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청약' 10만가구 추가…'조삼모사'인데 집값안정 가능할까

수도권 아파트값 급등에 사전청약 늘려
공공택지 민영주택과 공공개발로 확대
다만 단기입주 물량 똑같아 '조삼모사'
도심개발 등 입주지연돼 희망고문 우려

정부가 25일 사전청약 물량을 10만1000호 추가하기로 결정한 것은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역대 최고 수준의 아파트값 상승세가 더욱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규택지 지정이나 공공개발 등으로 공급하는 물량의 경우 실제 입주까지 최소 5년 이상이 걸려 당장 집값안정 효과가 크지 않은 만큼, 본청약 2~3년 전 예비입주자를 정하는 사전청약을 통해 단기 수급 불안심리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사전청약은 확실히 언제 지어질 지 알 수 없는 신규 아파트의 입주 예약 시기만 앞당기는 것일 뿐 실제 계획된 공급물량 자체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이때문에 시장에서는 ‘조삼모사’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공공개발에 대한 주민들의 반대가 크고, 민간 사업자의 사전청약 참여 여부도 확실치 않은 상태에서 물량 확대만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것은 무리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사전청약 10.1만호 증가…단기 수급불안 해소

이번 사전청약 확대방안의 가장 큰 특징은 대상이 공공분양에서 민간분양으로 확대됐다는 점이다. 올 하반기부터 8만7000호가 민간분양으로 조기공급된다. 민간 시행자가 LH 등 택지조성 사업자로부터 공공택지를 공급 받아 주택을 건설하려는 경우 건축설계만 마련되면 사전청약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택지공급 후 건축설계까지 통상 2개월 정도가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청약시점이 기존 대비 2~3년 빨라진다.

여기에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주거재생혁신지구 등 공공 주도 정비사업에 확대 적용하면서 늘어나는 물량 1만4000가구를 더하면 신규 사전청약 대상 물량은 총 10만1000가구다. 기존 공공분양 물량 6만2000호를 포함하면 2024년 상반기까지 공급되는 사전청약 물량은 총 16만3000가구로 늘어난다. 이 중 수도권 물량만 13만3000호에 달한다. 절대적인 물량 자체는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민간 사전청약 역시 기존 사전청약과 동일하게 청약시 추정분양가가 공개되고, 이 시점을 기준으로 소득·자산 기준을 따져 선발한다. 본청약까지 무주택 요건을 유지해야 하고 언제든지 지위를 포기할 수 있다. 차이점은 당첨시 다른 일반청약에 청약통장을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사전청약 당첨 지위를 포기하면 통장이 부활하지만 기존 사전청약처럼 자유롭게 청약을 넣을 순 없다. 또 재당첨 제한이 적용 중이라면 사전청약 신청이 불가능하다.

중대형 사전청약 물량 늘어날 듯

민간 사전청약이 시행되면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중대형의 브랜드 아파트 물량이 늘어날 전망이다. 공공분양 사전청약의 경우 60㎡ 초과 85㎡ 이하는 62.1%, 85㎡ 초과는 4.2%에 불과하지만, 민간분양은 60㎡초과 85㎡ 이하가 73%, 85㎡ 초과는 16.8%다.

또 정부는 2·4대책에서 발표된 도심복합사업과 주거재생혁신지구에도 사전청약을 도입해 내년 하반기부터 1만4000호를 공급하기로 했다. 도심복합사업 등 사업 대상지에서 지구지정이 이뤄지면 1년6개월 내 사전청약을 실시하고, 그 1년 후 본청약과 착공을 실시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계획대로라면 일반 정비사업보다 분양까지 11~12년이 단축된다.

국토부는 "주민동의 3분의 2 이상 요건을 충족해 본지구 지정이 가능한 서울 13곳의 후보지는 내년 하반기부터 사전청약이 시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희망고문만 늘어날수도…민간 인센티브도 부족

하지만 사전청약 확대에 대한 우려도 많다. 특히 이번에 사전청약 물량이 추가된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등과 3기신도시의 경우 사업 추진 일정이 아직 불확실해 무주택 서민에 대한 기약없는 ‘희망고문’만 더 키울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3기 신도시는 아직 토지 보상이 채 안 끝났고 도심복합사업 등은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한데 벌써 입주자를 정하는 것은 무리라는 설명이다.

사전청약을 늘리려면 민간 시행자의 참여가 필요한데 공급물량을 모두 확보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일단 정부는 민간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앞으로 매각하는 공공택지는 6개월 내 사전청약을 실시하는 조건으로 공급하고, 이미 매각된 택지를 보유한 업체는 6개월 내 사전청약을 실시하면 다른 공공택지 공급 시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사전청약 후 본청약때 분양가를 일정수준 범위에서 결정하겠다는 방침이 있었던 만큼 민간기업 입장에서는 지금처럼 집값이 오르는 시기에 사전청약에 참여할 요인이 크지 않다"며 "사전청약을 실시할 경우 공공택지를 반드시 주겠다는 수준의 유인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책임연구원은 "2·4대책에 사전청약을 적용하는 것 역시 무리해서 추진할 사안이 아니다"며 "토지, 건물 등의 소유권에 엮인 이해당사자 수가 많은 만큼 전체 토지 확보가 이뤄지지 못한 상태라면 사전청약이 순탄하게 진행되기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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