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산책] 이몽사진관 - 나만의 꿈을 현실로 소환하는 '상상 공작소'

이몽사진관
고객이 원하는 콘셉트에 맞게
공간·분위기 마련해주는 홈스튜디오
동양미 풍기는 동상·빈티지한 소품 등
전반적으로 오컬트 분위기 풍겨

홈스튜디오인 이몽사진관 내부 모습./사진=김소영 기자 sozero815@asiae.co.kr

[아시아경제 김소영 기자] 상상(想像). 실제로 경험하지 않은 현상이나 사물에 대하여 마음속으로 그려 보는 일. 우리는 유년시절 흔히 '상상의 나래를 펼쳐라'는 말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왔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다. 그렇게 상상의 나래는 현실이란 벽에 걸려 접히기 일쑤다.

하지만 월터는 달랐다.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주인공 월터는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는 회사원이지만 매 순간 남다른 상상에 빠진다. 결국 그는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그린란드로 떠나고 "특별한 사람이 돼서 특별한 일을 하는 게 꿈이었다"는 자신의 상상을 이뤄낸다. 어쩌면 우리도 매 순간 월터와 같은 상상을 펼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조금 독특하고 이상해도 좋다. 이제 그 상상을 현실로 만들 시간이다.

여기 꿈과 상상과는 먼 현실을 살아가는 당신을 위한, 상상에 그친 것들을 실현시켜 주는 곳이 있다.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월터의 여정이 '숀의 25번 사진'으로부터 시작됐듯, 이곳에서 상상을 현실로 이끌어주는 매개는 '사진'이다. "요상하거나 기이하거나 야릇하거나 터무니없어 황당한 모든 것들에 대하여 상상합니다. 우리는 그럴 필요가 있습니다." 당신의 꿈이 이뤄지는 곳, 이몽사진관은 우리를 이렇게 초대한다.

서울 지하철 4호선 서울역 12번 출구로 나와 약간의 언덕을 오르다 보면 5분 남짓 거리에 위치한 이몽사진관을 만날 수 있다. 이몽은 간판 없이 주택가에 위치한 홈스튜디오다.

이몽(異夢)은 이름에 담긴 한문 뜻 그대로 '다른 꿈'이다. 이몽사진관의 작가인 정의나 대표는 "평소에 꿈꾸지 못했던 조금 이상한 꿈이나 기묘한 상상을 한번 해보라는 권유의 의미를 담아 지었다"고 설명했다.

이몽사진관 내부 벽면. 사진관을 소개하는 포스터가 걸려있다./사진=김소영 기자 sozero815@asiae.co.kr

정 대표는 40년 가까이 사진관을 운영한 부모님을 도와 자연스럽게 사진 경험을 쌓아왔다. 이몽이라는 도전은 본인 역시 그림을 그리며 전시활동을 해온 예술인이었기에 이를 접목해 더욱 자유로운 생각을 지닌 촬영이 없을까 하는 고민에서 파생됐다고 말한다. 하나의 트렌드가 생겨나고 또 금방 사라지는 요즘의 현실에 느끼는 아쉬움도 한몫했다. 그는 "최근에 셀프사진관이나 흑백사진관이 굉장히 많이 생겼다. 아무래도 하나로 몰리면 다양성이라는 게 좀 존재하기 어렵게 마련"이라며 "조금 재밌는 것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고 사진의 다양성을 소개하고 제시할 수 있는 역할이 되었으면 하는 게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몽에는 정 대표의 좌충우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첫 홀로서기를 하며 가게와 관련된 것은 웬만하면 혼자 해나가고 있다. 자신이 주체적으로 나서야 고객들도 잘 따라올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많았다고 한다. 그렇게 '맨땅에 헤딩' 하듯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한 일이지만 고객과 동료 작가들과 소통, 고민이 모여 지금의 이몽이 됐다. 그래서 정 대표는 ‘고객과 함께 성장한 곳’이라고 지칭한다. 이곳에 참여한 모든 이의 노력이 모여 만든 결과물이라는 설명이다.

이몽사진관은 고객이 원하는 콘셉트를 받아 작가는 그에 맞는 공간과 분위기를 마련하는 일을 한다. 사람들의 무한한 상상이 발현되다 보니 사진 하나하나 눈이 휘둥그레지는 콘셉트가 가득하다. 여기에 편집 기술을 통해 탁자 양 끝에 마주한 또 다른 나, 분신술 등의 표현으로 사진에 재미를 더한다. 다른 곳에서 추구하는 '나다운 사진' 대신 '나답지 않은 사진'이라는 길을 택한 영향이다. 그는 "내가 되고 싶었던 것, 또는 되지 못했던 것, 아니면 상상 속에 있던 나의 캐릭터들을 구현해주는 콘셉트 촬영이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이색 콘셉트 사진관이라고 해서 다가가는 데 부담을 가질 것까지는 없다. 완벽하게 새로운 상상을 해야 하는 것이라면 더욱 좋겠지만, 설립 이후 쌓인 상상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구축된 콘셉트 리스트가 있어 얼마든지 부담 없이 도전해볼 수 있다. 상상을 현실로 만들 마음가짐과 의지만 있다면 충분하다고 정 대표는 귀띔했다.

곳곳에 위치한 조명이 이몽사진관의 소품과 포스터를 감각있게 비추고 있다./사진=김소영 기자 sozero815@asiae.co.kr

그는 이런 활동이 잔잔한 일상 속 '일탈'로 남아 추억할 수 있게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답답하게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한번쯤 재미있는 경험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들을 하게 마련이다. 그게 어떻게 보면 나다운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학생들부터 부모님 세대까지,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다양하다. 상상하고 꿈꾸는 것에는 정해진 나이가 없다는 것을 대변해주는 대목이다. 정 대표는 "특정한 연령대에 국한되는 사진이고 싶지 않았고, 다양한 인생에서 언제든 남길 수 그런 사진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사진관 곳곳에는 정 대표의 개성이 깃든 물건들이 가득하다. 동양미를 물씬 풍기는 동상부터 빈티지한 물건들까지 손님들의 단골 질문 플레이리스트들이다. 동양화를 전공한 정 대표는 "공부하는 과정에서 소장해 오던 소품도 있고, 중고물품 마켓에서 산 것도 있다"며 "어렸을 적 아버지의 오래된 물건부터 발품 팔며 얻은 물건들까지 조화롭게 연출하려고 노력했다"고 소개했다.

전반적인 사진관의 느낌과 작가의 사진에는 그가 추구하는 '오컬트(occult)'한 분위기가 스며있다. 이몽의 사진 설명란에 '#오컬트스튜디오, #미스테리스튜디오'라는 해시태그가 빠지지 않는 이유다. 정 대표는 "앞서 말한 제 사진관의 취지 또한 오컬트라는 맥락 안에 있다고 생각을 하고 오컬트가 포괄하는 자연현상, 신비주의, 동양사상 등을 앞으로도 더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손님들이 직접 생각하고 고민해보고 그리고 스스로도 연출해볼 수 있는 기회를 해보는 것, 그런 경험을 선사하는 것', 이것이 정 대표가 말하는 자신의 역할이다. 상상은 윌터만 이루라는 법은 없다. 공상에 그칠 것인가, 상상을 이뤄낼 것인가. 이것은 우리의 용기에 달려있다는 주장을 곱씹어보게 된다.

김소영 기자 sozero815@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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