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목적 숨기고 몰카 들고 구치소 접견 간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팀… 무죄 확정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보이스피싱' 범죄 취재를 위해 몰래 촬영할 수 있는 장비를 소지한 채 수용자의 지인인 것처럼 신분을 속여 구치소에 들어간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의 무죄가 확정됐다.

외부인이 교도관의 감시나 단속을 피해 반입 금지물품을 반입한 경우 금지규정 위반을 이유로 벌칙을 적용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이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할 수는 없으며, '취재 목적임을 알았더라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은 단순한 승낙의 동기에 착오가 있는 것에 지나지 않아 건조물침입죄도 성립할 수 없다는 이유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및 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주거(건조물)침입 혐의로 기소된 SBS PD A씨와 촬영감독 B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판결은 공무집행방해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고, 건조물침입죄 성립과 관련 원심판결 이유에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으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건조물침입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이유를 밝혔다.

A씨와 B씨는 보이스피싱에 관한 제보를 받고 수감 중인 C씨를 취재하기 위해 2015년 8월 14일 오후 2시경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찾았다.

두 사람은 취재 목적을 숨기고 C씨의 '지인'인 것처럼 신분을 속여 접견신청서를 작성·제출해 접견 허가를 받은 뒤 반입이 금지돼 있는 명함지갑 모양의 녹음·녹화 장비를 소지하고 접견실로 들어가 약 10분간 C씨를 접견하면서 그 장면을 촬영하고 대화내용을 녹음했다.

검사는 A씨와 B씨가 공동해 서울구치소장이 관리하는 건조물에 침입(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주거침입)하고, 공모해 위계로써 접견 업무를 담당하는 교도관의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했다는 혐의로 두 사람을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1심과 2심 재판부는 두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성립과 관련 ▲지인인 것처럼 속여 접견을 허가받은 것 ▲몰래 녹음·녹화 장비를 반입한 것 ▲구치소 내에서의 촬영 및 녹음 등 3가지 행위를 각각 판단했다.

재판부는 먼저 접견 허가를 받은 것에 대해 "대법원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는 상대방의 오인, 착각, 부지를 일으키고 이를 이용하는 위계에 의해 상대방이 그릇된 행위나 처분을 하게 함으로써 공무원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직무집행을 방해하는 경우에 성립한다"고 전제한 뒤 "피고인들은 접견신청서에 '지인'이라고만 기재했으나 교도관이 더 이상 구체적이 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점, 피고인들과 C씨의 접견이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형집행법) 제41조 각호의 접견 제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접견업무 담당 교도관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직무집행을 방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형집행법 제41조는 접견 제한 사유로 ▲형사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할 우려가 있는 때 ▲형사소송법이나 그 밖의 법률에 따른 접견금지의 결정이 있는 때 ▲수형자의 교화 또는 건전한 사회복귀를 해칠 우려가 있는 때 ▲시설의 안전 또는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때 등을 열거하고 있다.

또 재판부는 녹음·녹화 장비 반입과 관련 "형집행법은 금지물품을 규정하고 수용자가 금지물품을 반입·제작·소지·사용·수수·교환 또는 은닉하는 경우에는 형집행법 제107조에서 처벌하고 있지만, 외부인이 금지물품 중 '주류·담배·현금·수표'를 수용자에게 전달할 목적으로 허가 없이 교정시설에 반입하거나 수수 또는 교환하는 행위를 한 경우 형집행법 제132조에서 '6개월 이하의 장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는 반면, 외부인이 그 외의 금지물품을 반입한 경우에 관한 형사처벌 규정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따라서 구치수에 녹음·녹화 장비를 소지한 채 들어간 행위를 위계에 의한 공집방에 해당한다고 본다면 입법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해 형사처벌을 확대하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그와 같이 해석해서는 안 된다"며 "피고인들이 녹음·녹화 장비를 구치소에 반입한 행위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마지막으로 구치소 내에서의 촬영 및 녹음 행위와 관련해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방송 제작 과정에서 보이스피싱 조직과 관련된 제보를 받고 그 신빙성을 확인하기 위해 C씨를 접견하면서 촬영 및 녹음을 했고, 당시 C씨는 촬영 및 녹음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구치소 시설 중에서는 접견실 일부만이 촬영됐고, 피고인들은 C씨의 얼굴이나 수감번호 등을 모자이크 처리하고 음성을 변조해 식별할 수 없는 상태로 방송할 계획이었다"고 전제했다.

이어 "이처럼 피고인들의 행위는 C씨에게 금지물품을 전달하거나 외부와의 통신을 매개하는 등 C씨로 하여금 규율위반행위를 하게 하는 것이 아니었던 점, 구치소 시설이나 수용자의 신상이 공개됨으로써 그 보안에 위협이 초래된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들이 구치소 내에서 촬영 및 녹음을 한 행위가 접견업무 담당 교도관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직무집행을 방해했다고 볼 수 없다"며 위계에 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한편 1심 재판부는 취재 목적을 숨긴 채 구치소 정문을 통과해 들어간 것이 건조물 침입죄에 해당하는지와 관련 과거 대법원 판결을 인용하며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건조물이라고 하더라도 관리자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 의사에 반해 들어갔다면 건조물침입죄가 성립하지만(이 점에 대해서는 최근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한 판례 변경이 있었음), 한편 국가기관에 대한 감시·비판·견제는 언론의 본질적인 사명이므로, 언론인이 취재를 위해 국가기관에 출입하는 것은 그 제한의 필요성이 명확하게 인정되지 않는 한 허용돼야 하고, 그것이 결과적으로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바 단순한 사적 공간이 아닌 국가기관에 소속된 건조물 관리자의 추정적 의사를 해석함에 있어서는 이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므로 피고인들이 범죄행위를 목적으로 구치소에 들어간 것은 아닌 점, 서울구치소 측에서도 취재를 목적으로 한 수용자 접견 및 구치소에서의 촬영을 허가한 사례가 있는 점, 방송을 예정한 내용이 구치소의 보안에 위험을 초래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등에 비춰 보면 피고인들이 관리자인 서울구치소장의 추정적 의사에 반해 구치소에 들어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이유를 들어 재파부는 "이 사건 공소사실은 죄가 되지 않거나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겅우에 해당하므로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2심과 대법원 역시 이 같은 1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대법원 재판부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와 관련 "단순히 공무원의 감시·단속을 피해 금지규정을 위반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면 그에 대해 벌칙을 적용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그 행위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며 "피고인들이 금지규정을 위반해 감시·단속을 피하는 것을 공무원이 적발하지 못했다면 이는 공무원이 감시·단속이라는 직무를 소홀히 한 결과일 뿐 위계로 공무집행을 방해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녹음·녹화 등을 할 수 있는 전자장비가 교정시설의 안전 또는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금지물품에 해당해 반입을 금지할 필요가 있다면 교도관은 교정시설 등의 출입자와 반출·반입 물품을 검사·단속해야 할 일반적인 직무상 권한과 의무가 있다"면서도 "수용자가 아닌 사람이 위와 같은 금지물품을 교정시설 내로 반입했다면 교도관의 검사·단속을 피해 단순히 금지규정을 위반하는 행위를 한 것일 뿐 이로써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는 없다"고 하급심 재판부와 같은 결론을 내렸다.

또 재판부는 건조물침입 혐의와 관련 "피고인들은 접견신청인으로서 서울구치소의 관리자인 서울구치소장으로부터 구치소에 대한 출입관리를 위탁받은 교도관의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으로 서울구치소 내 민원실과 접견실에 들어갔으므로, 관리자의 의사에 반해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모습으로 서울구치소에 들어갔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구치소장이나 교도관이 피고인들이 접견 내용을 촬영·녹음할 목적으로 명함지갑 모양으로 제작된 녹음·녹화장비를 몰래 소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서울구치소에 출입하는 것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이러한 사정은 승낙의 동기가 착오가 있는 것에 지나지 않아 피고인들이 서울구치소장이나 교도관의 의사에 반해 구치소에 출입하거나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모습으로 서울구치소 내 민원실이나 접견실에 침입한 것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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