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미중 무역합의 회의론…세부사안 미공개 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베이징=박선미 특파원, 정현진 기자] "미중 간 무역마찰에 적절하게 대응하겠다."

중국 상무부가 지난 16~17일 내부 회의에서 '6+1' 2020년도 업무 우선순위를 논의하면서 미중 간 무역 이슈에 대해 언급한 내용이다. 미국과의 1단계 무역합의 관련 내용은 조금도 언급되지 않았다.

상무부가 미중 무역협상 주관부처이고 왕셔우원 부부장(차관급)이 중국측 미중 무역협상 대표단의 핵심 관료임에도 불구하고 2020년도 업무 우선순의 논의에서 무역합의 내용이 쏙 빠진 것이다.

상무부는 1단계 무역합의 내용의 구체적 실행 계획 대신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국제협력 강화, ▲주요도시 쇼핑구역 개발, ▲농촌지역 가전제품 구매지원, ▲자유무역시험구 및 자유항만구 건설, ▲제3회 상하이 국제수입박람회 개최, ▲빈곤퇴치 등 6가지를 내년도 업무 우선순위로 꼽았다. 추가적인 한 가지 중점 업무로는 "미중 무역마찰에 적절하게 대응하겠다"가 들어갔다.

미중 정부가 무역협상 1단계 합의를 이뤘다고 공식화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미중 간 온도차가 분명한 것을 두고 합의에 대한 불확실성을 반영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9일 훠젠궈 전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경제합작연구원 원장은 상무부의 회의 발표 내용을 두고 너무 깊게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경계하면서도 미중 간 무역합의 내용 발표 온도차는 양국이 세부사항에서 서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풀이했다.

그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인터뷰를 통해 "양측이 최종 합의사항 문구에 완전한 의견일치를 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며 "양국이 공식발표를 한 만큼 합의가 이뤄진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문구에 대한 수정 요소 및 작은 기술적 문제가 남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합의문에 대한 세부적 해석 및 법률적인 검토 등 후속 작업이 진행되어야 하며 여기에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미 언론과 내부 관료들 사이에서도 미중이 발표한 1단계 무역합의를 두고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는데서 오는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무역대표부(USTR)는 중국이 향후 2년 동안 최소 800억달러 규모의 농산물을 사들이기로 약속했다고 발표했지만 중국 정부가 발표를 꺼리는 모습을 보이자 무역합의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톰 케호 미 농무부 및 USTR 자문은 "중국은 구체적인 미국산 농산물 구입 규모를 밝히지 않았다"며 "중국은 미국이 발표한 미국산 농산물 구입 추정치에 따르기 보다 가격 등 시장 상황에 따라 미국산 농산물을 구매하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18일 정례브리핑에서 추가적인 미국산 농산물 수입 규모가 연간 400억~500억달러 수준이냐는 질문을 받고 "현 시점에서 추가 뉴스나 업데이트할 만한 내용이 없다"고 답했다.

이를 두고 코웬 워싱턴 리서치 그룹의 크리스 크루거 전략가는 "(1단계 무역합의는) 해답보다 질문이 더 많이 남아있는 상황"이라면서 "무역합의라기보다는 무역 '휴전(truce)'에 가깝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이 연간 400억~500억달러에 달하는 미국산 농산물을 수입하기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현재 연간 100억달러 수준의 (미국산 농산물) 수입 규모를 늘릴 수 있을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다만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후 20여년간 미국의 대중국 농산물 수출 규모가 이번 합의에서 예상하는 규모에는 달한 적이 없었다"고 분석했다.

다만 아직까지는 미 주식시장에서 1단계 무역합의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큰 상황이다.

이날 뉴욕증시는 미·중 1단계 무역합의 발표 영향으로 또 다시 상승세를 보였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대비 0.1%(27.88포인트) 하락한 2만8239.28에 거래를 마쳤다. S&P500 지수는 전장보다 0.04%(1.38포인트) 내린 3191.14에 거래를 마쳤지만 나스닥지수는 0.05%(4.38포인트) 상승한 8827.73에 장을 마감했다. S&P500 지수와 나스닥은 이날도 장중 가격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베이징=박선미 특파원 psm82@asiae.co.kr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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