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배구 여제, 입대 후 성전환 수술…군 당국이 지원

군 당국, 동성애 엄벌하는데…"아프릴리아, 본래 성 찾은 것"
아프릴리아, 생식기 선천성 기형…여성으로 키워져

인도네시아 여자 배구스타 아프릴리아 산티니 망가낭. 사진=아프릴리아 인스타그램 캡처.

[아시아경제 김봉주 기자] 인도네시아 여자 배구스타가 성전환 수술 절차를 밟은 가운데 현지 군 당국이 이를 지원해 눈길을 끌고 있다 .

10일 콤파스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전직 국가대표 여자 배구선수 아프릴리아 산티니 망가낭(28)은 키 170㎝에 몸무게 70㎏, 떡 벌어진 어깨와 근육으로 남자와 같은 체격을 갖췄다.

아프릴리아는 실제 선수 시절 '남자가 아니냐'는 의혹을 종종 받았다.

그는 인도네시아 여자 배구선수 중 점프력이 가장 좋아 '올라운드 스파이커'로 이름을 날리며 수많은 MVP상을 받았다.

2015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동남아시안게임에서 인도네시아와 대결했던 필리핀팀 감독은 "아프릴리아는 너무 강해서 남자 선수를 여자팀에 넣은 것 같다"며 아프릴리아가 여자인지 의심했다.

이같은 의혹에 인도네시아 국가체육위원회(KONI)는 "성별 검사 결과 여자가 분명하다"라고 발표했다.

아프릴리아는 프로 선수로 뛰다가 2017년 여군 배구팀에 들어갔다. 이어 지난해 배구선수를 은퇴한 뒤 육군 직업 군인으로 전향했다.

전날 군 당국은 기자회견을 열고 "아프릴리아가 군 병원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안디카 페르카사 육군 참모총장은 "아프릴리아는 태어날 때부터 생식기에 문제가 있었다. 트렌스(trans)가 아니다"라면서 "군 당국은 그가 그간 밟지 못한 절차를 밟도록 했다"라고 설명했다.

아프릴리아는 선천성 기형을 가지고 태어났다. 요도 구멍이 음경 아래쪽에 위치한 '요도하열'이라는 기형인데, 그의 가족과 담당 의사가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해 여성으로 키워졌다.

아프릴리아는 "군 당국의 지원을 받아 남성이 되기 위한 첫 번째 수술을 완료했다"며 "내가 기다려온 순간이다. 정말 기쁘고 고맙다"고 소감을 전했다.

군 당국은 아프릴리아가 합법적인 남성으로 살 수 있도록 각종 행정문서 개정에 동의했다.

인도네시아는 인구의 87%가 이슬람 신자다. 종교적으로 동성애가 금기시되고 성 소수자들이 종종 탄압받는 만큼 군 당국의 이러한 결정은 화제를 모았다.

현지 군 당국은 군인들의 동성애 등 성 소수자 활동을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어기면 불복종 혐의로 처벌하고 있다.

하지만 아프릴리아에 대해서는 '그가 평생 잘못된 성별로 살았고, 원래의 성(性)으로 고치는 것이다'라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김봉주 기자 patriotbon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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