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주기자
이병환 스카이랩스 대표.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심장질환 영역의 생체신호를 수집·측정·분석하는 기술은 세계 시장에서도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12일 오후 경기 성남시 판교에 소재한 사무실에서 만난 이병환 스카이랩스 대표(사진)의 목소리에서는 자부심이 느껴졌다. 2015년 9월 설립된 스카이랩스는 이제 창업 8년 차를 맞은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심장질환을 24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카트원(CART-1)’으로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하다.
카트원은 반지 형태로 착용하는 광학센서를 이용해 심장 신호를 측정, 심방세동과 같이 사전 탐지가 어려운 질환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렇게 측정된 데이터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이용자 스스로 확인할 수 있고, 클라우드로 전송해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한 뒤 의료진이 볼 수 있도록 데이터를 가공한다. 최근에는 산소포화도 측정 기능을 더해 ‘카트원 플러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카트원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 사용자가 착용만 하면 알아서 심장 신호를 측정한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사용자가 조작을 하지 않고도 데이터를 모으고, 이것이 AI와 결합해 높은 정확도와 유용성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스카이랩스가 단순한 의료기기 제조업체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 환자는 병원에 입원해 있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대부분은 일상생활을 영위하면서 관리하는데 갑작스레 증세가 악화할 때도 있다. 이처럼 병원 밖 환자들의 질환을 상시 모니터링해 관리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이 중요하다. 그는 "스카이랩스를 반지형 기기 제조 업체로 보는 것은 큰 편견"이라며 "만성질환 환자의 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플랫폼을 만들고, 데이터를 바탕으로 환자들의 실질적인 질환 진단과 개선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현재의 스카이랩스로 성장하기까지 빼놓을 수 없는 기반이 있다. 2017년 독일의 세계적 제약사 바이엘이 운영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 ‘그랜츠포앱스(G4A)’에서 최종 우승을 하며 바이엘 본사로부터 5만유로(약 6700만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심혈관 치료제의 글로벌 강자인 바이엘과 심방세동을 모니터링하는 스카이랩스의 기술력의 수요가 맞아떨어졌다. 이 대표는 "바이엘의 대표적 제품이 심방세동 환자에게 필요한 항응고제여서 협업 포인트가 잘 맞았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카카오헬스케어와도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협력 관계를 이어나가기로 했다. 모바일 헬스케어 플랫폼을 갖춘 카카오헬스케어와 스카이랩스의 AI 진단·모니터링 기술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비대면 진료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스카이랩스가 갖춘 원격 모니터링 기술과 플랫폼도 한층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정책 등이 산업의 발전과는 발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 대표는 "만성질환은 일시적 결과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워 환자의 데이터를 꾸준히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외국에서는 원격 모니터링이 보편적인데 우리나라는 원격 모니터링 수가가 없어 의료진이 움직일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런 문제들을 풀어 필요한 분들에게 원격 모니터링을 하고 의료적 효용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스카이랩스는 세계 최대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인 미국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 대표는 "특정 질환이 아닌 다양한 만성질환 파이프라인을 갖추고 허가 절차 등을 진행하고 있다"며 "스카이랩스의 목표는 하나의 플랫폼으로서 가치를 갖게 되는 것"이라고 알렸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