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우면 이직하든가'…양심 눈 감은 LH '블라인드'

직원 추정 인물 작성글 파장
전국민 허탈감·분노 증폭

익명 활용 관행 개선 순기능
소수 의견 부각 역기능도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꼬우면 우리 회사로 이직하던가."

"LH 직원은 부동산 투자하지 말란 법 있느냐."

직장인 익명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블라인드’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으로 추정되는 이가 작성한 글이다.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의혹 파장이 커지는 가운데 블라인드에 올라온 게시물들이 국민들의 허탈감과 분노를 증폭시키고 있다.

블라인드는 동종 업계 동향을 살피거나 직장 문제를 내부고발할 때 주로 이용되는 익명 커뮤니티로 회사 메일계정을 인증해야만 가입이 되기 때문에 전·현직 직원들만 사용이 가능하다. 지난달을 기준으로 국내 회원만 320만명이고, 미국에서도 120만명이 사용 중이다. 특히 이직, 연봉, 조직 문화 등의 주제를 자유롭게 다루고, 회사에서 겪은 부당한 일을 고발하는 창구로 활용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최근 LH 직원으로 추정되는 인물들이 일련의 사태들에 대한 국민들의 비난 여론을 비아냥대는 글이 연이어 올라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한 작성자는 "어차피 한 두 달 지나면 기억에서 잊혀진다"며 "니들(국민)이 암만 열폭해도 난 열심히 차명으로 투기하면서 정년까지 꿀을 빨겠다"는 글을 게시했다.

지난 8일에도 LH 직원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28층이라 안 들린다. 개꿀"이라며 신도시 사전 투기 의혹 규탄을 위해 모인 시위대를 조롱하는 내용을 블라인드에 올렸다. 4일에도 "LH 직원들이라고 부동산 투자하지 마란(말란) 법 있냐"면서 "내부정보를 활용해서 부정하게 투기한 것인지 본인이 공부한 것을 토대로 부동산 투자한 것인지는 법원이나 검찰에서 판단할 사안"이라는 글이 올라와 공분을 샀다.

블라인드는 익명성을 적극 활용해 사내 악습 및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는 창구로 순기능을 했지만 최근 들어 역기능이 부각되고 있다. 특히 소수의 의견이 회사 전체의 의견이나 분위기를 대변하는 것처럼 잘못 비춰질 우려가 크다. 지난달에도 KBS 수신료 인상 관련 문제가 불거지자 KBS 직원으로 추정되는 작성자가 "제발 밖에서 우리 직원들 욕하지 말고 능력 되고 기회 되면 우리 사우님 돼라"는 글을 게시해 논란을 빚었다.

이처럼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이 화제가 되자 LH 측은 "최근 블라인드 등에 게시된 글은 LH 내부 분위기와 상반된다"며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글에 대해 적극 대응조치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LH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작성자들을 특정하기조차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블라인드 회원 가입 시 익명 보장을 위해 입력한 회사 이메일은 재직자 확인 용도로만 활용하고, 이후엔 블라인드 계정과의 연결고리가 파괴된다. 블라인드 계정만으로 이용자를 특정할 수 없는 셈이다. 실제로 이용자들도 통상적인 비밀번호 찾기를 사용할 수 없고, 이메일 소유자의 기록 열람도 불가능하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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