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호권, 지방자치의 꿈' 발간

제34회 행정고시 합격 후 1992년5월 서울시 영등포구청 문화공보실장 역임,1995년 ?4월~2009년 8월 서울시 본청 기획관리실, 내무국, 문화국, 복지국, 2004년 1월 서울시장 정책비서관, 2009년 9월 청와대 행정자치비서관실 행정관, 2012년 2월 국가과학기술위원회 기획관리관, 2014년 8월 외교부 주인도 한국대사관 총영사, 2017년 8월~2021년10월 과기정통부 국립과천과학관 전시연구단장 역임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 중앙부처 대신 선택한 서울시

1990년 제34회 행정고시 일반 행정직에 합격하여 이듬해 4월부터 총무처 소속 수습 사무관 신분으로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신임관리자 과정 교육을 받았다. 일 년간 장기 교육연수가 끝나면 각자 희망하는 근무 부처를 결정하게 되는데, 그 결정 기준은 합격 당시의 성적과 일 년간의 교육 성적을 합산하여 종합 순위를 매겨 정했다. 자신이 원하는 부처가 있어도 성적 좋은 사람이 먼저 선택하면 지원할 수 없었다.

교육을 받은 수료생이 강당에 모여 성적 순서대로 한 명씩 일어나 칠판에 적힌 부처별 모집 정원을 보고 근무 희망 부처를 선택한다. 나는 성적이 상위권이어서 대부분의 중앙부처를 선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평소 생각대로 주저 없이 중앙부처가 아닌 서울시를 선택했다. 그 이유는 당시 막 시작되고 있던 ‘지방자치시대의 부활’이라는 시대적 변화에 공감하여 우리나라가 제대로 된 민주국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의 성공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지방자치에 대한 나의 철학

31년 만에 부활된 지방자치는 1991년 지방의회 의원만 우선 선거로 뽑았다. 자치단체장은 여전히 중앙정부에서 관선 단체장으로 임명하다가 1995년부터 비로소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을 모두 민선으로 선출하였다. 나는 우리나라가 해외 선진국들처럼 명실상부한 민주주의 국가로 성장하길 바랐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 중앙집권시대처럼 정부가 전국의 지방행정을 일방적이고 획일적으로 끌고 가는 방식이 아니라, 자율적인 지방자치를 통해 민주주의의 뿌리를 튼튼하게 내리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보았다.

지방자치는 주민들이 선거를 통해 자치단체장과 의원을 선택하는 등 민주주의 훈련을 하고, 각 지역마다 실정에 맞는 맞춤형 정책을 펴서 성과를 낸다. 또한 다른 지역의 우수한 제도를 벤치마킹하여 이를 지역 발전의 동력으로 삼아 주민들 삶의 질을 높여 나가는 것이다. 이는 훨씬 민주적이며, 지역 실정에 맞는 수요자 중심의 행정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이러한 지방자치에 대해 나름의 철학을 갖고 있던 내가 16개 지방자치단체 중에서 서울시를 선택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지방자치의 성공 모델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수립, 추진하는 데 있어 인적·물적 자원이 풍부한 서울시가 가장 유리하다는 것.

둘째, 우리나라 대도시 중 행정 환경이 가장 어렵고 복잡한 거대 도시 서울에서 성공한 정책이라면 이를 지방으로 확산, 적용하는 데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이렇듯 서울시는 16개 광역자치단체의 행정을 이끄는 맏형으로서 성공적인 행정 서비스 모델을 개발하여 지방으로 확산시킨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내가 이명박 서울시장을 비서실에서 보좌하며 경험한 ‘서울시 버스체계 개편’의 경우다. 버스중앙차로제, 환승 무료 시스템 등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버스체계 개편 사업은 시민들의 도시 생활과 생업 종사에 있어 필수적인 인프라였다.

시행 초기에 다소 혼란이 있었으나 이를 빠른 시일 내에 극복하고 성공적으로 안착한 버스체계 개편 정책은 이후 우리나라 주요 지방 도시에 도입 확산되어 국민들의 편리한 도시 생활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 지방자치 성공을 바라는 나의 열정

지난 30년의 세월을 돌이켜본다. 수습 사무관 교육을 마치고 강당에 모여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당당하게 제일 먼저 서울시를 희망 근무 부처로 선택했을 때 말이다.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지방자치는 민주주의의 훈련, 다양한 정책실험, 지자체 실정에 맞는 건전한 정책을 펴서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선의의 경쟁을 하고 이를 통해 지방자치는 발전한다. 나는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성공에 기여하고 싶어서 서울시를 선택했었다.

그때 그런 나의 소신과 판단이 옳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후에 청와대, 중앙부처, 외교관 등의 공직 생활을 할 때도 서울시에서의 경험이 커다란 자양분이 되었기 때문이다. 늘 국민의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국민의 입장이 되어 업무를 처리하고자 하는 행정 서비스 마인드가 내 몸 속에 DNA가 되어 새겨져 있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힘든 삶을 살아가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많다. 일선 현장에서 어려운 국민의 눈물을 닦아 주고 보듬으며 힘이 되어 줄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 있음은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 줄 수 있는 촘촘한 거미줄 복지행정이 요구된다. 국민이 어려울 때 기댈 수 있고 힘이 되어 주는 그런 지방자치단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지금도 중앙부처 대신 서울시라는 지방자치단체를 지원했던 당초의 생각, 초심(初心) 그리고 지방자치의 성공을 바라는 그 순수한 열정은 내 마음에 그대로 남아 있다.

■ 감사의 글

나는 공직의 길, 그리고 도전적인 삶을 선택했다. 이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데 기여하고 보람을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공직자가 되어 국민이 원하는 바를 저렴한 비용과 효율적인 방법으로 최선을 다해 도와주는 전문가가 되고 싶었다.

돌이켜보면 나의 삶 자체가 늘 도전의 연속이었다. 기득권이라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제로 베이스에서 과감하게 도전했다. 진정한 도전은 나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것이다. 어려워 보이는 일이나 지금껏 마주해 보지 않았던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 후 느끼는 성취감은 내 성장의 원동력이 되었다.

나는 무엇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늘 배우는 사람이 되고자 했다. 모르는 것을 안다고 할 수 없기에 관련 자료를 찾고 전문가 자문도 구하며, 선배·동료 공무원의 도움을 받아 배워 나갔다. 대학교 전공과 무관한 공직에 도전, 지방정부에 머무르지 않고 청와대·중앙부처·외교부 해외 대사관까지 거치면서 우물 안이라는 울타리를 뛰쳐나와 넓은 세상과 마주하며 공직 생활을 했다. 일반적인 행정공무원으로서는 경험하기 쉽지 않은 다양한 분야의 업무를 해 본 것은 내게 있어서 큰 행운(幸運)이라고 생각한다.

이 세상에서 나 혼자 이룰 수 있는 것은 없다. 지금 이 순간 내가 만났던 사람들을 떠올려본다. 인생의 의미는 일을 통한 성취에서도 찾지만, 살아오면서 만난 사람들에게서도 찾게 된다. 무엇을 했는가도 중요하지만, 만난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었는지도 소중하다. 그분들에게 받은 도움, 격려, 사랑! 나는 그분들에게 얼마나 많은 마음의 빚을 지고 있는지….

내가 공직 생활을 한 영등포구청, 서울시 본청, 청와대 대통령실, 외교부 주인도대사관, 국가과학기술위원회, 국립과천과학관에서 동고동락한 많은 선후배 공무원들이 생각난다. 좋은 일터, 보람된 인생 여정에서 함께 이끌어 주고 동행해 주고 도와주신 점, 깊이 감사드린다.

? 추천의글

■ 오세훈 _ 서울특별시장

최호권은 민선자치시대 개막에 따라 중앙부처 대신 서울시를 선택하여 정책 수립부터 집행 현장까지 폭넓게 자치업무를 경험한 소신 있는 공직자다. 진정한 자치(自治)의 힘은 정당 대결의 정치무대가 아니라 오로지 국민을 위한 생활자치(生活自治)에서 나온다는 철학을 가진 풀뿌리 민주주의자다.

■ 정진석 _ 국회부의장

청와대 정무수석 시절 그를 처음 만났다. 국정업무 전반에 대한 넓은 시야와 남다른 친화력을 바탕으로 복잡한 현안업무를 능숙하게 협의 처리하던 기억이 난다. 특히 전국 지자체에서 올라온 건의사항에 대해 하나라도 더 해결해 주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며, 지방의 아픔에도 깊이 공감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공직자임을 느낄 수 있었다.

■ 윤한홍 _ 국회의원

그는 서울시에서 출발하여 청와대·중앙부처·외교부 해외대사관 근무까지 도전적인 공직자의 길을 개척하며 자신의 한계를 높여 나간 인물이다. 다양한 업무 경험과 글로벌 감각을 바탕으로 도시의 미래?국가의 미래를 이끌 수 있는 융합형 공무원의 표상이다.

■ 이상희 _ 前 과학기술부장관

최호권은 연간 200만 명 이상이 찾는 국립과천과학관을 4년 동안 이끌면서 4차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미래인재 육성과 국민들의 과학문화 대중화에 힘쓴 과학교육 전문가다. 또한 과학기술정책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행정의 과학화를 선도할 경험과 역량을 갖춘 인물이기도 하다.

■ 이기호 _ 마산고 40회 동기

공직 입문 초기 그는 고등학교 담임선생님으로부터 받은 공직 좌우명(座右銘) ‘이름없이, 정직하고, 청렴하게’를 명심하고 평생 실천한 사람이다. 30년 공직생활 동안 장관·총리·대통령 표창은 물론이고 정부 훈장조차도 받지 않고 오로지 일에 대한 보람만 추구해 온 공직자다.

? 저자 : 최호권

1962년 경남 창원 출생

내서초등학교(49회)

마산중앙중학교(26회)

마산고등학교(40회)

서울대학교 식품공학과(81학번)

1990년 제34회 행정고시 합격

1992년 5월 서울시 영등포구청 문화공보실장

1995년 ?4월~2009년 8월 서울시 본청 기획관리실, 내무국, 문화국, 복지국

2004년 1월 서울시장 정책비서관

2009년 9월 청와대 행정자치비서관실 행정관

2012년 2월 국가과학기술위원회 기획관리관

2014년 8월 외교부 주인도 한국대사관 총영사

2017년8월~2021년10월 과기정통부 국립과천과학관 전시연구단장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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