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취재본부 김용우기자
[아시아경제 영남취재본부 김용우 기자] 메스 자국이냐 주사 상처냐?
반려견 안락사를 놓고 한 가족과 동물병원 수의사 사이에 벌어진 진실공방이 맞고소로 치닫고 있다.
부산의 한 동물병원에서 노령견 안락사를 의뢰한 주인은 반려견 목 부위에 난 상처가 주삿바늘이 아닌 명백한 칼자국이라며 수의사를 고소했다.
안락사를 진행한 수의사는 명백한 허위 사실이며 개 주인이 인터넷에 올린 글로 피해가 막심하다며 명예훼손으로 맞고소했다.
21일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43조 동물학대금지)로 동물병원 수의사 A 씨(남)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고소인에 대한 명예훼손 고소도 제기된 상태라고 했다.
경찰과 한 애견카페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고소인 B 씨(여)는 지난달 12일 해운대구의 한 동물병원을 찾아 16살짜리 반려견의 안락사를 의뢰했다.
그는 노령의 반려견이 경련과 발작으로 잠도 못 자고 괴로워하자 안락사를 결심했다.
안락사 후 반려견 사체를 받은 B 씨는 인근 반려동물 화장터를 찾았다. 안락사는 반려견의 다리나 목 혈관에 주사로 약물을 투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화장터에서 B 씨와 가족은 반려견 사체의 목에서 3cm 이상 베인 상처를 발견했다. 주삿바늘이 아니라 날카로운 물체에 베인 상처로 판단한 가족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이들은 상처 사진을 찍은 뒤 화장을 진행했다.
B 씨는 상처가 예사롭지 않다고 보고 동물병원 측에 항의했고, 병원 측은 “다리 혈관을 찾기 힘들어 목 혈관에 주사를 놓았다”고 답했다.
B 씨는 국내 한 애견카페 커뮤니티에 이 내용을 두 차례에 걸쳐 지난 14일까지 ‘강아지 안락사 도와주세요+추가글’ 제목으로 사진과 함께 올렸다.
조회수와 댓글이 달리면서 온라인 커뮤니티를 위주로 양측간 진실공방이 불을 지폈다.
B 씨는 A 씨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B 씨는 “가족과 마찬가지인 반려견이 목에 칼에 베인 듯한 상처가 난 상태로 돌아왔는데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우울증으로 매일 약에 의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동물병원 측은 “다시 가족의 품에 돌아갈 반려견에게 그런 행동을 할 수의사가 어디 있겠냐”며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병원 측은 안락사 당시 반려견 다리의 혈관을 찾을 수 없어 목 경정맥에 주사를 투여했는데, 주사 자국에 피가 고여 메스 자국처럼 보일 수 있다고 해명했다.
주사 자국에서 피가 흘러나와 살이 접힌 부분에 털이 엉켜서 보이는 흔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B 씨의 주장대로 고의로 날카로운 물체로 상처를 냈다면, 피가 분출해 온몸으로 퍼지고 안락사가 제대로 진행되겠냐고 반문했다.
A 씨는 B 씨가 커뮤니티에 관련 글을 올려 전국에서 항의가 들어오고 있다며 피해를 호소했다.
A 씨는 가족의 슬픔을 이해하려는 입장이었지만 한 달 넘게 게시된 글로 피해가 커지자, B 씨를 허위 사실을 적시한 명예훼손으로 맞고소했다.
A 씨는 “안락사하는 반려견에게 일부러 메스를 들이대는 수의사가 세상에 어디 있겠냐”며 “사실과 다른 글이 인터넷에 퍼져 30년 가까이 동물병원을 운영한 수의사로서 경력을 부정당하는 기분”이라고 했다.
영남취재본부 김용우 기자 kimpro7777@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