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진기자
쿠팡 인천 물류센터 항공뷰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이커머스 공룡' 쿠팡이 비(非) 영업 분야에서 국내외 거물들을 잇따라 영입하는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쿠팡의 인재수혈은 윤리ㆍ준법 경영의 기반을 다지고 대내외적 상징성과 신뢰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특유의 공격경영으로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아마존 피인수설까지 나오는 가운데 신규 투자유치와 미국 나스닥 진출 등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위한 해법찾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법률전문가에서 연준 이사출신까지 =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최근 금융법률 전문가인 이준희 전(前) 현대카드 상무를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쿠팡의 지주회사 격인 쿠팡LCC는 지난달 미국 금융계 유력 인사이자 연방준비제도 의장 후보로까지 주목 받았던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를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지난 3월에는 월마트 부사장을 지낸 윤리경영 전문가 제이 조르겐센을 법무ㆍ컴플라이언스 최고책임자로 앉혔다.
이준희 부사장은 쿠팡의 모든 결제 및 핀테크 서비스 관련 준법 문제를 총괄 감독한다. 조르겐센 최고책임자는 쿠팡의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글로벌 수준으로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워시 이사는 "김범석 쿠팡 대표가 비전을 실현하는 과정을 돕고 싶다"는 말로 자신의 역할을 설명했다.
◆美상장ㆍ추가투자유치 행보 = 이들의 역할은 한 마디로 '쿠팡의 내재적 가치 높이기'다. 특히 워시 이사의 경우 쿠팡이 나스닥에 안정적으로 입성하도록 미국 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경영ㆍ매출구조상의 특수성 때문에 쿠팡이 한국 증시에 진출하는 건 어렵다. 나스닥에서는 표면적인 경영실적 못지않게 기업의 미래가치가 중시된다.
재무적으로 쿠팡을 떠받치는 건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의 대규모 투자다. 2015년 이후 3조원 넘게 쏟아부었다. 직매입 기반의 로켓배송, 즉 거대한 물류투자로 '한국의 아마존'이 될 것이란 믿음이 바탕이다.
문제는 급속도로 커지는 적자다. 비전펀드가 투자한 만큼의 적자가 쌓여있다. 2018년에는 연(年) 단위 적자가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쿠팡의 사업은 시장점유율을 높여 규모의 경제를 구축함으로써 손익구조를 개선해야만 유지된다. 그러자면 30% 안팎의 점유율은 확보를 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쿠팡의 점유율은 아직 10% 안팎에 머물러있다.
◆아마존 피인수설도 = 업계 관계자는 "쿠팡에게는 상장이나 추가 투자유치 모두 사활의 문제"라면서 "영업구조는 확립이 됐기 때문에 경영의 건강성을 어필하는 데 힘을 많이 쓰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무적 반등의 계기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아마존 같은 기업의 품에 안기는 전략이 고려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쿠팡이 철저하게 벤치마킹하고 있는 아마존의 경우 일본과 중국에서는 사업을 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에는 본격적으로 진출하지 않았다.
쿠팡이 로켓배송을 무기로 온오프라인 유통시장의 '메기'가 된 건 사실이지만 시장의 도전은 여전하다. 위메프, 티몬 등 다수의 경쟁자가 버티고 있고 롯데, 신세계 등 대형 유통사업자들도 온라인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