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순기자
김형민기자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김형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면서 1·2차 세계대전을 제외하고 어떠한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하계올림픽이 '강행'과 '멈춤'의 갈림길에 섰다. 7월24일로 예정된 2020 도쿄올림픽 개막까지 남은 기간은 129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정상 개최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연기 혹은 취소를 검토할 수밖에 없는 3가지 변수가 있다. 자꾸 미뤄지는 예선전 일정, 대회 개최 여부를 결정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태도 변화, 인파가 몰려 우려되는 집단감염이다.
아베 총리는 17일(한국시간) 미국과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이탈리아 등 주요 7개국(G7) 정상들간 화상회의에 참석한 뒤 "도쿄올림픽을 완전한 형태로 개최하는데 대해 각국 정상들의 지지를 얻었다"고 말했다. 그가 희망 섞인 발언을 내놓았으나 국제스포츠계 분위기는 온도 차가 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이날 밤 각 종목별 국제경기연맹(IF) 수장들과 긴급 화상회의를 연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종목별 올림픽 예선전이 미뤄지는 등 계속 차질이 생겨 이에 대한 경기단체의 입장을 듣고 대안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튿날에는 IOC 선수위원, 국가올림픽위원회(NOC)와의 화상회의도 한다. 유승민 IOC 선수위원은 "대회 정상 개최가 가능할지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면서도 "일단은 선수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바흐 위원장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12일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포한 뒤 "WHO가 올림픽 중지를 요구할 경우 조언에 따를 것"이라고 물러섰다. 이를 두고 IOC가 보건에 무게를 두고 도쿄올림픽의 연기 혹은 취소를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내 경기단체 관계자는 "당초 4월까지 올림픽 출전권 확보를 마무리할 예정이었는데, 코로나19로 모든 대회가 중단됐다"며 "국제연맹에서 마감시한을 6월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IOC에 전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경우 다음 단계를 준비하기까지 시간이 너무 촉박해 7월 올림픽 개막은 사실상 예정대로 진행하기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드니 마세글리아 프랑스 올림픽위원회 위원장도 이날 외신 인터뷰에서 "코로나19가 오는 5월 말 정점을 찍은 뒤 진정돼야만 올림픽이 열릴 수 있을 것"이라며 "어느 시점에는 선수들에게 올림픽 개최 여부를 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세글리아 위원장은 18일 NOC 위원장 회의도 주재할 예정이다.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코로나19의 확산과 집단감염 우려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전 세계에서 선수단과 대규모 응원단이 몰릴 올림픽은 훨씬 위험천만이다. 그래서 나오는 대안이 '무관중 올림픽'이다. 하라다 무네히코 와세다대 스포츠과학부 교수는 "도쿄올림픽에 3조엔(약 34조원)을 투자한 상황이라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대회 취소보다는 무관중 경기를 고려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재일동포 야구평론가인 장훈 씨는 "올림픽에서 코로나19에 노출되면 일본이 배상금을 지불해야 하는 등 문제가 많다"고 짚었다. 일본 입장에서는 무관중이 대회를 열 명분은 되지만 입장권 판매를 통한 수익을 포기해야 한다. 수십억명이 지켜보는 올림픽의 열기도 반감될 수밖에 없다. 일본 안팎에서 대회 강행보다 연기 쪽으로 계속 무게를 싣는 이유다.
일본 매체들은 이날 아베 총리가 '완전한 형태'만 강조하고, 도쿄올림픽 개최 시기를 특정하지 않은 점을 주목했다. 무관중이나 종목 축소 등 임시방편보다는 코로나19 상황을 수습하고, 대회를 1~2년 연기해 치르는 방안에 G7 정상들이 뜻을 모았을 것이란 관측도 덧붙였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도 익명의 관계자 말을 인용해 "IOC가 (올림픽)무관중 개최 가능성을 선택지에서 제외했다"며 "무관중으로 올림픽을 개최할 경우 스포츠를 통해 전 세계인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올림픽의 기본 철학과 배치된다"고 전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