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준형기자
[아시아경제 세종=이준형 기자] 무역수지가 2개월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고유가 여파에 에너지 수입액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데다 우크라이나 사태도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중국의 대규모 봉쇄 정책도 장기화하고 있어 한국 경제 ‘성장 엔진’인 무역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무역수지는 51억9900만달러 적자로 잠정 집계됐다. 수입액이 415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5.5% 늘어난 반면 수출액은 363억달러로 16.9% 증가한 데 그친 결과다. 지난해 같은 기간 무역수지가 20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자 폭은 최근 1년새 2.5배 이상 뛰었다.
수출 증가율만 놓고 보면 실적은 나쁘지 않다. 반도체(22.9%), 석유제품(82%), 자동차 부품(3.9%) 등 주력 수출 품목은 호조세를 보였다. 미국(29.1%), 유럽연합(12.3%), 베트남(37.2%) 등 주요국 수출 역시 지난해보다 증가했다.
문제는 에너지 수입액이 고공행진 중이라는 점이다. 주요 수입 품목을 보면 원유(82.6%), 가스(88.7%), 석탄(150.1%) 등 3대 에너지원 수입액 증가율이 두드러졌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갈등으로 국제 에너지 값이 급등한 영향이다. 실제 지난달 기준 원유(72%), 가스(200%), 석탄(441%) 등 주요 수입 에너지 값은 1년 전보다 대폭 올랐다.
중국의 봉쇄 정책도 무역수지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상하이 등 주요 도시 45곳을 봉쇄했다.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대규모 봉쇄 정책은 수출 피해는 물론 공급망 불안에 따른 원자재 값 급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무역수지가 2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은 커졌다. 앞서 무역수지는 지난 2월 흑자로 전환했지만 에너지 값 급등 여파로 지난달 수입액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며 한 달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고유가 등으로 인해 수입 가격 상승 압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 이달 무역수지도 적자를 이어갈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도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가 입을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길어지고 있어 향후 수개월은 대외 무역 악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인플레이션으로 주요국이 금리 인상 정책 등을 펼치고 있다는 점도 우리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종=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