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 불가사리’ 씨 말리는 스타트업…“가격·환경 두 토끼 잡은 친환경 제설제”

제설제 부식률 낮추고 가격 잡아…공공조달시장 점유율 ‘1위’
“불가사리 100% 재활용할 것”…남은 폐액으로 액상비료 개발
캐나다 등과 공급계약 논의…2~3년 내 수출 확대 목표

양승찬 스타스테크 대표. [사진 = 이준형 기자]

[아시아경제 이준형 기자] 정부는 어민들에게 매년 3600t 규모의 불가사리를 사들인다. 해양 생태계 교란종인 불가사리 개체 수를 관리하기 위해서다. 불가사리는 재생력이 뛰어나 쉽게 죽지 않는 데다 독성, 악취 등으로 인해 비료로 사용하기도 힘들어 모두 소각해야 한다.

제설제 제조업체 스타스테크는 여기서 기회를 찾았다. 양승찬 스타스테크 대표는 불가사리에서 추출한 물질로 친환경 제설제를 개발했다. 불가사리에서 단백질을 제거하면 얻을 수 있는 다공성 구조체가 기존 제설제의 염화이온을 흡수한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소금, 염화칼슘이 기반이 된 염화물계 제설제는 눈을 녹이며 염화이온을 방출한다. 염화이온은 도로·자동차를 부식시키고 토양 등에도 나쁜 영향을 준다. 양 대표는 "아세테이트 같은 물질로 만든 비염화물계 제설제가 있지만 소금 기반 제설제에 비해 20배가량 비싸다"면서 "부식은 확실하게 억제하지만 유기물이기 때문에 생태계 파괴가 불가피하다는 단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스타스테크의 제설제는 비염화물계 제설제처럼 부식률을 낮추면서 가격도 잡았다. 부식률은 기준이 되는 소금 제설제의 0.08% 수준이다. 가격은 t당 30만~35만원으로 염화칼슘 제설제(15만~20만원)보다 2배가량 비싸지만 기존 친환경 제설제에 비하면 상당히 싸다. 정부가 매년 무상으로 제공하는 200~300t 규모의 불가사리가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됐다.

지자체는 매년 공공조달 예산의 일정 비율 이상을 친환경 제품에 써야 하니 전국 지자체에서 러브콜이 쏟아진다. 지자체, 시설관리공단 등의 관심에 힘입어 회사는 설립 3년 만에 국내 공공조달시장에서 친환경 제설제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양 대표는 "스타스테크 제설제는 조달우수제품, 녹색인증 등 국내에서 제설제로 받을 수 있는 거의 모든 인증을 받았다"면서 "지자체는 우리 제품을 구입하면 가산점을 받는다"고 말했다.

스타스테크가 불가사리에서 추출한 물질로 개발·생산한 친환경 제설제. [사진제공 = 스타스테크]

불가사리의 ‘100% 재활용’은 양 대표의 다음 목표다. 현재 스타스테크는 제설제 생산 과정에서 불가사리를 재활용하지만 여전히 일부는 폐기 처리를 해야 한다. 회사는 고려대 연구진과 함께 불가사리에서 콜라겐을 추출해 화장품 원료용 물질 ‘페넬라겐’을 개발했다. 최근에는 불가사리에서 여러 물질을 추출한 후 남은 폐액을 재활용해 액상비료를 만드는 기술 개발에도 한창이다. 두 기술이 상용화되면 불가사리를 남김없이 재활용할 수 있다.

수출도 목전에 두고 있다. 회사 매출액의 80% 정도는 국내 공공조달시장에서 나온다. 하지만 2~3년 내로 수출 물량이 내수 판매물량을 넘길 수 있도록 수출을 늘리는 게 회사의 목표다. 회사는 현재 캐나다 등과 3건의 공급계약을 논의하고 있다. 슬로바키아에서는 해외 생산시설 구축에 돌입했다.

호주의 ‘악마 불가사리’를 수급해오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몸통 크기가 1m에 이르는 악마 불가사리는 호주 산호초 지대를 파괴하는 주범이다. 양 대표는 "직접 악마 불가사리로 실험을 해봤는데 국내 불가사리와 다공성 구조체의 성능은 동일했다"면서 "국내 불가사리 수급이 불안정해지면 호주에 추출 생산기지를 두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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