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 시험문제 유출' 교사·학원장 항소심서도 징역 1년6개월 선고

法 "공정경쟁 보편가치 훼손하고 학생들에게 정신적 고통"

[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학교 영어시험 문제를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외국어고등학교 교사와 학원장이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항소2부(홍창우 부장판사)는 8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서울 A 외국어고등학교 교사 황모(63)씨와 영어학원 원장 조모(34)씨에게 각각 원심과 같은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이들은 올해 7월 1심에서 법정구속됐다.

A 외고 졸업생인 조씨는 과거 모교 강사로 일하며 친분을 쌓은 교사 황씨로부터 이 학교의 2017년 1학년 2학기 중간고사 영어시험 문제를 미리 받은 뒤 자신이 운영하는 학원 수강생들에게 제공하고 문제 풀이를 해 준 혐의로 기소됐다.

조씨는 항소심에서 "학생들에게 나눠준 예상 문제는 기출문제와 출제 교사들이 필기해 준 내용을 분석해 만들었다"는 취지로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실제 시험에 나온 30개 문제 중 27개가 (조씨가 만든) 예상 문제와 같았고, 일부 학생은 문제를 5분 만에 풀고 1문제만 틀리기도 했다"며 "정답과 선택지까지 맞추는 것은 경험칙으로 미뤄볼 때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조씨가) 학생들에게 나눠준 예상 문제의 외부유출을 엄격히 금지하고, 휴대전화를 밖에 둔 채로 문제를 풀게 했다"며 "조씨는 본인의 저작권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의혹 제기 이후 학교가 해당 예상 문제를 요구하자 분실했다고 주장하는 등 예상 문제의 존재를 숨기려 한 개연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사사로운 이유로 직무 의무를 저버리고 시험문제를 유출해 학생과 교직원에게 정신적 고통을 줬고, 사회 전반에서 교육 현장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고 공정경쟁이라는 보편적 가치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그런데도 범행을 반성하지 않고,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학교와 학생들이 스스로 불이익을 감수하면서도 사태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했고, 덕분에 범행을 조기에 발각했다"며 "재시험을 치르는 불편을 겪었지만, 최종 성적에는 변함이 없었고, 피고인들이 초범인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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