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작전'은 우리 증권시장에서 벌어지는 주가조작(법적용어는 '시세조종')의 실태를 생생하게 보여준 수작이다. 우회상장을 테마로 하고, 검은 머리 외국인을 이용하며, 통정매매와 허수주문 등 전문기법을 통한 시세조종은 실제 사례와 동일하다. 영화 속 한 장면에는 증권방송을 이용한 주가조작 수법도 나온다. 저명한 애널리스트 김승범이 방송에서 주가조작 대상인 상장법인 대산토건을 적극 추천하고 대산토건 사장 박창주를 출연시켜 인터뷰도 진행한다. 물론 김승범과 박창주는 주가조작 공범이다.
이와 같이 증권방송, SNS, 증권사이트 등을 통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유료로 투자 조언을 하는 것을 '유사투자자문업'이라고 한다. 1997년 사설 투자자문업자 양성화 차원에서 증권거래법에 신고제로 도입된 이래 2000년 말 48개, 2005년 말 94개에 불과했으나 2010년 이후 급증해 2012년 말 573개, 2016년 말 1218개, 그리고 올해 6월 말 현재 1847개가 금융위원회에 신고돼 있다. 최근에는 '주식 리딩방'이라고 불리면서 유튜브를 통한 호객행위가 급증하고 있다. 회비나 수수료가 월 수십에서 수백만원까지 다양하다.
이들을 굳이 '유사' 업자라 하는 이유는 자본시장법이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투자자문업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은 금융투자업을 6개 종류로 구분하고 업종별로 규제를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 6개 업종 중 하나인 공식 투자자문업은 고객의 자문 요청에 응하는 것으로 개별 계약성을 갖는데 반해, 유사투자자문업은 불특정 다수인을 대상으로 투자 조언을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것으로 별도 규제 없이 신고만으로 할 수 있다.
공식 투자자문과 유사투자자문 중 어느 쪽이 법적 위험과 투자자보호 필요성이 더 클까? 당연히 유사투자자문이 훨씬 더 크다. 공식 투자자문은 대부분 전문투자자를 대상으로 엄격한 규제를 받는 업자가 소규모로 하는데 반해 유사투자자문은 자기 보호 능력이 약한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규제 밖에 있는 업자들이 대규모로 하기 때문이다. 지난 6월23일 유사투자자문업자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발령한 소비자경보를 보면 미등록 투자자문업 영위, 무인가 투자매매ㆍ중개, 허위ㆍ과장광고 등 다양한 불법행위가 이뤄지고 있다. 금감원이 지적하지 않은 위험도 있는데, 이렇게 거대해진 유사투자자문의 규모라면 실시간 대규모 조언의 특성상 이제 시장질서도 직접적으로 교란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법적 규제는 정반대로 구성돼 있다. 자본시장법상 공식 투자자문업자는 진입과 영업행위 부문에서 다양하고 엄격한 법적 규제를 받지만 유사투자자문업자는 금융위원회 신고 대상일 뿐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는다. 금융상품의 판매와 자문을 금융소비자 관점에서 규제하는 통합법으로서 지난 3월 제정된 금융소비자보호법(2021년 3월 시행) 또한 유사투자자문업자는 규제 대상에서 배제하고 있다. 수수께끼 같은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유사투자자문업자가 600개도 되지 않던 2012년 7월, 금융위원회는 '투자자문사의 건전한 성장을 위한 종합 정책방향 마련'이라는 보도자료에서 유사투자자문업 제도를 폐지하고 개별적 투자상담의 개연성이 있는 영역은 투자자문업으로 규제하겠다는 투자자문 일원화 방침을 밝힌 바 있었으나 실현되지 않았다.
미증유의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우리 증권시장은 작년까지 각 10조원 내외였던 증권시장 하루 거래대금이나 공모주 한 종목 청약대금이 현재 30조원을 넘나들고 투자자예탁금, 개인투자자 순매수금액, 활동계좌 등 거래 관련 거의 모든 지표가 사상최대치를 갱신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비관적인 경제 전망 가운데서 타오르는 이 경험하지 못한 투자 열풍은 비현실적이고 기괴한 느낌마저 준다. 일반투자자의 '비이성적 과열'과 이를 악용하는 유사투자자문이 결합될 경우 투자자들의 큰 피해와 시장 충격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유사투자자문업자가 2000개에 육박하는 이제 투자자문에 대한 규제 패러다임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보며 금융위원회의 투자자문 일원화 정책 재추진을 촉구한다.
성희활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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