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석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와 재택근무 등이 강화되면서 사람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외부에서 하던 식사나 쇼핑을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해결하게 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14조2445억원에 달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0%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8월부터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매월 14조원대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올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이 160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온라인 쇼핑 거래액 증가에 따라 택배 물동량 또한 지속해서 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준현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들어 8월까지의 택배 물동량은 21억6034만여개로 전년 동기 대비 20.0% 증가했다. 음식류 배달에 필요한 백판지나 택배 상자에 들어가는 골판지 수요도 증가했다. 아시아경제는 비대면(언택트) 소비 문화 확산과 함께 성장하는 제지업체 세하와 태림포장의 실적과 재무 상황을 살펴보고 미래 성장 가능성도 가늠해 본다.
[아시아경제 유현석 기자] 세하가 코로나19 확산에 수혜를 보고 있다. 외부에서 식사하는 것이 아닌 배달 등을 통한 음식 배달이 늘어나면서 백판지의 사용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원재료 가격도 낮아져 영업이익도 크게 개선됐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익 92%↑= 세하는 산업용 백판지와 상자용 판지 제조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1984년에 설립됐다. 백판지는 주로 제과와 화장품 및 가정간편식(HMR) 등의 포장재로 사용된다. 주요 거래처는 롯데제과, 동서식품, 오뚜기, 메디힐 등이다. 1996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지난해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421억원과 18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8.8%, 영업이익은 92.14% 늘어났다. 제품별로는 백판지의 매출이 2019년 3분기 누적 기준 1172억원에서 1231억원으로, 식품용 캐리어보드 등도 102억원에서 159억원으로 늘어나는 등 대부분의 제품 실적이 개선됐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영업이익의 개선이다. 중국이 고체폐기물 반입 금지 조치를 내리면서 백판지 원료인 재활용 고지시장의 하향 안정화가 지속됐다. 백판지 제조에서 고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40~50%에 달한다. 원료비 부담이 낮아진 것이 영업이익의 개선으로 나타났다. 3분기 기준 원재료 중 하나인 블리치드 하드우드 크라프트 펄프(LBKP)의 가격은 1㎏당 591원으로 2018년 890원 대비 33.60% 하락했다. 같은 기간 다른 원료인 노던 블리치드 크라프트 펄프(NBKP)도 1㎏당 1021원에서 597원으로 가격이 낮아졌다.
회사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내수 비중 및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증대, 수출시장 포트폴리오 재편, 한국제지와의 시너지를 통한 원가 절감 등이 나타나고 있다"며 "외부적으로는 신풍제지 가동 중지에 따른 경쟁 완화,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쇼핑 증가에 따른 택배시장 물량 증대 등으로 수요가 증가하며 실적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4분기 실적 전망도 밝아 지난해 전체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다시 강화되면서 배달 음식이나 HMR의 판매가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어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전망한 지난해 세하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1979억원과 274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11.37%, 영업이익은 94.33% 증가했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고급고지를 중심으로 고지 가격이 소폭 상승세인 데다 작년 상반기 대비 원화 강세에 따른 환율 하락으로 수출시장 수익성이 다소 하락했지만, 내수시장 수요는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세하는 올해 코로나19가 종식된다고 해도 실적 개선이 지속될 것으로 기대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21년 세하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전망치는 각각 2149억원과 304억원이다. 전년 대비 각각 8.59%, 10.9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규모 유상증자 부채비율 100%대로 ↓= 재무구조도 대폭 개선됐다. 세하는 2005년 카자흐스탄 광구 유전 개발 등으로 사업 영역을 에너지 분야로 확장하다 유동성 위기에 빠져 2013년 말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이후 유암코(연합자산관리)에 인수되기도 했는데 당시 재무구조는 상당히 악화된 상태였다. 2013년 821.1%였던 부채비율은 2015년 4990.1%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후 부채비율이 감소하는 추세였지만, 지난해에도 395.5%를 기록하는 등 여전히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세하는 한국제지-해성산업 컨소시엄에 인수된 후 357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했다. 차입금 상환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이로 인해 단기차입금은 전년 3분기 857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517억원으로 줄었다. 덕분에 부채비율도 개선됐다. 지난해 상반기 323.9%였던 부채비율이 3분기에는 124.5%까지 줄었다.
회사 관계자는 "해성그룹 계열사로 편입되면서 유상증자를 진행해 차입금 400억원을 상환하고 금리 조건도 개선시켰다"며 "지난해 11월 차입금 100억원을 추가 상환해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