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손선희기자
[아시아경제 세종=손선희 기자] 지난해 60조원(본예산 기준)이 넘는 역대급 세수추계 오차로 논란을 일으켰던 기획재정부가 올해에도 53조원대의 초과세수가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두 자릿대의 과도한 오차율을 기록하게 되면서 나라 재정을 운용하는 기재부가 다시금 '엉터리 추계'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12일 기재부는 총 59조4000억원에 이르는 윤석열 정부 첫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발표하면서, 그 재원으로 53조3000억원의 초과세수가 활용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초과세수는 모두 세입 경정해 일부 국채상환(9조원)을 제외한 44조3000억원을 추경안 재원으로 쓰겠다고 밝혔다. 즉 연간 초과세수분을 기반으로 올해 나라재정의 수입을 대폭 늘려잡고, 동시에 이를 모조리 지출하겠다는 의미다.
최상대 기재부 2차관은 추경안 관련 브리핑에서 "작년에 이어서 초과세수가 또 한 번 금년에 발생되는 점에 대해서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기재부는 지난해 본예산 편성 당시 올해 국세수입이 343조4000억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데 불과 몇 개월 사이 전망치를 53조3000억원이나 올려잡으면서 올해 국세수입이 396조3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수정했다. 본예산 대비 오차율은 15.5%에 이른다. 사상 최대폭 오차를 냈던 지난해(21.7%)보다는 다소 줄긴 했지만, 그래도 두 자릿대의 높은 오차율이다.
이에 따른 올해 총 수입은 본예산 및 1차 추경(553조6000억원)보다 54조7000억원 늘어난 608조3000억원이다. 역대 단일 세입경정으로는 가장 큰 규모다. 총 지출은 1차 추경(624조3000억원)보다 52조4000억원 늘어난 676조7000억원이다.
하지만 올해 경제성장률(GDP)은 정부 목표치(3.1%)보다 떨어진 2%대 중반으로 하향 조정이 유력한 상황이다. 통상 GDP와 세수입은 정비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이 워낙 큰 시점에서 아직 국세수입 집계가 불과 1분기 밖에 진행되지 않았는데도 53조원대의 대규모 세입경정을 실시하는 데 대해 의문이 따라붙는다. 특히 역대 이뤄진 5차례의 증액경정은 모두 6월 이후 국회에 제출됐다는 점에서, 시기적으로는 이번이 가장 빠르다. 단순히 수입을 올려잡을 뿐 아니라, '손실보상'을 위한 일회성 현금지원을 위해 대부분 지출해버린다는 점에서 자칫 연말에 '세수 부족 사태'가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기재부에서는 이 같은 가능성은 일단 일축하고 있다. 고광효 기재부 조세총괄정책관은 추경안 관련 브리핑에서 "(이번 초과세수는) 최근의 거시경제 여건을 반영한 최선의 추계"라며 "3월까지 징수실적이나 진도비, 이런 것들을 감안했을 때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초과세수 발생의 주요 요인으로 '법인세, 소득세, 부가가치세' 등을 꼽았다. 지난해 수출 호조에 따라 주요 기업의 실적이 개선되면서 법인세가 지난해 실적 대비 33조7000억원 늘어난 104조1000억원이 들어올 것으로 봤다. 이미 지난 3월까지 확정적으로 늘어난 법인세 규모만 10조9000억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아울러 연초부터 고용회복 흐름이 이어진 데다 임금상승 및 대기업 성과급 증가 등으로 근로소득세도 10조3000억원 늘어난 58조원이 걷힐 것으로 전망했다. 양도소득세도 부동산 가격 및 공시가격 상승으로 11조8000억원 더 걷힐 것이란 설명이다.
다만 연말까지 실제 이 같은 많은 세수가 들어오더라도, 나라 예산을 운용하는 기재부가 급격한 변동성을 자초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관련해 야권에서는 벌써부터 기재부를 겨냥한 '국정조사'까지 거론하며 진상규명을 벼르고 나섰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한 라디오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작년 세수 집계를 어떻게 한 것인지 대단히 의심스럽다"며 "지난해에도 초과세수가 발생했을 때도 국정조사 사안이라고 얘기했는데, 지금이야말로 그런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국회 원내회의에서 "기재부의 추계 오류가 도를 넘었다"며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에 나서서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세종=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