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진기자
[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 결과 초ㆍ중ㆍ고 학생선수의 인권침해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언어폭력과 신체폭력은 비일비재 했으며, 상당수 학생이 성폭력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인권위가 발표한 '초중고 학생선수 인권실태 전수조사 결과와 스포츠 (성)폭력 판례 분석 결과'에 따르면 초중고 학생선수 6만3211명 중 9035명(15.7%)이 언어폭력을, 8440명(14.7%)은 신체폭력을, 2212명(3.8%)은 성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번 전수조사는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학생선수가 있는 전국 5274개교 초중고 선수 6만3211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으며, 총 5만7557명(91.1%)이 응답했다.
특히 성폭력 문제는 초등학생 선수 때부터 피해를 경험하며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조사됐다. 초등학생 선수들의 성폭력 피해는 전체 응답자 중 438명(2.4%)이 피해를 입었다고 응답했다. 성폭력 경험 시 괜찮은 척 웃어 넘기는 등 소극적인 대처를 했다는 이들이 252명(57.5%)으로 많아 성폭력 대책 마련이 시급했다.
중학생 선수들의 성폭력 피해는 '누군가 자신의 가슴이나 엉덩이, 성기 등을 강제로 만지라고 강요' 42건, '누군가 나의 가슴이나 엉덩이, 성기 등을 강제로 만졌음' 131건, '누군가 내게 강제로 키스나 포옹, 애무를 하였음' 45건, '누군가 나의 신체부위를 몰래 또는 강제로 촬영하였음' 76건 등으로 집계됐다. 또 성관계 요구와 강간 피해가 각각 9건, 5건 조사됐으며 피해 장소는 훈련장소와 숙소로 외부에 노출되지 않는 장소에서 발생했다.
고등학생 선수들의 경우 신체폭력 경험이 일반 고등학교 학교폭력 대비 2.6배나 높게 나타났다. 폭언 및 욕설, 협박 등 언어폭력의 경우 2573명(14.6%)이 경험했으며, 주요 가해자는 지도자(56.0%), 선배 선수나 또래 선수(39.8%) 등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고등학교 성폭력은 주로 동성에 의해 발생했다. 성폭력 피해 대처와 관련해 391명(55.7%)이 소극적으로 대처했으며, 도움을 요청한 경우에도 9명(14.8%)만 가해자가 징계 및 형사처벌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는 "2007년 12월 '합숙소 폐지를 포함한 학생선수 폭력 예방 및 인권 증진을 위한 종합 대책 마련' 등 학생선수의 인권 보호 및 증진을 위한 정책 권고했다"며 "10여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학생선수들이 고통 받고 있음이 확인돼 초중고 학생선수 인권 보장을 위한 종합적인 정책 개선안을 마련해 관련 부처 등에 재차 권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