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영철기자
[아시아경제 라영철 기자] 인구 109만의 경기 고양시가 특례시 출범을 계기로 자율적인 행정·재정 권한, 자족도시를 위한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간 100만 명의 광역급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기초자치단체라는 한계로 인해 역차별을 받아왔지만, 이제는 특례시로서 중앙정부나 도의 권한·사무·재정을 이양받아 집행할 수 있게 됐다.
지방재정 분야에서는 늘어난 예산으로 교통·문화·교육·복지시설 등 도시 인프라 확충이 가능하다. 기초연금과 국민기초생활보장 등 복지혜택 범위도 확대되고, 자치권한을 부여받아 자주적 사업 추진도 할 수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발생한 일산동구 마두동 상가 건물 기둥 파손 사고 이후 도출된 법적·제도적 문제점 등 여러 사안들에 대한 후속 대책에 한창이다.
당시 마두역 근처 7층 높이 상가 건물 지하 기둥에 균열이 생겨 입주민과 방문객 60여 명이 대피하는 사고가 났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해당 건물 지하 3층 기둥이 일부 파손됐고 주차장 입구 앞 인도의 지반이 직경 5m, 깊이 0.5m 정도 침하됐다.
사고 발생일로부터 약 3개월에 걸쳐 해당 건물에 대한 긴급 안전진단 및 조치 등을 마무리하고 여러 대책 중 도시계획 조례와 지구단위계획 수립 지침 개정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재준 고양시장은 1기 신도시의 노후한 건물 리모델링 사업에 대한 계획을 먼저 소개했다.
이 시장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1기 신도시에 리모델링이 필요하다고 인식해 2019년에 도시 계획 조례는 바꿨는데, 지구 단위 계획이 바뀌지 않아 이번에 전격적으로 지구 단위 계획 변경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는 지구 단위 계획을 변경하지 않으면 180%밖에 기반 시설을 할 수 없었으나, 지구 단위 계획을 변경하면 용적률에 따라 많은 세대수까지 유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정된 예산과 시간을 고려해 순차적으로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한 조례 제정 방침과 기금 마련 과정도 전했다.
이 시장은 "시 자체적으로 2019년에 공동주택 리모델링 조례를 제정해 1기 신도시 리모델링 기금을 현재 15억 원까지 적립했다"며 "목표액인 100억 원을 적립해 리모델링 지원센터를 조성하고 안전진단, 리모델링 사업 계획 등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시는 앞서 올해 1월 국회에서 개최한 '1기 신도시 활성화 토론회'에서 리모델링 사업의 공공관리제 도입과 주차 공간 부족 해소를 위한 인근 보행로·공원의 지하 활용 등 공동주택 리모델링 특별법에 반영토록 의견을 낸 바 있다.
민선 7기 고양시정은 서울의 위성 도시로 설계돼 태어난 고양시의 '베드타운' 이미지를 벗기 위한 자족 시설 구축에도 집중했다.
이 시장은 "목 마름이 오랫동안 있었지만, 이제 본격적으로 자족 도시로 도약하게 돼 영상 밸리와 테크노밸리, CJ 라이브시티가 착공했고, 킨텍스 3 전시장은 설계가 마무리 단계에 있어 올 연말이면 착공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덕양구에 창릉 신도시의 자족용지와 성사 혁신지구, 드론센터, 한강 대덕 드론 비행장 등이 자리할 예정"이라며 "성사 혁신지구 착공에 이어 철도망을 2개에서 11개로 확충할 경우, 고양시는 명실상부하게 수도권에서 다음 세대의 중심 도시로 도약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교통 면에서도 큰 변화가 있었다. 지난해 7월 국토교통부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고양시 구간 7개 철도노선이 반영됐고, 일산역까지 연장된 서해선 대곡~소사선은 내년 1월 개통까지 별 무리 없이 진행 중이다.
GTX-A 노선에는 3기 창릉 신도시 창릉역이 추가로 포함돼 고양시에는 킨텍스역, 대곡역, 창릉역 총 3개의 GTX-A 정거장이 설치될 예정이다. 지난달 말부터는 행신역에서 출발하는 강릉선도 운행하기 시작했다.
시는 또 자족용지 확보와 관련해 확고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최근 킨텍스 지원 부지인 'S2 부지' 계약 취소 소송에서 승소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시에 따르면, 'S2 부지'는 해외 바이어들이 전시 기간에 머무를 호텔을 짓기 위한 킨텍스 지원 부지다. 애초 시행사와 토지 매매계약 때 1년 내 외국인 투자금 유치와 3년 내 호텔 착공을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시행사가 외국인 투자금을 제때 유치하지 못했고, 착공 기한을 두 차례나 연장했음에도 착공이 미뤄졌다.
이와 관련 이 시장은 "계약 조건이 하나도 이행되지 않았기에 계약 취소는 당연한 결정이었지만, 쉽지만은 않았다"면서 "4년 동안 진척이 없는 프로젝트여서 모른 척하며 시 재산을 맡겨둘 수 없었다"고 소송 배경을 밝혔다.
1심, 2심과 대법원 상고심까지 모두 고양시가 승소하는 동안 해당 부지의 추산 가치는 매각 대금의 5배가 넘는 800억 원이 됐다. 시는 그 사이 킨텍스와도 협의를 진행해 킨텍스가 호텔을 직접 짓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S2 부지 매매 계약 취소와 함께 C4 부지도 미래 용지로 지정해 향후 30년 간 매각을 금지하는 조례도 제정했다.
이 시장은 "고양시는 혁신의 도시인만큼 코로나 국면 속에서 모두가 잠잔다고, 멈춰 있다고 느꼈을 때 움직였고, 그 결과 자족시설 유치를 위한 많은 성과를 이뤄내고 계획도 마련했다"며 미래 청사진을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