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하나도 안 올린 교수도 월급은 받았겠죠' 말 많은 대학가 온라인 강의

코로나19 여파로 대학가 온라인 강의
학생들, 부실한 강의 등 불만 속출
전대넷 "대학생 6261명 중 절반 이상 강의 불만족"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서울 주요대학이 온라인 강의를 실시한 지 이틀 째인 지난달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인근 한 카페에서 대학생 및 시민들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대학가에서 비대면 강의가 한창인 가운데 중간고사 준비 기간이 다가오면서 학생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대다수 대학들이 수업은 물론 시험 기간과 방식 모두 '교수 재량'에 맡기고 있는 탓에 학생들의 혼란도 가중되는 모양새다.

대학생 신모(22)씨는 "이번 학기에 9개 강의를 수강 중인데, 이 중 2개 강의는 수업 영상은 물론 자료조차 올라오지 않았다"며 "학교 측은 이번달 말부터 중간고사를 비대면으로 보겠다고 공지했는데 수업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일부 교수들은 중간고사를 어떻게 진행하겠다는 얘기도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학생들은 이런 질 떨어지는 강의를 받으면서도 평소와 같은 등록금 수백 만원을 냈는데 강의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은 일부 교수들은 월급을 챙겨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분노가 치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대학생 김모(24)씨는 "학교에서는 교수 재량에 따라 중간고사 여부와 방식을 결정하겠다고 했는데 일부 교수들은 27일 대면시험을 보겠다고 공지했고, 일부 교수들은 중간고사를 보는지조차 결정하지 않았다"며 "시험 3주 전이라 지금부터 공부를 시작해야 하는데 계획조차 짜지 못한 상태"라고 전했다.

실제로 신씨나 김씨처럼 온라인 강의에 불만을 가진 대학생들은 상당히 많았다. 지난 6일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가 대학생 6261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대학가 수업권 침해 사례조사'를 벌인 결과 이중 64.5%가 온라인 강의에 '불만족한다'고 답했다. '만족한다'는 응답은 6.8%에 불과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학생들이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코로나19 대학가 재난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 이들은 등록금 반환과 원격 강의 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온라인 강의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서 등록금을 환불해 달라는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전대넷은 '코로나19 대학가 재난시국선언문'을 발표하면서 "교육부는 등록금 환불은 각 대학 총장들의 소관이라 하고, 대학은 교육부에서 지침을 내려야 가능하다며 학생들의 요구를 뒷전으로 미루고 있다"며 상반기 등록금 환급과 교육당국-대학-학생 3자 협의체 소집을 요구했다.

이들은 "전국 300만 대학생들은 수업권, 등록금뿐만 아니라 경제적 이중,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며 "생계유지를 위해 야간, 주말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지만 갑작스럽게 보강 일정이 잡혀 아르바이트를 그만둔 학생들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당국은 등록금을 환불해줄 법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학 등록금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대학이 수업을 전학기 또는 전월의 전기간에 걸쳐 휴업한 경우 해당 학기나 월 등록금 면제가 가능하고, 천재지변 등의 경우 등록금을 면제하거나 감액할 수 있다. 감염병 등에 대한 규정은 없는 데다 해당 조항조차 강제성은 없는 상황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도 지난달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대학생 등록금은 총장들이 정하는 사항이고 반환해야 할 법적 의무는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런 이유로 일부 대학생은 등록금 환불 관련 헌법 소원 청구를 신청하기도 했다. 지난 3일 인하대학교 4학년 이다훈(24)씨는 최근 교육부를 상대로 입법부작위(입법자가 법을 제정하지 않음)의 위헌확인을 구하는감액받을 수 있다'는 규정을 만들지 않은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며 헌법 소원을 청구했다. 헌재의 결정에 따라 감염병 등으로 온라인 강의만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을 때 등록금 일부를 환불하는 법적 기준을 놓고 본격적인 법률적 논의가 진행될 전망이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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