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피격 공무원' 실종 직전까지 도박…해경 '현실도피 위해 월북'

북한서 발견될 당시 구명조끼 착용한 채 월북의사 표명
해경 "실족이나 극단적 선택 가능성 낮아"

북한에서 피격돼 사망한 공무원이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서해 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에서 피격돼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마지막 당직근무 직전끼지 도박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 공무원이 도박 빚 등 절박한 경제적 상황에서 현실 도피를 위해 월북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해양경찰청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무궁화 10호 어업지도원 이모(47)씨의 실종 전 행적에 대한 수사와 관련, 22일 오후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해경은 "실종자는 출동 전·후와 출동 중에도 수시로 도박을 하는 등 인터넷 도박에 깊이 몰입돼 있었다"며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현실 도피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해경은 이씨의 금융계좌 분석과 휴대전화 감식, 주변인 진술 등을 통해 그가 도박 등으로 인한 각종 채무로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등 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 온 것으로 확인했다.

이씨는 최근 15개월 동안 금융기관과 지인 등으로부터 빌린 돈으로 모두 591차례에 걸쳐 수억원대의 인터넷 도박을 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실종 전 출동 중에 어업지도선 동료와 지인 등 30여명으로 부터 꽃게를 사주겠다며 돈을 받은 뒤 도박계좌로 송금(배팅)했으며, 지난달 20일 오후 11시 40분 실종 전 마지막 당직 근무를 하기 1시간여 전에도 도박을 했다.

해경은 또 이씨가 북측해역에서 발견될 당시 부유물에 의지한 채 구명조끼를 있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씨의 침실에 총 3개의 구명조끼(A?B?C형)가 보관돼 있었는데, 이중 B형(붉은색)의 구명조끼가 침실에서 발견되지 않은 점으로 미뤄 이씨가 이 구명조끼를 착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선미 밧줄더미 속에서 발견된 검정 슬리퍼에 대해서는 무궁화10호·13호 직원들 모두 자기 것은 아니다라고 진술했고, 이들 중 무궁화13호에 승선한 2명은 "식당에서 TV를 볼 때 실종자가 신고 다니는 것을 봤다"고 말해 해당 슬리퍼는 이씨의 것으로 결론냈다.

해경은 이씨가 의지하고 있었던 부유물은 파도에 분리되지 않고 안정적으로 누워있을 수 있는 1m 중반 크기라고 밝혔다. 또 실종 당일 이씨가 타고 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는 닻을 내리고 정박한 상태였으며 당시 기상도 양호했다고 설명했다.

해경은 "이씨가 북한 해역에서 발견될 당시 구명조끼를 착용한 상태로 부유물에 의지하고 있었고, 북측 민간선박(수산사업소 부업선)에 자신의 인적사항을 밝히고 월북 의사를 표명했다"며 "실족이나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밝혔다.

해경은 지난달 29일 중간 수사결과 발표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이씨의 월북 가능성을 재확인했다.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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