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현기자
'청소노동자 숨지면서 서울대 학생들이 대자보를 통해 노동자의 죽음을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사진=윤슬기 인턴기자 seul97@asiae.co.kr
[아시아경제 김대현 기자] 최근 서울대 교내 휴게실에서 숨진 청소노동자의 유족이 15일부터 학교 측의 조사를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15일 고인이 된 청소노동자의 남편 이모씨는 이날 서울대에서 열린 유족·노조 간담회에서 "어제까지는 학교에서 공정한 조사가 이뤄질 거라고 믿었지만, 이제는 (조사를) 거부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학교) 안에 계신 분들이 이미 본인들의 성향을 언론을 통해 표시했다"면서 "억지를 부리고 노조를 개입시켜서 학교에서 받아낼 수 없는 것을 우격다짐으로 받아내려는 모습으로 비하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서울대는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과 관련해 직장 내 갑질로 인한 인권침해가 있었는지 여부를 학내 인권센터에 의뢰했다. 서울대 인권센터는 학생처 산하 기구다. 여기엔 운영 위원으로 학생처장 등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구민교 전 학생처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 코스프레 역겹다" 등의 글을 올렸다. 그는 이후 논란이 확산되자 보직에서 사임했다.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는 "인권센터에서 조사하는 것은 '셀프 조사'로 전혀 공정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생처장이 사임했지만, 수장의 인식이 그렇다면 실무자 인식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간담회에 참석한 이해식·이탄희·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노조와 학교, 국회의원, 현장 노동자,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공동조사단을 구성해 줄 것을 요청했다.
또한 노조는 이날 기숙사 안전관리 팀장 A씨의 갑질 의혹과 영어, 한문 문제 등이 출제된 2차 시험지 등의 내용을 공개했다. A씨가 고인이 회의에 나뭇잎 무늬 옷을 입고 오자 평가하듯이 '통과'라고 말하거나, 청소노동자들이 제초 작업 등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자 임금을 줄여서 남는 인건비로 외주를 주겠다고 했다는 것이 노조 측 주장이다.
반면 A씨는 언론사와의 통화에서 "꽃무늬 옷을 입고 온 분들께 멋있다고 손뼉을 쳤는데, 고인이 '나는 나뭇잎 무늬를 입고 왔는데 손뼉 안 쳐주냐'고 해서 장난스럽게 대꾸하다가 똑같이 손뼉을 쳤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승진과 인사고과 시스템이 없어 복장을 갖추지 않으면 감점한다는 것도 농담일 뿐"이라며 "청소노동자가 평가절하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 품위를 올려드리려는 목적이었는데 소화하기 어려운 분들이 있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기숙사 청소노동자 B씨도 "A 팀장은 아무런 죄가 없다"면서 "언론에 관련 기사가 나오기 전까지 시험, 회의 복장 등에 대해 노동자들끼리 불만이라고 얘기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전 팀장은 청소 관리를 거의 안 했는데, A 팀장은 성격이 워낙 깔끔했다"면서 "이전에는 점심시간이 2시간 정도로 길었는데, A 팀장이 근로계약서대로 정오부터 1시까지로 정하자 쉬는 시간이 줄어 일부는 불만이 생겼을 수 있다"고 했다. "감점도 농담으로 알아들었고, 제초작업도 매년 하던 작업 중 하나"라고도 덧붙였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