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소년심판' 김민석 작가 '취재한 모든 판사에서 모티브 얻어'

법정·소년원 취재로 완성
일 잘하는 여성 법관에서 출발

김민석 작가/사진=넷플릭스

[아시아경제 이이슬 기자] "오랜 취재를 통해, 결국 소년사건은 무엇 하나로 인해 벌어지는 게 아니라 사회 시스템이나 가정환경, 친구관계 등과 실타래처럼 얽혀있다는 걸 알았다."

지난달 25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심판'(감독 홍종찬)을 집필한 김민석 작가는 오랜 준비를 통해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그는 "오랜 취재를 통해 다양한 시선을 두루 담기 위해 고민했다"고 말했다.

'소년심판'은 최근 사회에서 심각한 문제로 꼽히는 소년범, 촉법소년 소재를 신중하게 다뤄 호평을 얻었다. 촉법소년은 10세 이상, 만 14세 미만의 범법행위를 한 형사미성년자를 말한다. 청소년 강력범죄가 최근 잇따라 발생하면서 시의성 있는 기획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김민석 작가는 작품을 준비하고 홍종찬 감독을 만나기까지 4년이 걸렸다. 소년원, 소년분류심사원, 6호 시설, 청소년회복센터, 각 법원의 지방법원, 가정법원 판사와 조사관, 법원 직원, 각 시설 관계자와 변호사 등 다양한 취재를 통해 데뷔작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처음에는 기존에 접했던 언론 보도와 현직 종사자들의 의견이 달라 당황했다. 현직에서 일하는 분들은 실제 아이들의 범죄는 그 정도로 잔인하지 않다고 했다. 대부분 아이들은 가난해서, 가정폭력에 못 이겨서 가출로 인해 벌어지는 범죄들이라는 것이다. 첫 번째 숙제는 기존 인식과 현직 판사들이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간극을 줄이는 작업이었다."

'소년심판'이라는 제목이 지닌 무게감도 상당하다. '재판'이 아닌 '심판'이라는 점도 인상 깊다. 이를 언급하자 김민석 작가는 "제목을 '소년재판' '촉법소년' '소년범죄' '소년법정' 등 다양하게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다"며 웃었다.

이어 "'소년심판'의 심판은 심은석 판사의 약칭이기도 하다"며 "제작사 길픽쳐스 기획 PD의 제안이었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취재하면서 법원에서 일하는 여성 직원, 법관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느꼈다. 태주가 은석의 이름을 듣고 오해한 장면은 심은석이란 이름의 아이러니이자 취재 과정 중 느꼈던 저의 편견에 대한 일부를 표현한 것이다. 처음 기획할 때부터 이 시리즈의 시작점은 일 잘하는 여성 법관이었다"고 밝혔다.

"'심판'이라는 말 자체로 캐릭터이길 바랐다. 심은석은 누구보다 냉정하고 단호하면서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다. '소년범을 혐오합니다'라는 말을 서슴없이 하지만, 누구보다 아이들을 이해하고 싶어 하는 어른이자 판사다. 그가 소년부를 택한 건 '복수'가 아니라 '왜 아이들은 범죄를 저지르는가?' 그 답을 찾고 싶어서다. 나 같은 피해자가 더 생기질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맡은 사건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책임을 다하는 것이 그의 신념이자 원칙이라 생각한다."

각기 다른 신념을 지닌 네 명의 판사는 어떻게 설정했을까. 수많은 신념 중 네 개의 신념을 배치하게 된 이유를 물었다.

김민석 작가는 "최대한 감정을 배제하고, 균형을 지키며, 다양한 면을 보여야 본질적인 이야기에 접근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기 위해선 네 명의 판사, 각기 다른 가치관을 가진 판사들이 필요했고 그들이 격렬하게 가치관 대립을 할수록 본질적인 이야기에 가까이 접근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이어 "특정 판사를 모델로 삼았다기 보다, 취재한 모든 소년부 판사들이 모티브가 됐다. 생각보다 소년사건에 적극적이고, 가슴 아파하시는 판사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김민석 작가/사진=넷플릭스

'소년심판'은 두고두고 곱씹으며 생각하게 하는 좋은 대사도 많았다. 생생한 취재가 없었다면 나오지 못했을 대사들이다. 이를 통해 촉법소년 문제가 다시 떠오르며, 우리 모두가 고민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김민석 작가는 "드라마 속 인물에서 나올법한 말이어야 했고, 때에 따라 내가 지어낸 이야기이다. 때로는 대본 속 인물들이 뱉는 말들을 내가 받아 적는다는 기분을 느끼기도 했다"고 말했다.

가장 좋아하는 대사로 심은석과 나태주의 말을 꼽았다. 김 작가는 "은석의 '법이 원래 그래'라는 대사와 태주의 '소년에게 비난은 누구나 합니다. 근데 소년에게 기회를 주는 거? 판사밖에 못해요'라는 대사를 참 좋아한다. 대본에 적힌 대사 자체보다 배우들이 내뱉은 말투와 표정, 진정성이 좋았다"고 했다.

다소 충격적인 엔딩 장면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작가는 "소년의 악랄함일 수도 있고, 사회 시스템적인 문제일 수도 있고, 가정환경일 수도 있고, 다양한 부분에 여지가 있지 않은가. 의도는 있으나, 결국 그 해석은 시청자들의 몫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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