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신원기자
[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마블코믹스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아이언맨'에 등장하는 주인공 토니 스타크는 억만장자이자 천재과학자다. 존 패브로가 만화를 실사판으로 제작하면서 토니 스타크의 캐릭터를 만드는데 참조한 인물이 있다. 바로 테슬라모터스(Tesla Motors), 스페이스엑스(Space X) 등을 설립한 '일론 머스크(Elon Musk)'다. 그는 젊은 나이에 성공한 사업가라는 점이나 물리학 전공의 '천재' 소리가 절로 나오는 명석한 두뇌를 가졌다는 점, 그리고 전 세계서 '혁신'을 주도한다는 데서 토니 스타크와 많이 닮았다.
실제 일론 머스크는 어떤 인물일까. 일론 머스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으로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에서 물리학과 경제학을 전공하고 1995년 물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기 위해 미국 최대 명문인 스탠퍼드 대학에 입학했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애플 창업주)나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창업주), 빌 게이츠(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 등 천재 사업가들이 그러했듯 머스크도 이틀 만에 학교를 그만뒀다.
그가 열망한 '꿈'이 있었기 때문. 어릴 적부터 토머스 에디슨처럼 혁신가가 되고 싶어 했던 머스크는 '인터넷'과 '청정에너지', 그리고 '우주'라는 원대한 꿈을 가졌고 그는 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 고작 24세의 나이로 창업에 뛰어들었다.
가장 먼저 그의 손에서 탄생한 회사는 '집투(ZIP2)'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뉴욕타임스 등 신문 출판 사업자에게 지역 정보를 제공하는 사업이었다. 그는 창업 4년 만에 컴퓨터 제조사 컴팩에 집투를 2200만 달러(약 276억원)에 매각하면서 28세에 억만장자 대열에 합류했다.
2200만 달러를 바탕으로 그는 미국 최대 결제 서비스 '페이팔(Paypal)'의 전신인 엑스닷컴(X.COM)을 설립했고, 경쟁사인 콘피니티(confinity)와 인수합병(M&A)한 이후 사명을 '페이팔'로 바꾸고 회사를 키워나갔다. 페이팔의 성장 가능성을 본 온라인 쇼핑몰 이베이(eBay)는 2002년 페이팔을 무려 15억 달러(약 1조8700억원)에 인수했다.
두 번의 성공, 그리고 막대한 부까지 축적한 머스크는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페이팔을 매각한 뒤 곧바로 로켓 개발 업체 '스페이스엑스'를 설립했다. 당시만 해도 우주개발은 천문학적인 수준의 돈이 투자되지만 당장 수익을 얻기 어려운 사업이었기 때문에 국가 주도로만 이뤄져 왔다. 그런데 머스크가 스페이스엑스를 세우면서 민간 우주개발 시대를 연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탄탄대로로 성공해오던 머스크는 스페이스엑스로 인해 난관에 봉착했다. 2006년 스페이스엑스의 첫 로켓 '팰컨1(Falcon 1)'을 발사했으나 발사하자마자 연료가 누출돼 화재가 발생했고, 두 번째 발사에서도 회전축 제어장치에 이상이 생겨 고도 321km에서 임무를 마칠 수밖에 없었다. 3차 발사 역시 문제가 생겼다. 그래도 머스크는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2008년 9월, 4번의 시도 끝에 팰컨1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민간 기업으로서는 최초의 성공이었다.
2012년에는 미국항공우주국(나사·NASA)이 국제우주정거장(ISS)에 화물을 수송하는 사업자로 스페이스엑스를 선택했다. 스페이스엑스의 화물 우주선 '드래곤'은 민간업체로는 최초이자 지금까지도 유일한 '우주 화물선'이다. 이후에도 민간에서는 최초로 유인 우주선 시험비행에 성공했고, 전 세계 최초로 로켓을 회수해 다시 발사하는 등 우주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일들을 주도하면서 시장에서는 스페이스엑스의 기업가치를 약 360억 달러(약 45조3200억원)로 평가받고 있다.
머스크는 우주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세우고서도 8만여 명이 거주할 수 있는 화성 식민지를 만들겠다는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그것도 2030년 안에 말이다.
'우주개발'의 꿈을 가지고 스페이스엑스를 설립할 무렵 머스크는 '청정에너지'란 꿈을 이루기 위해 한 회사를 설립했다. '테슬라 모터스'다. 청정에너지 중에서도 자동차에 초점을 맞추고 전기의 힘으로 움직이는 '전기차' 개발에 나섰다. 2003년 당시에도 전기차 개발이 이뤄지고 있긴 했으나 보통 경차 위주였고, 테슬라는 '고급화'에 집중했다.
테슬라는 설립 이후 7년 동안 적자에 시달렸다. 머스크가 사비로 자금을 충당해야 할 정도였다. 다만 그 과정에서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2008년 내놓은 테슬라 최초의 양산형 제품 '로드스터'는 10만9000달러(약 1억3700만원) 라는 엄청난 금액에도 1000여 대가 팔려나갔다. 이후에도 로드스터의 보급형 세단을 절반 가격에 내놓으며 성과를 늘려갔다. 2006년에는 머스크의 사촌이 운영 중이던 태양광 발전회사 '솔라시티'를 인수해 테슬라의 전기차에 전기를 공급해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수년 동안 수익을 내지 못하고, 사비를 충당해야 할 정도로 어려웠던 테슬라는 2014년 파격적인 선언을 했다. 보유한 특허를 무료로 공개하면서 "짝퉁 테슬라를 만들어도 상관없다"고 한 것. 당시 머스크는 "우리의 경쟁자는 전기차 제조업체가 아니라 내연기관 자동차 제조사"라며 전기차 시장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단순히 사업적인 성과보다는 '청정에너지'라는 머스크 자신의 궁극적인 꿈을 이루고자 하는 철학이 엿보인다.
이런 대인배적인 면모를 보일 수 있는 건 전기차 시장이 아직 자동차 시장에서 1% 수준인 데다 테슬라가 이미 전기차에 대한 기술적 우위를 가지고 있고, 앞으로도 유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섞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테슬라는 이미 기업가치를 920억달러(약 115조 8000억원)로 평가받는 전 세계 1위이자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이다.
이외에도 머스크는 100% 태양광 발전으로 에너지를 만드는 최고 시속 1300km 친환경 교통수단 '하이퍼루프' 개발에 나서고 있으며, 로스앤젤레스(LA) 교통 체증을 해결하기 위해 땅속에 터널을 만들어 차량을 분산시키는 교통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머스크는 "무엇인가 중요하다고 생각이 들면, 가능성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실행하라(When something is important enough, you do it even if the odds are not in your favor)"고 말한다. 민간에서 뛰어든 우주개발,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평가받던 전기차 등 꿈을 실행에 옮긴 그를 가장 잘 대변해주는 말이기도 하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