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3법, 개인정보 보호에 치중…거래의 길 터줘야'

[데이터경제에 길을 묻다-좌담회] "데이터청은 비효율적" 지적도

아시아경제와 한국데이터법정책학회가 공동으로 기획한 '데이터경제에 길을 묻다' 좌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의견을 주고받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왼쪽부터 이지은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손도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br />  

8월5일 데이터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시행과 함께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데이터경제 시대로 진입한다. 아시아경제는 한국데이터법정책학회와 공동으로 지난달 18일부터 4주에 걸쳐 '데이터경제에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법 시행의 취지와 예상되는 변화, 세부 절차에서 드러난 한계와 문제점에 대해 짚어봤다. 16일 기획 시리즈를 마무리하며 학계와 법조계 전문가 4명을 초청해 시행까지 20일 남은 법안의 의미와 개선방향, 과제 등을 전망하는 좌담회를 마련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겸 한국데이터법정책학회장과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손도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이지은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가 제언을 했다. 전문가들은 개인정보의 활용보다 보호에 초점을 맞춘 데이터3법 시행령의 지침 일부를 완화하거나 보완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최근 정치권에서 주장하는 데이터청 설립과 관련해서도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밖에 데이터경제 활성화를 위해 데이터가 거래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데 역량을 모아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데이터3법 시행에 따라 의료, 금융, 통신 등 주요 분야에서 구체적으로 어떠한 변화를 예상하나.

▲이성엽= 의료분야를 예로 들어보자. 유전자 데이터나 진료기록, 생활습관 데이터(라이프로그) 등 3가지 개인건강 기록을 빅데이터로 분석해 개인 맞춤형 운동처방이나 식단을 제공할 수 있다. 분석된 결과를 토대로 향후 예상할 수 있는 질환에 대비한 예방도 가능하다. 금융분야에서는 개인의 여러 금융정보를 통합하고 분석해 자산 추천을 할 수 있고, 담보가 없더라도 데이터를 통한 신용평가에 따라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각 기업들이 가진 빅데이터를 분석해서 고객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진전이다. 특정인의 관심사를 파악해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타깃형 마케팅도 가능해질 것이다.

▲이지은= 유통분야에서 축적된 소비자들의 구매 데이터는 관련 사업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유용한 정보다. 가령 어느 지역에서 어떤 물건이 많이 팔리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면 창업이나 대리점 개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러한 데이터 세트를 분석하는 시장은 이미 형성돼 있다. 앞으로도 기업 간 거래(B2B) 형태로 데이터를 분석해 서비스하는 거래가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이지은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손도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손도일 변호사 "국세청·공정위 각론 만들어 세법 문제도 따져봐야"이지은 변호사 "전체 매출액 3% 과징금 등 과도한 형사처벌 규정 완화를"

-업계와 학계 안팎에서는 데이터3법 시행령이 법 취지와 달리 데이터 활용을 더욱 어렵게 한다고 지적하는데.

▲신민수= 데이터3법 수립 과정에서 입법의 지향점이 분명하지 않아 데이터를 제공하는 개인이나 활용을 해야하는 기업 모두 불만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우선 시민사회가 우려하는 개인정보 침해 위험에 대해 보다 세밀한 대응이 필요하다. 과거 프레임에 있던 정보 주체의 권리를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데이터를 제공하게 될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와 같은 논의도 필요하다. 가명정보와 가명처리 기준, 방법을 어떻게 적용할지 아직은 모호하다. 이로 인해 발생할 법 해석 논란에도 대응할 필요가 있다. 특히 가명화에 적합한 식별자와 속성자의 체계가 어떤 것인지 산업별로 상세한 가이드라인과 사례가 필요하다.

▲손도일= 모든 산업을 진흥하기 위해 반드시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하는지, 시행령에 모든 부분을 상세하게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도 생각해 볼 문제다. 기업은 문제 발생을 우려해 명확한 지침을 원하는 반면 정부가 큰 틀에서 근거를 만들고 데이터경제를 활성화하는 건 민간이 주도적으로 해야한다는 일부 관료들의 입장 차가 있다. 개인정보 관리·감독을 총괄할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가 다음 달 정식으로 출범하면 (데이터 활용 쪽으로)조금씩 변화가 있지 않을까 예상한다.

▲이성엽= 개보위가 출범하면 소위원회나 전문위원회를 두고 정부의 유권해석 기능을 활성화했으면 좋겠다. 기업들이 데이터를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애매하거나 불확실한 사례를 취합하고 판단을 내리는 역할을 맡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가 모이면 판례로도 활용할 수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에 명시된 징역이나 벌금 등 형사처벌 규정이 과도하다는 시각도 있다.

▲이지은= 부정 취득이나 영리 판매와 같은 경우를 제외한 대부분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은 민사적 구제나 과태료, 시정조치 등 행정 제재로도 충분한 경우가 많다. 악의적인 목적으로 데이터를 취득해 부정하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면 형사처벌 규정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특정 개인을 알아내기 위한 목적으로 가명정보를 처리할 경우 기업 전체 매출액의 3%를 과징금으로 부과한다는 규정도 부당한 이익의 환수라는 취지에 맞게 전체 매출액이 아닌 위반행위와 관련된 매출액으로 한정해야 한다.

아시아경제와 한국데이터법정책학회가 공동으로 기획한 '데이터경제에 길을 묻다' 좌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의견을 주고받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왼쪽부터 이지은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손도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이성엽 교수 "데이터 정책 컨트롤 타워 '廳'으로 두는 건 비효율적"신민수 교수 "데이터 거래 플랫폼 두고 B2B 형태 해외 사례 참고"

-최근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데이터청이 데이터 정책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수 있겠나.

▲이성엽= 이미 금융데이터(금융위원회), 보건·의료데이터(보건복지부) 교통·물류데이터(국토교통부) 등 기존 여러 부처에서 소관 분야의 데이터 활용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를 특정 부처 소속의 청(廳)으로 두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소관 분야 데이터와 분리된 금융정책, 보건·의료정책, 교통정책의 수행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부처 공통의 데이터 활용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에 데이터청을 두는 방안은 생각해 볼 수 있다. 일단 개보위에서 데이터 보호와 활용에 관한 종합적 정책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기존 과기정통부의 데이터 활용 기반 조성, 행안부의 공공데이터 활용 업무와 위원회의 협력 성과를 지켜본 뒤 데이터청 등 거버넌스 논의는 시간을 두고 중장기 과제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신민수= 데이터는 유형이나 쓰임새가 각기 다르다. 가령 금융위는 신용정보, 중소기업벤처부는 제조·센서, 장비 관련 데이터가 많다. 유통 쪽이라면 상권 데이터가 풍부할 것이다. 데이터청을 설립한다면 이와 같은 각 부처와 기관의 특성을 동등하게 반영하고 분야별로 데이터를 어떻게 표준화할지 기준부터 정립해야 한다. 데이터도 저작권이나 특허권처럼 권리화된 것이나 개인정보, 영업비밀 등 종류가 다양하고 수집 방법이나 용도가 다른데 그 부분을 어떻게 아우를지 고민이 필요하다.

-데이터3법 시행과 더불어 데이터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궁극적으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손도일= 데이터 거래가 중요하다. 거래를 하려면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 모두 안심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한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가격은 어떻게 매길지 기준도 세워야 한다. 가령 기업의 데이터를 제 3자와 거래할 때는 얼마를 받든지 문제가 없지만, 이를 계열사에 팔 때는 공정거래나 세무 관련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 때 가격은 얼마가 적당하고 세법상 문제는 없는지 국세청이나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각론을 만들어야 한다.

▲신민수= 데이터 거래가 성사되려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데이터의 구체적인 내용을 알아야 하는데 데이터는 내용 자체가 비밀이다. 내용을 공개하더라도 품질 이슈가 있다. 가령 대학교 리포트의 소개서를 보고 결제했는데 내용이 만족스럽지 않아 실망한 경험을 들 수 있다. 이 같은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데이터의 내용이나 품질에 대해 보장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민간 주도로 데이터 거래를 중개하는 플랫폼을 두고 데이터의 가격은 판매자와 구매자가 스스로 결정하는 B2B 형태의 해외 사례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사회=이정일 4차산업부장 jaylee@asiae.co.kr정리=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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