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조슬기나특파원
정현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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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정현진 기자]"18년 만에 최악의 날."
세계 최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인 넷플릭스가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시에서 35.12% 폭락하며 하루 새 시가총액 540억달러(약 66조6900억원) 이상을 날렸다. 2011년 이후 처음으로 가입자가 감소하면서 성장 한계에 부딪힌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급격히 확산한 탓이다.
‘리틀 버핏’으로 불리는 억만장자 투자자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털 최고경영자(CEO)마저도 "더 이상 끌고 갈 자신이 없다"며 넷플릭스 보유 지분을 모두 정리했다. 애크먼 CEO의 손실 규모는 4억3000만달러(약 5318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넷플릭스는 전 거래일 대비 35.12% 하락한 226.19달러에 정규장을 마감했다. 이는 2004년 이후 가장 큰 일일 하락폭이다. 종가를 기준으로 한 넷플릭스의 시가총액은 1004억달러로 하루 새 무려 540억달러 증발했다.
이러한 급락세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급성장해온 넷플릭스가 11년 만에 가입자 감소를 기록하며 장기 성장을 둘러싼 우려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넷플릭스는 전날 장 마감 직후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자리에서 자사 유료 회원이 작년 4분기 대비 20만명 줄었다고 발표했다.
JP모건, 웰스파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를 비롯한 월가 투자은행들 역시 이날 넷플릭스에 대한 투자 의견을 잇달아 강등했다. JP모건은 향후 몇 달 동안 신저가를 작성할 수 있다며 목표주가를 50% 낮췄다. 피보털리서치는 "1분기 가입자 감소는 충격적"이라며 매수에서 매도로 강등했다. 경제매체 CNBC는 "월가에서 최소 9개 은행이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고 보도했다.
월가에서는 이번 급락세가 1993년의 ‘말보로 프라이데이’를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필립모리스가 담배 말보로의 가격을 20% 인하하기로 결정하자, 시장에서 기업 장기 성장세에 대한 의문이 쏟아지며 주가가 26% 급락했던 사례다.
OTT 선두주자인 넷플릭스를 둘러싼 우려는 이날 디즈니(-5.56%), 로쿠(-6.17%),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6.04%) 등 다른 스트리밍 업체들의 주가까지 끌어내렸다. 뉴욕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전장 대비 1.22% 하락 마감했다.
넷플릭스를 둘러싼 실적 전망은 밝지 않다. 경기침체 우려, 인플레이션 등 거시경제 환경도 악화하고 있다. 피터 개니 색소은행 투자전략본부장은 "인플레이션 상승에 따른 구독 취소 등이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올 들어 넷플릭스의 주가는 62% 이상 떨어진 상태다.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털 최고경영자(CEO)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불과 몇 달 전 "넷플릭스 주가 하락은 기회"라고 대규모 매수에 나섰던 애크먼 CEO가 돌연 입장을 바꾼 것도 이 같은 판단에서다.
애크먼 CEO는 이날 퍼싱스퀘어캐피털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넷플릭스 보유지분 310만주를 전량 매도했다고 밝혔다. 그는 "넷플릭스 가입자가 11년 만에 감소했다는 소식은 상당히 실망스러웠다"면서 "이번 실적발표 이후 넷플릭스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자신감을 잃었다"고 매각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넷플릭스가 계정 공유를 막는 등 추가 조치를 취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과연 넷플릭스의 매출과 구독자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올해 1월 퍼싱스퀘어캐피털이 대대적으로 넷플릭스 주식을 매입할 당시 주가가 360달러대였음을 감안할 때, 이번 매각에 따른 손실 규모는 4억3000만달러 이상으로 추정된다. 애크먼 CEO는 퍼싱스퀘어캐피털 펀드의 연간 수익률이 넷플릭스 주식 매입·매각 결정으로 인해 4%포인트 하락했다고 확인했다. 연초 대비로는 2% 떨어졌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