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포럼]'나쁜 개도 나쁜 사람도 없다'

호모사피엔스보다 뇌 용량도 컸고 체격도 다부졌던 네안데르탈인이 같은 시기에 우리 선조들과 경쟁하다가 멸종한 이유는 미스터리하다. 학자들은 '기후변화' '사고력 차이' '집단의 크기' 등 여러 가지로 추측하고 있지만, 나는 개와 관련된 학설이 흥미롭다.

워낙 힘이 세고 용감하게 사냥을 잘하는 네안데르탈인이 홀로 용감하게 사냥하는 쪽을 택했다면, 연약한 우리는 개의 도움을 받아 사냥에 성공했고 그래서 힘든 시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으리라 추측된다.

네안데르탈인은 개와 살았던 흔적이 없지만, 우리 선조들은 개와 살았던 흔적을 남겼다.

지금도 사냥에 의존해 살아가는 원시 부족들을 관찰하면 개의 도움 없이는 거의 빈손으로 돌아오는 데 반해, 개와 협업하는 경우에는 사냥에 성공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유일하게 현생 인류만 흰자위 눈동자(공막)를 가지게 된 것도, 바스락거리는 소리라도 내면 사냥감을 잃게 되는 절박한 상황에서 개와 나눈 사냥 교감에서 시작된 것이다. 다른 유인원들은 공막, 즉 눈에 흰자위가 없다.

인류에게 개의 존재는 고난의 시기를 같이 살아남은 전우 이상이었고 지금도 그 교감이 남아 반려동물로 사랑받고 있다.

모든 개가 (아주 작고 귀여운 강아지마저도) 늑대의 후손으로 매서운 사냥 본능을 지님으로써 우리를 생존하게 도와줬다면, 이제 아파트에서 반려견으로 사는 개는 그 사냥 본능 때문에 오히려 문제견으로 전락한 신세다.

주인을 지키기 위해서 공격하거나 주인과 떨어져 있을 때 애타게 찾는 하울링 소리는 이제 민폐다. 용감하게 뛰어들던 사냥 습성은 이제 다른 애완견을 물거나 심지어 어린이와 노인의 생명을 앗아간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는데 단지 상황이 맞지 않는 DNA가 충돌하는 것이다. 유전적 습성 말고도 학대받았던 기억이나, 유기견으로 겪었던 트라우마, 그리고 견주의 잘못된 학습 습관 등으로 새로운 문제를 야기해 이젠 도시에서 우리와 같이 살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개통령'이라 불리는 강형욱 훈련사를 비롯해 이찬종 교수, 설채현 수의사 등이 문제견의 행동을 고치는 과정은 매우 흥미롭다. 들판이 아닌 도시의 아파트 숲에서 늑대의 후손과 바쁜 현대인이 만나 각종 트러블이 발생한다.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미세한 행동을 캐치해 고쳐가는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멀고 먼 옛날 야생 늑대와 교감을 해 우리의 식구로 맞이하는 감동적인 장면이 그려진다.

문제는 개들은 이들이 고쳐주는데, 우리는 누가 고쳐줄까 하는 생각이 뒤따른다는 점이다. 우리에게도 야생의 생존 DNA가 숨겨져 있고 살아오면서 생긴 트라우마들이 쌓여 있다.

오랜 배고픔의 기억은 현대인들의 습관적 과식을 불러일으켜 각종 성인병울 유발한다. 채집의 DNA 때문일까? 구두와 핸드백은 사고 또 사서 모은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우리가 남을 '혐오'하는 습성은, 의료 기술이 없던 원시 집단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질병으로부터 보호하려는 일종의 장치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화산이나 지진, 쓰나미의 공포 속에서 질서 있게 대피하려는 집단의식은 집단 괴롭힘(이지매)으로 나타났다. 집단을 살리기 위해 소수를 희생시키는 것은 우리의 흔한 문제점이다.

위협을 느끼면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는 대신 인류는 AK47 소총으로 손쉽게 상대를 공격한다. 집단이 위기라고 느낄 때는 총이 아니다.

모두를 절멸시킬 폭탄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우리는 지녔다. 이제 우리의 본능과 지성은 이렇게까지 위험해졌다. 이런 우리를 누가 고쳐줄 수 있을까?

서재연 미래에셋대우 갤러리아WM 상무

세종=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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