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이 피투성이'…탈레반, 기자 감금·폭행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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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수환 기자]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후 현지에서 기자들이 감금·폭행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언론을 최대한 존중하겠다고 한 탈레반의 선언이 빈말이 되어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9일(현지시간) BBC방송은 이같이 전하며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폭행으로 인해 등과 다리에 상처를 입은 기자들과 병원으로 이송되는 기자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과 영상이 올라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기자는 BBC방송에 "나는 지역 경찰서에 강제로 끌려가 폭행당했다"라며 "지금까지 여성들의 시위를 취재하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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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내 두 손에 수갑을 채운채 방망이와 전선으로 무자비하게 나를 때렸다"라며 "내가 의식을 잃을때까지 맞았다"라고 전했다.

그는 "나중에는 거의 걷기 힘들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았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기자는 BBC 방송에 "내가 사진을 찍고 있던 도중 탈레반 병사들이 다가와 내 카메라를 빼앗고 내 머리를 발로 찼다"라며 "그들은 우리를 죽이려 하는 것 같았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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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나중에 그들에게 왜 나를 폭행하는지 물어보니 그들은 '처형당하지 않은 것을 운 좋게 생각하라'라고 답변했다"라고 말했다.

심지어 학교에 가다가 시위를 지켜보는 청소년까지 온몸이 멍투성이가 되도록 두들겨 팼다는 증언도 나왔다.

미국 기자도 채찍을 휘두르려고 준비하는 탈레반 조직원들에게 둘러싸여 위협을 받았으나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구타는 피했다.

언론인 인권 관련 국제단체인 CPJ는 "아프간에서 지난 2일간 최소 14명의 언론인들이 구금된 후 풀려났다"다며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겠다는 탈레반의 당초 약속이 허황된 말이었다는 것이 증명됐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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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강경 진압은 인권에 대한 탈레반 과도정부의 인식과 향후 태도를 보여주는 단면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여성들의 시위를 취재하는 기자들에 대한 폭행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도 여성권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탈레반의 인식을 방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탈레반은 임시 정부에 오직 남성 관료들만 채우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곧이어 탈레반 과도정부는 내무부, 법무부 등 정부로부터 허가받지 않은 모든 시위는 금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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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기자 ksh2054@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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