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검수완박' 법안 추진에 정치권 안팎 반발 이어져…지방선거 역풍 우려도

민주당, '검수완박' 법안 당론 채택…국민의힘 등 반발
김오수 검찰총장 "헌법 정면 위반"·한동훈 "반드시 저지돼야"
전문가 "권력형 비리 수사 봉쇄 위해 검수완박 법안 추진하는 듯"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이 지난 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데 대해 정치권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검수완박 법안은 검사의 직접 수사 권한을 원칙적으로 폐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검수완박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사실상 검찰 수사권 폐지가 현실화하며 수사권은 경찰이 가지게 된다. 결국 검찰은 경찰이 송치한 기록을 토대로 기소·불기소 판단만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에 국민의힘 등은 검수완박에 반대하며 정의당과 연대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저지하겠다는 구상이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법안을 강행 처리하려는 이유가 강성 지지층 결집과 연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다만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되레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며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13일 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검수완박에 대해 "헌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며 필사즉생의 각오로 법안을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이날 오전 대검찰청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민주당 법안의 요체는 범죄 수사를 경찰에 독점시키겠다는 것인데 4·19 혁명 이후 헌법에는 수사 주체를 검사만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런 법안이 추진되면 범죄자는 만세 부를 것이고, 범죄 피해자와 국민은 호소할 데가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필사즉생의 각오로 입법이 진행되는 국회, 저를 임명해주시고 법안 공포와 재의결 요구권을 가진 대통령, 헌법 위배 여부를 판단하는 헌법재판소까지 각 단계에 따라 모든 절차와 방안을 강구해 최선을 다해 호소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또한 이날 오후 서울 통의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검수완박과 관련해 "법안이 통과되면 국민이 크게 고통받게 될 것이기 때문에 법안 처리 시도가 반드시 저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앞서 민주당은 지난 12일 의원총회를 열어 만장일치로 4월 국회 중에 검수완박 관련 법안을 처리키로 했다.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을 개정해 검경 수사권 조정 후 남아있던 검찰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범죄·대형참사) 수사권마저 없애는 게 골자다.

다만 민주당은 법 시행 시기를 최소 3개월 유예하고, 이 기간에 경찰권 비대화를 막을 방안과 중대범죄수사청 등 대안 수사기구 설치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국민의힘은 '방탄법안'이라며 반발했고, 정의당도 유감을 표했다. 국민의힘은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경우 표결을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통해 저지하겠다는 방침이다.

필리버스터를 종료시키려면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인 180석이 찬성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민주당 의석은 172석이다. 박병석 국회의장 등 민주당 성향의 무소속 의원을 모두 합쳐도 179석으로, 찬성 표결 기준에 1석 모자란다. 6석을 가진 정의당의 도움 없이는 필리버스터를 종료하기 어려워진 셈이다.

정의당은 앞서 민주당의 검수완박 추진에 대해 "시기도 방식도 내용도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정의당은 법안 처리 반대를 위한 국민의힘 필리버스터 동참 여부에 대해 사안을 확정 짓지 않은 상태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이 지난 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민주당이 '검수완박'을 강행하는 이유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강성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검찰의 정치 보복성 수사를 차단하기 위한 목적으로도 해석된다. 일부 강성 당원은 그간 민주당에 검찰·언론 개혁을 요구하면서 '이달 내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6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을 보이콧 하겠다'는 서명운동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정치권 안팎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법안 처리를 강행할 경우, 되레 역풍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 또한 나오고 있다.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2일 의원총회에서 "검찰개혁은 분명히 해야 하지만 방법과 시기는 충분히 더 논의해야 한다"며 "저는 오늘 여러분께 다수 의견이 아닌 소수 의견을 내겠다. 누군가는 말해야 할 것 같아서 용기를 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는 민주당이 검수완박을 강행하는 이유가 권력형 비리 의혹 수사 봉쇄와 연관 있다고 밝혔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검수완박을 추진하는 이유가 지지층 결집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문재인 정부의 권력형 비리 수사를 막기 위해서로 볼 수 있다. 이 이유가 가장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슈취재부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