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우기자
[아시아경제 이동우 기자] 격리 없는 해외여행으로 기대를 모았던 국내 첫 ‘트래블버블(여행안전권역)’ 운항이 코로나19 4차 대유행의 현실화로 시행 전부터 잠정 휴업상태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간신히 열린 국제선 여행길이 시작도 하기 전에 다시 닫힐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 항공·여행업계에서 따르면 국내 3대 여행사(하나·모두·인터파크투어)를 통해 오는 24일 인천공항을 출발해 사이판으로 향하는 트래블버블 예약자는 전날 기준 총 1팀, 총 2명으로 집계됐다.
트래블버블은 방역 우수국끼리 입국 격리를 면제해주는 여행 협정으로 백신접종을 완료한 단체여행만 가능하다. 여객 모집이 항공사와 계약한 전문 여행사를 통해서만 가능한 점을 고려하면 사흘 앞으로 다가온 첫 트래블버블 예약률은 사실상 1% 미만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초 예약 시작 직후 급속도로 확산한 델타 변이 바이러스 유행이 발목을 잡았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트래블버블 사이판행 모집을 진행 중이지만 추석 연휴 기간 일정 문의만 간혹 있을 뿐 이번 주 여행 일정 예약자는 아직까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추석 기간 트래블버블 예약 문의도 이달 초 평균 5~10팀에서 코로나 4차 유행 시작으로 정부의 방역 강화 이후 문의가 끊겼다.
첫 트래블버블 운항을 앞둔 아시아나항공과 제주항공도 저조한 성적표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두 항공사는 약 180석을 보유한 A321기와 B737-800기를 각각 준비하고 현지 안전과 편의성에 만전을 기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사실상 현지 교민과 일부 비즈니스 고객만 싣고 운항에 나서야 하는 형국이다.
업계는 트래블버블 예약률이 저조한 이유에 대해 국내 낮은 백신 접종률과 미비한 혜택을 꼽았다. 사이판을 찾는 여행객의 80% 이상이 20~30대인 점을 고려하면 해당 세대의 국내 백신 접종률이 현저히 낮은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또 트래블버블 이용 시 현지 격리 면제 혜택이 주어지더라도 국내 출발·도착 시 진행하는 20만원 상당의 PCR(유전자증폭) 검사 비용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재확산이 지속될 경우 트래블버블 수요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향후 진행 과정을 살펴 계획된 운항 횟수 조정 등 유동적으로 대처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