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환기자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법무부가 '불효자방지법'의 입법 가능성을 모색한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불효자방지법' 시행 가능성과 사회적 파급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불효자방지법'은 부모 생전에 재산을 물려받은 자녀가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학대 등 부당한 대우를 했을 때 증여를 해제하는 법안이다. 양육·부양 의무를 저버린 가족의 상속권을 박탈하는 '구하라법'과 대비된다.
구하라법이 지난달 국무회의를 통한 것과 달리 불효자방지법은 국회에서 지속적으로 의원 발의가 이뤄졌지만 '효를 강제한다'는 반대에 부딪혀 입법에 이르지 못했다. 지난해 9월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인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증여해제와 부양의무이행 명령 등을 담은 민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해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법무부가 사전 상속재산을 회수할 수 있는 방안과 가능성, 여파 등을 종합적으로 논의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행 민법 제556조에 '수증자가 증여자에 대해 범죄행위나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증여자는 그 증여를 해제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지만 같은법 제558조에는 '계약의 해제는 이미 이행한 부분에 대하여는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로 돼 있다. 사실상 반환청구권을 행사하는데 한계가 있는 셈이다.
증여무효소송에서 증여자가 승소한 판례를 찾기도 힘들다. 2015년 대법원이 아버지가 불효 아들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아들에게 "재산을 다시 반환하라"고 판결한 바 있지만 이는 '충실히 봉양하겠다는 조건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 계약 해제 등 조치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남겼기에 가능했다.
이른바 '효도 계약서'를 쓰고 서로의 의무를 정확히 명시했기 때문에 계약 해제가 받아들여진 것이다. 당시 법조계에서는 아버지가 아무 조건 없이 '재산을 주겠다'는 각서만 남겼으면 부담부 증여가 아닌 단순 증여로 해석돼 재산을 돌려받지 못했을 것으로 해석했다.
이에 법무부는 현 증여제도의 변화와 사회적 파급효과 등도 사례별로 분석하고 증여처럼 부모와 자식간 사적 관계를 국가가 간섭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 다각도로 검토하기로 했다. 해외 입법례 사례도 검토 대상이다. 현재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프랑스 등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이미 증여한 재산이라도 반환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수증자의 불효, 패륜 행위를 근절하고 증여자의 증여 의사를 존중해 이미 증여한 부분에 대해 반환청구할 수 있게 민법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다만 법 개정으로 부작용 등이 일어날 수 있는 만큼 다양한 사례들을 미리 검토해 개정의 타당성을 고민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