정이다.

노조는 사측에 기본급 16만52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수당 현실화 등을 요구했다. 또 신규 인원 충원, 정년 연장, 고용 안정, 임금피크제 폐지, 미래차 산업 관련 국내 공장 신설·투자 등도 별도 요구안에 담은 바 있다. 하지만 회사 측과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결국 파업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만약 현대차 노조가 찬성하게 되면 4년 만에 진행되는 파업이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는 한일 무역분쟁, 코로나19 여파 등을 고려해 무분규로 교섭을 마무리했다. 파업이 진행되면 기아도 노조와 공동 투쟁을 예고한 상태인 만큼 연대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 노조가 파업을 진행하면 생산 차질로 인해 회사는 물론 부품사와 소비자들까지 피해가 예상된다. 현대차의 경우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현대차 노조 파업 시 연평균 6만3000대의 생산 차질을 보였다. 평균 매출 손실 추정액은 1조6000억원이다. 가장 피해가 컸던 시기는 2016년이다. 생산 차질 물량은 14만2000대, 금액으로는 3조5500억원이었다.

부품사들도 마찬가지다. 자동차 부품사들은 일반적으로 완성차 업체들과 일정을 같이한다. 완성차 업체의 공장이 쉬면 부품사들도 가동을 중단하는 식이다. 즉, 파업 등으로 인해 공장이 멈추면 피해는 고스란히 부품사들이 입게 된다. 자동차 부품사 관계자는 "전체 파업이나 부분 파업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단 완성차가 파업하면 부품사는 거기에 대한 영향을 그대로 받는다"며 "완성차들도 재고를 무작정 쌓아두는 것이 아닌 만큼 우리도 납품을 무조건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가뜩이나 길어진 신차 대기 시간이 더욱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현대차의 인기 차종은 대기시간이 1년 이상 걸린다. 특히 투싼, 싼타페 등 인기 모델의 출고 대기기간은 지금도 최대 16개월에 달한다. 생산 차질이 발생하게 된다면 소비자들이 차량을 받는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파업이 진행되면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부진으로 늦춰지던 차량 생산이 더 차질을 빚을 것"이라며 "부품 업체의 경우 납품을 하지 못하면서 최악의 경우 흑자 부도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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