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중국으로 돌아가' 가리봉 쉼터 중국동포 확진에 또 다시 고개드는 '혐오'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중국동포 쉼터서 8명 확진
확진자 중국동포 사실 알려지자 과격한 혐오 발언 쏟아져
앞서 영등포구 대림동 주민도 '비위생적','병균' 등 비난
중국동포한마음협회 "편견 덜어내주길" 호소

지난 4월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대림중앙시장 일대. 사진=김연주 인턴기자 yeonju1853@asiae.co.kr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에 있는 중국동포교회 쉼터에서 9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또 다시 이들에 대한 혐오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일부는 이들을 불법체류자로 취급하면서 중국으로 돌아가라는 격한 반응까지 쏟아내고 있다.

구로구청은 8일 홈페이지를 통해 "관악구 건강용품 판매업체 리치웨이를 방문한 뒤 7일 코로나 바이러스 양성 판정을 받은 54세 남성의 거주지가 중국동포교회 쉼터로 확인됐다"며 "이후 쉼터 거주자와 교회관계자 36명을 대상으로 긴급 검체 검사를 실시했고 쉼터 거주자 8명이 양성 확진을 받았다"고 밝혔다.

보건당국은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 관악구 방문판매업체를 다녀왔던 사람을 통해 쉼터에 바이러스가 퍼진 것으로 보고 있다. 방역당국은 쉼터와 관련한 코로나19 추가 확진자는 전날(9일)까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그러나 이와 별도로 확진자가 중국동포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들에 대한 혐오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관련 기사 댓글에 "조선족은 중국인이다", "한국인 행세하며 온갖 혜택을 다 누리고 정작 우리에게 피해만 주고 있다", "조선족도 대한민국을 내 나라로 생각할까?" 등 원색적 비난을 쏟아냈다.

중국동포에 대한 혐오 시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중국동포가 많이 거주하고 있는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일대 시장은 과거 코로나19 확산지 아니냐는 근거 없는 소문까지 돌면서, 이곳은 아예 혐오 발언 직격탄을 맞기도 했다.

당시 주민들은 이 같은 발언으로 인해 마음의 큰 상처를 받는 것은 물론, 코로나19가 확산한다는 억측으로 인해 대림동 일대 상권 매출이 크게 줄었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대림동에서 8년째 음식점을 운영한다고 밝힌 50대 남성은 "한국은 중국 동포를 가장 만만하게 생각하는 거 같다. 중국동포가 전부 조폭이고 범법자인 줄 안다."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한 30대 남성은 "대림동에서 전염병이 시작된 것처럼 뉴스가 났다. 우리가 괴물은 아니지 않냐"라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지난 8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발행한 구로구 중국동포교회 쉼터에서 구 관계자가 검사 준비를 하고 있다. 구로구는 쉼터 거주자를 포함한 중국동포교회 신도 150여명의 명단을 확보해 교회 현장에 차린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검사하고 있다.

중국동포들에 대한 억측과 비난이 쏟아지는 가운데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중국과 중국인을 겨냥한 혐오 발언이 급증했다는 조사 결과도 나온 바 있다.

지난 3월27일 이스라엘에 기반을 둔 스타트업 'L1ght'는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처음 발발한 이후 중국과 중국인을 향해 쏟아낸 혐오 발언이 900% 증가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혐오 발언과 욕설의 상당수가 중국과 중국인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 있는 아시아인을 직접 향해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유해한 트윗들은 아시아인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가지고 다닌다며 아시아계 사람들을 바이러스를 퍼뜨린 집단으로 비난하는 노골적인 표현을 사용했다"고 전했다.

지난 4월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대림중앙시장 일대가 시장을 방문한 사람들로 인해 활기찬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김연주 인턴기자 yeonju1853@asiae.co.kr

이렇다 보니 중국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총체적 현상인 '시노포비아'(sinophobia)까지 불거지고 있다.

시노포비아란 중국을 의미하는 라틴어인 시노와 병적 공포를 의미하는 포비아의 합성어다. 중국 인종에 대한 혐오, 국가에 대한 혐오 등 종합적으로 중국과 연관한 모든 것을 싸잡아서 혐오를 하는 현상을 말한다.

중국동포에 대한 혐오가 쏟아질 때 이들은 큰 상처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용선 중국동포한마음협회 명예회장은 "대림동, 중국동포가 전염병 확산의 원인이 아니었다는 게 밝혀졌지만, 상황은 그대로다"라고 개탄했다. 이어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중국인에 대한 혐오정서가 폭발했다"면서 "우리는 동포다. 이방인이라는 편견을 좀 덜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한편 구로구 측은 "역학조사 결과 중국동포쉼터 거주자들이 외출이 거의 없었고, 일반 신도들과 예배공간도 달랐음이 확인됐다"며 "첫날 전원 음성 판정과 역학조사 결과를 유추해 볼 때 대규모 지역감염으로 확산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고 밝혔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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