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기자
서울 동대문구 국공립 솔솔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점심 식사 시간 거리두기를 유지한 채 식사를 하고 있다. (제공=솔솔어린이집)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제가 오늘 약속이 있어 먼저 가봐야 해서요. 혹시 더 물어볼 것 없으시죠?(웃음)"
아이들이 빠져 나가고 한산한 평일 오후 5시 서울 동대문구 국공립 솔솔어린이집에 근무하는 송주연 교사가 자리를 정리했다. 이날 인터뷰 시작 전 송 교사는 예정된 일이 있다며 퇴근 시간에 맞춰 달라고 부탁했다. 송 교사의 이날 근무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였다.
어린이집 근로 인원은 총 11명(육아 휴직자 포함)이다. 이 중 정교사 5명은 시간표에 따라 출퇴근 시간이 매일 조금씩 다르다. 오전 7시20분, 오전 8시, 오전 9시, 오전 9시30분으로 나뉜다. 아이들이 가장 많이 등원하는 오전 9시 전후로는 모든 교사가 출근하되 아이들로 붐비지 않는 시간엔 굳이 교사가 대기할 필요가 없는 스케줄이다.
교사들은 상시적으로 자신들의 개인 스케줄에 맞춰 다른 교사들과 시간을 조정하기도 한다. 일을 과도하게 떠맡을 필요 없이 보조교사 1명과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시니어 돌보미' 2명까지 있어 교사들은 언제든지 원할 때 반차와 연차 등을 쓸 수 있다. 또 다른 보조교사 1명은 현재 육아휴직 중으로 9월1일 복귀 예정이다. 대체 인력이 있다 보니 8시간 노동 시 1시간 필수 휴게 시간을 갖는 어린이집 교사도 휴게 시간 사용이 가능하다. 시니어 돌보미는 조리사가 휴가를 가면 음식을 대신 하기도 한다.
송 교사는 "어린이집은 보통 선생님들이 동시에 같은 날 휴가를 가는데 저희 원은 필요한 시기에 맞춰서 갈 수가 있다"며 "대체 인력이 있어서 조율이 언제든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둘째 아이가 천식이 있는데 병원 1~2시간 가는 일과 관련해 연차를 시간으로 쪼개어 쓰기가 가능했다"며 "지금은 아이가 건강해져서 배려해준 우리 원 구성원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구립 솔솔어린이집은 모든 교사가 연차를 매년 전부 소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대부분 어린이집 교사들은 잠시라도 자리를 비우는 일이 어려워 연차를 쓰기가 쉽지 않다. 솔솔어린이집은 하루 연차는 물론 1시간 단위로 쪼개 자신이 필요한 시간만큼 활용이 가능하다. 생일날 특별 반차도 제공된다. 생일날은 연차 이외 반차가 주어지는데 자신의 생일이 있는 주에 쓸 수 있다.
맞벌이 부부 등을 위해 오후 9시30분까지 문을 여는 이곳은 야간 연장반 교사는 따로 채용했다. 해당 교사는 낮 12시30분에 출근해서 아이들이 집에 돌아갈 때까지 근무한다. 야간 연장반 교사도 따로 채용돼 정교사들은 부담을 크게 덜었다. 연장반 교사도 가장 늦게 출근하는 정교사가 오후 7시30분에 퇴근하면 2시간만 혼자서 근무를 서게 되는 셈이다.
올해 3월 어린이집으로 이직한 강은진 교사는 경력 10년 차 보육교사지만 이직을 할 때 애를 먹었다. 민간 어린이집에서만 일했던 강 교사가 이번엔 국공립어린이집에서 일을 해보고 싶어 이력서를 100군데가량 냈지만 모두 떨어졌다. 강 교사는 "민간 어린이집에서 오래 있었고 제 나이가 50살이 되다 보니 당시 대부분 국공립어린이집에서 선생님 자체는 괜찮은데 호봉이 너무 높아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모두 거절했다"며 "선뜻 오라고 하는 곳이 한 군데도 없었지만 솔솔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강 교사가 구직에 어려움을 겪은 이유는 어린이집 교사의 경우 영아반과 유아반 교사의 월급에서 정부 지원 비율이 다른 탓이다. 영아반의 경우 월급의 80%를 정부로부터 지원 받지만 유아반은 30%밖에 되지 않는다.
지난해 동대문구 구립어린이집연합회가 주최한 출산장려 '가족사랑' 꿈나무 대회에 출전한 어린이집 원아들의 모집 (제공=솔솔어린이집)
어린이집에서 보조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고 경력이 많은 교사를 채용하는 일은 쉽지 않다. 정부 지원을 제외하면 운영비에서 상당 부분을 지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육아정책연구소가 발표한 '전국보육실태조사-어린이집조사 보고(2018)'에 따르면 보육교사 평균 근무경력은 6년4개월이고 현재 어린이집의 근무 경력은 3년1개월이었다. 민간, 가정, 직장어린이집의 교사 경력은 전체 3년1개월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조사 이후 어린이집 교사 경력은 1년7개월 증가했지만 평균 호봉은 1호봉 높아져 현장에서 교사 경력만큼 호봉 체계에 따른 급여 반응은 되지 않았다.
김미경 원장은 어린이집에서 일·생활균형 제도를 갖추는 일은 교사들의 수고를 덜어주고 동시에 그들의 자존감을 높이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굳이 운영비를 줄여가며 강 교사와 같은 인력을 채용하는 이유다. 이런 신념을 바탕으로 솔솔어린이집은 30대 2명, 40대 3명, 50대 3명, 60대 2명, 70대 1명까지 교사 연령층이 다양하게 꾸려졌다. 김 원장은 "경력이 있는 훌륭한 교사들이 결국 육아 때문에 경력을 포기하는 경우를 많이 봐왔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일·생활균형 제도를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인력 육성을 중시하는 김 원장의 철학은 교사진과의 정기적 면담, 자기계발 지원 상담 등으로도 구체화된다. 김 원장은 "교사들과의 활발한 소통을 통해 원장부터 일선 교사까지 학부모에게 동일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