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주기자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서울 진명여자고등학교에서 군인에게 보낸 위문편지를 놓고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여고생들에게 위문편지를 쓰게 하는 것이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청은 사태 파악에 나섰지만 위문편지 봉사활동을 없애는 것은 해당 학교 측이 해결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13일 서울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서울강서양천교육지원청은 전날 진명여고를 방문해 위문편지 논란과 관련한 장학지도를 실시했다. SNS에 관련 게시글을 올린 학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건에 대해서는 학교 측이 상담 등 보호조치를 진행했다. 진명여고 측은 해당 부대와 연락해 사과하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일정을 조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강서양천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위문편지 봉사활동을 없앨지에 대해서는 학교에서 결정할 부분이며 개선방안을 찾겠다고 한 상황이지만 위문편지 봉사활동을 없애는 것은 학교 측이 결정해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진명여고 측은 전날 입장문을 내고 "2021학년도 위문편지 중 일부의 부적절한 표현으로 인해 행사의 본래 취지와 의미가 심하게 왜곡된 점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진명여고는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국군 장병 위문의 다양한 방안을 계속 강구하고 있으며, 향후 어떠한 행사에서도 국군 장병에 대한 감사와 통일 안보의 중요성 인식이라는 본래의 취지와 목적이 훼손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진명여고는 1906년 설립된 사립학교로 1953년부터 25사단과 자매결연을 맺고 1961년부터 위문품과 위문편지를 보내는 행사를 진행해왔다. 통일과 안보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위한 교육활동이라는 것이 학교 측의 설명이다.
위문편지 논란은 최근 한 장병이 진명여고 학생이 보낸 편지 내용을 공개한 것이 발단이었다. 편지에는 '인생에 시련이 많을텐데 이정도는 이겨줘야 사나이', '눈오면 열심히 치우세요' 라는 표현이 담겨 있어 군인을 조롱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학교에서 위문편지를 작성하게 하는 활동을 중단해야한다는 요구도 거세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12일 '여고에서 강요하는 위문편지를 금지해달라'는 청원이 게시됐고 13일 오전 현재 9만7000여명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이번에 위문편지가 강요된 학교 학생들에게 배포된 위문편지 주의점에는 '개인정보를 노출시키면 심각한 피해를 볼 수 있음'이라고 적혀있다"며 "미성년자에 불과한 여학생들이 성인남성을 위로한다는 편지를 억지로 쓴다는 것이 얼마나 부적절한지 잘 아실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민문정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는 "위문편지는 군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군부독재시절에 활용했던 방식인데, 학교가 시대착오적인 인식과 태도로 민주 시대의 학생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문제"라며 "학교 측이 학생의 피해에도 적극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