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민기자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정부가 생애 최초 실수요자와 청년층의 대출 한도를 높이는 규제완화 방안을 내놨다. 올해 3분기 중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80%까지 완화하고, 50년 초장기 모기지를 도입하는 것이 골자다. 전문가들은 현재 위축된 부동산 거래 숨통을 터주는 정책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금리인상·주택가격 정체 등 외부요인으로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봤다.
정부가 30일 경제장관회의에서 내놓은 대출규제 완화 대책은 실수요자가 주택을 구입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대출한도를 풀어주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한 LTV를 80%까지 완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현재 생애 최초 LTV는 지역·주택가액별로 60~70%가 적용된다. 예를 들어 투기과열지구인 서울에서 9억원 이하 아파트를 구입할 경우 최대 4억원 한도 내에서 LTV 60%를 적용받았다. 하지만 정부는 단기간내 주택가격이 급격히 상승한 것을 감안해 생애 첫 주택구입자에 대한 대출 규제를 완화했다. LTV 80%를 적용받을 경우 서울에서 5억원짜리 아파트 구입 시 대출한도가 기존 3억원에서 4억원까지 확대된다.
대출한도를 결정하는 또다른 요소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규제를 유지하되, 청년층에게는 미래소득이 보다 정확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개선하기로 했다. 지난해 7월부터 DSR 산정시 미래소득을 반영할 수 있으나, 사실상 현장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미래소득 계산방식을 바꿔 반영폭을 확대하고, 은행에서 이를 적용 활용하도록 유도한다.
이와 함께 정부가 지원하는 대출상품인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에 만 39세 이하 청년과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50년 초장기 상품을 도입하기로 했다. 5억원 대출, 금리 4.4%를 가정했을 때 50년짜리 상품에 가입할 경우 월상환액은 206만원으로, 40년 만기 상품(222만원) 대비 원리금 상황 부담이 월 16만원 가량 줄어든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부동산 거래를 대출규제를 통해 인위적으로 막아온 만큼 실수요자들의 대출 숨통을 터주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 보면서도 현재의 거래절벽 상태를 정상화하는덴 한계가 있을 것으로 봤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LTV를 완화하더라도 금리인상에 따른 이자부담과 주택가격 정체로 인해 지난해 수준의 주택 구입열풍이 재현되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역시 "3분기에도 금리파고가 몰려올 것이라는 불확실성이 큰 상황인데 대출을 풀어준다고 집을 사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금리 충격이 시장의 임계점을 넘고, 집값이 바닥을 쳤다는 신호가 있을때 집단적 매수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거래가 일부 풀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기대감에 의한 거래량 증가는 있을 것으로 본다. 지방선거라는 불확실성이 사라지고, 보유세 과세기준일(6월1일) 이후 매물잠김이 가시화되면 매도자우위시장으로 바뀔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리인상과 관련해서도 "원하는 주택이 매물로 나왔고, 대출도 나오는데 금리가 비싸기 때문에 매수를 망설일 케이스는 드물 것"이라며 "전월세 시장에 거주해도 대출을 일으키고 있다면 금리는 동일하게 오르기 때문에 금리인상이 주택매수의 결정적 요인이 되긴 힘들다"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